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이 또 다시 사령탑 교체를 추진한다. 천해우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사장 선임 인사를 발표했다. /락앤락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락앤락이 또 다시 사령탑 교체를 추진한다. 천해우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사장 선임 인사를 발표했다. 락앤락은 신임 사장으로 이영상 전 투썸플레이스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잦은 수장 교체에 회사 내부는 물론,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 대표이사 선임 두 달도 안 돼 또 교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락앤락은 29일 임시주주총회 의안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정 공시를 냈다. 내달 1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영상 사내이사 신규 선임의 건과  △자본금 감소(유상감자)의 건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당초 지난 7일 락앤락은 김동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상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같은 공시 직후, 락앤락은 신임 사장으로 이영상 전 투썸플레이스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대표이사인 천해우 부사장을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천해우 부사장은 지난달 11일 락앤락의 사내이사로 선임됨과 동시에, 대표이사로 임명된 인사다. 

락앤락 관계자는 “내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이영상 신임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예정”이라며 “천해우 부사장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오면서 글로벌 COO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고 말했다. 

천해우 부사장은 락앤락 베트남 호치민법인장을 시작으로 동남아사업부문장, 동남아영업총괄 등을 거친 글로벌 전문가다. 지난달 락앤락 측은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새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락앤락은 또 다시 회사 사령탑 교체 상황을 맞게 됐다. 

락앤락의 잦은 대표이사 교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 1월 김성훈 대표 체제에서 김성훈·김성태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김성태 대표 단독체제로 바뀌었다. 그리고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이재호 신임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가 9개월 만인 지난 7월 천해우 대표 체제로 깜짝 변경됐다. 내달 이영상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면 1년 7개월 새 네 번째 수장 교체가 이뤄지는 셈이다. 

락앤락은 2017년 대주주가 창업주인 김준일 전 회장에서 사모펀드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로 변경되면서 변화를 겪은 곳이다. 어피너티는 2017년 김준일 전 회장 일가로부터 지분 62.52%를 인수해 락앤락의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락앤락은 2018년부터 김성훈 전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가 유지되다, 지난해부터 잦은 인사 변화를 겪고 있다.

◇ 락앤락, 실적 부진… 잦은 대표이사 교체에 혼란 가중

이는 락앤락의 실적 부진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락앤락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보다 92.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락앤락은 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 정책으로 수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원가 부담까지 급증하면서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락앤락은 대주주 교체 후 실적 감소를 겪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당시만해도 영업이익이 516억원에 달했지만 △2018년 365억원 △2019년 243억원 △2020년 289억원 △2021년 325억원 순으로 서서히 감소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엔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실적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 상반기 락앤락은 2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동기(38억원) 대비 26% 줄어든 규모다. 순이익은 -33억원으로 전년 동기(49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짜는 어피너티를 골치 아프게 하고 있다. 어피너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락앤락의 지분 63%를 6,3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주당 거래가격은 1만8,000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락앤락 주가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5,800원대 선까지 떨어졌다. 

통상 사모펀드는 회사 인수 후 5년 내에 매각 등 엑시트 전략을 짜야 한다. 엑시트 기한이 도래했지만 어피너티 측은 실적 부진에 따른 기업가치 저하로 엑시트 전략을 수립하는데 난관에 봉착했다. 

이에 어피너티 측은 당장 매각을 통한 엑시트가 여의치 않자 지난해부터 락앤락의 체질 개선과 유동성 확보, 자산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락앤락은 실적 악화에도 약 83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시장에선 해당 배당을 놓고 대주주의 투자금 중간 회수 성격이 크다고 봤다. 이번에 추진되는 유상감자 역시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수순으로 풀이된다. 어피너티는 락앤락의 유상감자로 278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어피너티 측의 실적 개선과 효율적인 엑시트 추진을 위해 리더십 교체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새롭게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영상 신임 사장은 소비재 산업에 오랜 기간 몸담은 전문가다. 그는 한국산업리스, 로디아 폴리아마이드, 보루네오 가구, AIG손해보험, 오비맥주 등을 거쳐 2019년 6월부터 4년간 투썸플레이스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락앤락의 대주주인 어피니티와는 오비맥주 CFO시절 파트너로 합을 맞추며 성과를 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락앤락 관계자는 “현재 락앤락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해외사업을 재정비하는 단계”라며, “이영상 사장은 소비재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락앤락의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고 신성장을 위한 기틀을 다질 수 있는 분으로 생각해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잦은 수장 교체에 시장의 혼란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조직 내부에서도 잇단 리더십 변화에 술렁이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락앤락은 올해 노조와의 갈등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락앤락 노조는 사측이 유연근무제 등을 불법 도입해 임금체불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하며 사측과 갈등을 이어왔다. 
 

근거자료 및 출처
주주총회소집결의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829800597
2023. 08. 2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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