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독심술(讀心術)’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뇌 활동 분석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첨단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독심술(讀心術)’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뇌 활동 분석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독심술(讀心術)’은 말 그대로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읽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판타지 소설, 무협지 등에서 ‘초능력’으로 등장하며, 현실 세계에선 마술사들의 속임수로 구현되곤 한다. 그런데 이 마법 같은 독심술이 첨단과학기술을 통해 조금씩 실체화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리면서다.

◇ 뇌파·혈관 변화 등 분석해 생각, 의도 파악… 국내 연구진도 성과 발표

AI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원리의 핵심은 ‘뇌 변화’ 분석이다. 사람의 뇌에선 생각을 할 때 뇌파, 혈관 수축 및 이완 등 생체적 변화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일을 생각할 경우, 뇌혈관에선 급격한 이완이 일어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갑작스럽게 두통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 사이에선 뇌 혈관 및 뇌파의 변화를 AI로 정밀 측정해 생각을 분석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지난 5월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연구진이 발표한 성과다.

알렉산더 허스 신경 과학 및 컴퓨터 과학과 교수팀은 실험 지원자들에게 오디오북을 듣도록 한 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기술로 뇌의 변화를 측정했다. fMRI는 뇌에 자극이 가해질 경우 변화하는 혈류를 전자파로 측정하는 영상 기술이다. 

fMRI와 트랜스포머 기반 AI모델을 활용해 실험 참가자의 생각을 읽는 실험을 진행 중인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연구진./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fMRI와 트랜스포머 기반 AI모델을 활용해 실험 참가자의 생각을 읽는 실험을 진행 중인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연구진./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측정한 데이터의 분석은 새롭게 고안한 ‘트랜스포머 신경망 기반 AI모델’에게 맡겼다. 여기서 트랜스포머 신경망이란 데이터 간 관계를 추적한 후,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AI 신경망 모델이다. 가장 대표적인 트랜스포머 신경망 모델 AI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챗GPT’와 구글의 ‘바드(Bard)’이다. 인구팀은 이 AI모델을 ‘문장 의미 해독기’를 뜻하는 ‘시맨틱 디코더(Semantic Decoder)’로 이름 붙였다.

시맨틱 디코더를 활용한 결과,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가 생각한 내용을 AI가 문서화하는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한 실험참가자가 오디오북의 내용을 듣고 ‘나는 운전면허증이 없다’고 생각하자 AI는 ‘아직 운전 배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텍스트를 생성했다. 문서화된 내용이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맥락은 실제 사람의 생각과 유사하게 나온 셈이다.

국내 연구진도 AI로 사람 행동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박상현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팀은 23일 대상자의 뇌파를 정확하게 분류하는 ‘퓨샷 학습(Few-shot leanring)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팀이 고안한 딥러닝 AI모델의 특징은 적은 양의 데이터만으로도 실험대상자의 뇌파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수의 뇌파 데이터 관계 학습은 주어진 뇌파로부터 특징을 추출해주는 ‘임베딩 모듈(Embedding module)’이, 추출된 데이터에서 중요한 특징을 찾아내는 역할은 ‘시간주의모듈(Aggregation attention module)’이 맡아 진행한다.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한 AI모델로 20개의 뇌파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자의 생각 의도를 최대 76% 정확도로 맞추는데 성공했다. 기존 학계에서 개발된 AI기반 의도 분석 시스템 정확도가 약 64% 정도임을 감안하면 획기적으로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적은 정보만으로도 정확하게 뇌파 분류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며 “해당 기술이 개인화가 필요한 뇌파 관련 연구 분야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박상현 교수, 안시온 학위연계과정생, 치콘테필립 박사후연수연구원./ DGIST
(왼쪽부터)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박상현 교수, 안시온 학위연계과정생, 치콘테필립 박사후연수연구원./ DGIST

◇ 의료·산업·국방 분야 등 활용 기대… 앞서가는 국가는 ‘중국’

이와 같이 사람의 생각을 읽는 AI는 과학계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연구 주제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 상상하긴 다소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실제 산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을까.

AI업계에서 기대하는 적용 분야는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이다. 정서, 통증 정도, 감정 등을 파악해 환자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큰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DGIST의 연구 역시 경찰청의 ‘경찰관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위한 지능형 빅데이터 통합플랫폼 개발 사업’과 DGIST의 ‘몰입형 인간로봇 다중감각 교류기술 상용화 사업’을 통해 수행된 것이다.

‘로봇과의 결합’도 기대되는 산업 분야 중 하나다. 생각을 읽을 수 있는 AI가 로봇에 적용될 경우 스마트 팩토리, 수술용 로봇 등 다양한 곳에 응용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포트앤데이터(Reports and DATA)’는 “의료 산업 부문에서 뇌·생각 판독 로봇은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신체장애가 있거나 마비된 환자의 일상 기능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산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지난해 1월 중국 ‘삼협대학교 지능형 제조혁신기술센터’에서는 작업자의 뇌파를 읽을 수 있는 산업용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비침습적 뇌파 탐지기 및 AI가 적용된 이 로봇은 약 70%의 정확도로 작업자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로봇을 사용할 시, 전체 작업량의 45%, 총 생산 비용은 20~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 전자 기술 그룹(China Electronics Technology group Corporation, CETC)’에서는 지난해 8월 ‘인간-컴퓨터 융합 두뇌 제어 로봇 시스템’ 관련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뇌파 분석 AI기술이 탑재된 로봇으로 항공기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CTEC 측은 “뇌-컴퓨터 융합계층적 시스템 아키텍처를 이용해 항공기의 지능적 제어를 구현했다”며 “무인항공기에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 작전 대응이 가능해, 개별 전투 장비나 함대 전투 장비로서 무인 항공기의 신뢰성과 활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CN114839899 - BRAIN-COMPUTER FUSION FLIGHT CONTROL SYSTEM BASED ON HIERARCHICAL ARCHITECTURE
2022. 8. 2 중국 특허청
Semantic reconstruction of continuous language from non-invasive brain recordings
2023. 5. 1 Nature
Dual Attention Relation Network With Fine-Tuning for Few-Shot EEG Motor Imagery Classification
2023. 6. 12 IEEE Transactions on Neural Networks and Learning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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