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반도체  측정장비 기업 ‘세미렙’과 협력
‘SiC 전력반도체 이온 주입 평가기술’ 이전

한국전기연구원은 ‘SiC 전력반도체 이온 주입 평가기술’을 헝가리 반도체 기업 세미랩에 기술이전했다고 11일 밝혔다. (좌측 두번째) 방욱 KERI 전력반도체연구단장과 (좌측 세번째) 박수용 세미랩 코리아 대표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은 ‘SiC 전력반도체 이온 주입 평가기술’을 헝가리 반도체 기업 세미랩에 기술이전했다고 11일 밝혔다. (좌측 두번째) 방욱 KERI 전력반도체연구단장과 (좌측 세번째) 박수용 세미랩 코리아 대표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한국전기연구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전력반도체 기술이 헝가리에 이전된다. 한국 반도체 기술 산업의 유럽 시장 진출 및 경쟁력 확보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탄화규소(SiC, silicon carbide) 전력반도체 이온 주입 평가기술’을 헝가리 업체에 기술 이전하는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전류 방향 및 전력 변환 제어에 사용된다. 사람의 몸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KERI의 전력 반도체 기술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 반도체 측정 장비 전문업체인 ‘세미랩(Semilab)’에 최근 기술이전 됐다. 세미랩은 중견 정밀계측 장비 및 소재특성 평가 장비 특허를 소유한 기업이다. 반도체 특성 평가 장비기술로는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다. 헝가리와 미국에 제조 공장도 가지고 있다.

이번에 KERI가 세미랩에 이전한 기술은 ‘탄화규소(SiC)’ 전력 반도체 기술이다. 전력반도체 제작엔 여러 소재가 사용된다. 그중 SiC는 높은 내구성과 전력 효율을 보여, 가장 주목받는 소재다. SiC 전력반도체를 전기차에 탑재하면 배터리 전력 소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차체의 무게와 부피도 줄어들어, 최대 10%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SiC 전력반도체는 제조 공정이 매우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인 전력반도체는 전도성이 강한 웨이퍼위에 에피층(단일 결정의 반도체 박막을 형성한 층)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에피층에 전류를 흘려보낼 경우, 표면이 거칠어지고 전자의 이동 속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에피 웨이퍼 자체 가격도 비싸서 양산화에 큰 걸림돌이 됐다.

SiC 전력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이온 주입 장치와 반절연 SiC 반도체 웨이퍼./ 한국전기연구원
SiC 전력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이온 주입 장치와 반절연 SiC 반도체 웨이퍼./ 한국전기연구원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피층이 없는 ‘반절연 SiC 웨이퍼’에 이온을 주입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웨이퍼가 전도성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이온 주입은 반도체의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KERI연구팀은 10여년에 걸쳐 쌓아온 SiC 이온 중비 연구 경험을 통해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번 헝가리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도 추진할 수 있었다.

KERI와 세미랩은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고품질의 SiC를 규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미랩은 KERI 기술을 활용해 SiC 전력반도체의 이온 주입 공정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장비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박수용 세미랩 코리아 지사장은 “전문 장비 개발을 통해 이온 주입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률을 낮추고, 소자의 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수한 균일도와 재현성이 있는 고품질의 이온 주입 양산 공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큰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우 KERI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장은 “이온 주입 기술은 반도체 소자의 전류 흐름을 높이고, 고가의 에피 웨이퍼를 대체하여 공정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라며 “고성능 SiC 전력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양산화에 기여하는 큰 기술”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