앞서가는 하이닉스, 바짝 쫓는 삼성전자 2강 구도
4분기 삼성전자의 4세대 모델 양산이 시장 분기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 전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올해 20억4,000만달러(2조7,277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오는 2028년엔 63억2,000만달러(8조4,50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HBM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앞서가는 SK하이닉스, 시장 점유율 1위 ‘굳건’

HBM시장에서 먼저 주도권을 쥔 곳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보다 앞서 신규 HBM모델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세계 HBM 시장 주도권으로 연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상위 3개 공급업체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으로 각각 시장 점유율 50%, 40%, 10%를 차지했다.

특히 HBM 중 가장 상위 모델인 ‘HBM3’ 제품 생산이 가능한 곳은 SK하이닉스 뿐이다. 때문에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올해 말이나 2024년 초쯤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랜드포스 역시 “현재 HBM3 제품을 양산하는 업체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며 “HBM3 채택 고객이 늘어날수록 시장점유율은 53%까지 높아질 것이며, 반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각각 38%와 9%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근 SK하이닉스는 21일 ‘HBM3E’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모델은 현재 성능 검증 절차 진행을 위해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한 상태다.

이번에 발표된 HBM3E는 AI용 초고성능 D램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번 모델은 속도는 물론,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우수한 부문은 속도 측면이다. HBM3E은 초당 최대 1.15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용량 5GB에 달하는 초고화질 영화 230편을 1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 연구진은 열 방출 성능도 기존 모델 대비 10% 향상시켰다. 이는 첨단공정기술 ‘어드밴스드 MR-MUF’ 덕분이다. 이 기술은 쌓아올린 반도체 칩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각각의 칩 사이 회로 보호 효과와 우수한 열 방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 북미 시장 공략 나선 삼성전자, 4분기 ‘HBM3’ 공급 기대

앞서가는 SK하이닉스에 맞서, 삼성전자도 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2세대 모델인 ‘HBM2’ 양산을 선점하며 시장 주도권을 가져갔으나, 지난해 4세대인 HBM3 양산 선두를 SK하이닉스에게 내준 바 있다.

‘원조 HBM 왕좌’ 자리를 되찾기 위해 삼성전자가 준비한 전략은 ‘북미 공략’이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로부터 HBM3와 패키징의 최종 품질 승인을 동시에 완료했다. 승인받은 제품군은 HBM3와 패키징(Packaging)이다. 품질 승인은 반도체 납품을 위한 필수 절차다.

이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주요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HBM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HBM은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등 연산용 AI반도체 구동에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용 GPU 판매가격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에 육박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HBM3 출시가 임박한 만큼, 올해 하반기엔 SK하이닉스와의 진검승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는 올 4분기 HBM3 출시가 예상돼, 2024년부터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본격 진입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HBM 점유율은 올해 43%, 내년 45%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HBM3 양산이 시작되면 고객사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신규 고객사 확보 전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북미 GPU업체들로부터 HBM3 최종 품질 승인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 만큼, 향후 AI 반도체 출하증가와 신규 고객사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신규 고객사는 2023년 4~5개사에서 2024년 8~10개사로 확대될 것”이라며 “전망 향후 2년간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삼성전자는 HBM3 확장 버전인 HBMP에 대해서도 올 4분기 북미 GPU 업체에 샘플 공급이 예상된다”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빠르게 축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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