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커넥트 시장’ 급성장… 스마트 가전 간 ‘상호연동’ 중요성↑
글로벌 가전업계, HCA 중심으로 제품 간 상호연동 속도 ‘UP’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커넥티드홈’ 기능 수요가 높아지면서, 스마트 가전 간 '상호 연동'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커넥티드홈’ 기능 수요가 높아지면서, 스마트 가전 간 '상호 연동'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가전(家電)’의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다. 국내 가전매장만 해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 기업뿐만 아니라 다이소, 파나소닉, 샤오미 등 여러 제품 브랜드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첨단 ICT기능을 앞세운 ‘스마트 가전’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여러 스마트 가전 간 호환성도 중요해지고 있다. 스마트 가전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커넥티드홈’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가전 업계에서 서로 다른 브랜드 가전끼리 연결 가능한 기능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적과의 동침’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어제의 적, 오늘의 친구’… 가전 연동으로 손잡은 삼성·LG

지난 5일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의 주요 화두 역시 커넥티드홈 기능에서의 상호호환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글로벌 가전 업체들 대다수는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상호호환 플랫폼 기술을 선보였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지난달 29일 양사는 스마트앱(App)으로 두 회사의 가전제품 상호 연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통합 연결 플랫폼인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과 ‘LG씽큐(ThinQ)’를 통해 양사의 가전제품 제어가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양 사에 따르면 올해 연동 서비스를 시작하는 제품은 9종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식기세척기 △오븐 △로봇청소기 △TV △공기청정기 등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추후 연동 가능한 제품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지원되는 기능은 원격 동작 및 모니터링 등 소비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다.

양 사는 글로벌 주요 가전 기업과의 상호 연동도 추진한다. 올해 연동 서비스를 시작하는 지역은 한국, 미국을 포함한 총 8개국이다. 협력 대상은  ‘베스텔(Vestel)’, ‘샤프(Sharp)’ 등이다. 베스텔은 터키 최대의 IT·가전 업체다. 특히 스마트 TV의 경우, 유럽 시장에서 상당 부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샤프는 일본의 전자제품생산 기업이다. TV, 에어컨, 스마트폰 등 여러 스마트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베스텔, 샤프 등 기업을 포함한 15개사와의 스마트홈 연동을 추진 중”이라며 “아직 정확한 날짜가 나오진 않았지만 올해 안에 상호 연동 서비스를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 사의 스마트앱(App)으로 가전제품 상호 연동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좌측부터)사진은 삼성전자의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과 ‘LG씽큐(ThinQ)’앱. / 각 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 사의 스마트앱(App)으로 가전제품 상호 연동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좌측부터)사진은 삼성전자의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과 ‘LG씽큐(ThinQ)’앱. / 각 사

◇ 소비자 트렌드 변화가 핵심… “스마트 가전 동맹이 곧 시장 경쟁력”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가전기업들이 상호 연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가전 구매 트렌드에 맞추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과거 ‘백색 가전은 LG’, ‘내구성은 삼성’이라며 한 가지 브랜드만 고집했던 소비자들이 최근 스마트 가전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가전제품의 기능만이 아니라 사용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이 개별 가전제품의 기능만이 아니라 사용 경험을 중요시하고 있다”며 “가전 제조사들은 가전제품을 하나로 연결해 편의성을 제공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일반 IT제품 대비 교체가 어려운 점도 스마트 가전의 상호 연동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경우, 가격이 일반적으로 200만원 안팎이다. 교체 주기도 통상 2~4년 정도로 짧다. 하지만 냉장고, TV, 에어컨 등 대형가전제품의 경우 일반적인 교체 주기는 10년 이상이다. 가격도 300만원을 보통 훌쩍 넘긴다. 최고 사양 제품의 경우, 1,000만원에 육박한다.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사용 기간도 길고 가격도 비싼 가전제품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조사업체 ‘DMC리포트’가 발표한 ‘2023 가전 업종 보고서’에서도 소비자가 선호도로 프리미엄 브랜드(40.3%), 중저가 브랜드(59.7%)로, 중저가브랜드의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게 관찰됐다. 예전처럼 ‘대기업’ 제품만이 무조건 좋다는 인식보단, 가성비를 고려해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분화되는 가전시장에서 상호 연동 능력을 가진 제품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각자의 제품으로 개별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존 방식은 고객에게 자신의 가전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하는 부담이 존재했다”며 “선제적으로 스마트 홈 동맹을 확대한 국내 가전 제조사는 그렇지 못한 기업 대비 서비스 우위를 가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국내 기업들은 고도화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동맹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판매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동맹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의 가전제품에 대한 교체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베스텔, 샤프 등 기업을 포함한 15개사와의 스마트홈 연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IFA 2023 현장서 삼성전자의 세탁건조기 '올인원' 제품을 살펴보는 관람객의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베스텔, 샤프 등 기업을 포함한 15개사와의 스마트홈 연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IFA 2023 현장서 삼성전자의 세탁건조기 '올인원' 제품을 살펴보는 관람객의 모습./ 삼성전자

◇ HCA 중심으로 뭉치는 글로벌 가전업계

현재 글로벌 가전기업들의 협력엔 홈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HCA, Home Connectivity Alliance)’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HCA는 지난 2021년 8월 삼성전자의 주도 하에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설립된 글로벌 IoT 표준 기구 및 연결 협의체다. 

15개 회원사를 중심으로 HCA에선 각 기업의 가전제품 제어 표준을 마련하고, 연결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사는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 하이얼, 아르첼릭, 트레인, GE 등 글로벌 가전기업들로 구성됐다. 

아울러 HCA는 스마트 가전 연동 생태계 확장하고자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23’서 ‘HCA 인터페이스 1.0’을 발표하기도 했다. HCA 인터페이스 1.0은 스마트 가전 클라우드 간(C2C) 상호 운용성에 대한 업계 표준이다. 각 가전제품이 제조업체 및 제작연도 시기와 관계없이 원활하게 상호 운용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에어컨 및 난방기기간 HVAC시스템(공기조화) 연동도 가능케해, 에너지 절약 효과도 높인다.

회원사들의 HCA 인터페이스 1.0 채택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 가전 연동 서비스 추진도 HCA 인터페이스 1.0을 기반으로 진행된 것이다.

에미르 라식(Emir Lasic) HCA 수석연구원은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주요 기업 브랜드가 함께 모여 상호 운용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스마트 홈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HCA는 주요 가전제품, HVAC 시스템 및 TV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에게 단일 앱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윤호 HCA 회장은 “우리의 회원사들은 이미 각 사의 가전제품에 대한 상호 운용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우리 회원사들이 이 기준을 채택해 HCA의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들에게 제공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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