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해 4분기부터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얼어붙었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해 4분기부터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꽁꽁 얼어붙었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 하반기 들어 조금씩 녹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8월 ICT산업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수출 감소폭은 올해 1월 저점 이후 점진적 개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75억4,000만달러였던 반도체 수출액은 8월 86억4,000만달러까지 회복했다.

이 같은 회복세에 하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침체됐던 국내 반도체 업계 실적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TSMC발(發)’ 불안요소, 글로벌 미중갈등 등 불안 요소는 여전히 산재해 있어, 당분간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대규모 감산으로 재고 조정… 4분기 메모리 가격 안정화 기대

일단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만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매출 69조8,597억원, 영업이익 4조68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 예상 매출·영업이익이 각각 68조1,402억원, 2조6,473억원이다. 각각 전 분기 대비 매출은 2.52%, 영업이익은 51.35% 증가하는 셈이다.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 컨센서스는 8조6,718억원으로 3분기 예상치(7조8,904억원) 대비 9.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이 나오는 이유로 ‘메모리 재고조정’을 꼽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DDR4(D램 반도체 중 하나) 유통 재고가 올 연말을 지나가며 정상 수준에 접근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4분기 D램 고정 가격도 상승 전환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김동원 KB리서치 본부장도 18일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PC 업체들의 재고조정 마무리와 부품 구매 확대로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은 올 4분기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상승 전환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감산’도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크게 발생한 이유는 지난 2021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였다. 수요 왜곡 현상과 밸류체인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규모 반도체 재고 축적이 발생한 것이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대규모 감산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재고 물량 소진이 이뤄짐에 따라, 관련 매출도 안정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NAND 플래시 부문 올해 2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4% 증가한 93억3,800만달러(12조4,008억원)을 기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급 업체들의 대규모 감산 이후, 최근 들어 고객들의 구매 스탠스에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음”며 “DDR4를 포함한 DRAM 현물 가격의 반등도 이러한 흐름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NAND 플래시의 경우 일부 제품들의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DRAM 내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 비중은 올 하반기 1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2024년 대규모 증설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고 예상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연구센터 센터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 공급 업체들이 올 3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감산에 나섰다”며 “4분기에 들어가면서 반도체의 공급량이 줄어듦에 따라 가격폭도 어느 정도 회복세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되는 IT·전자기기에 대한 수요는 아직까지 눈에 띄는 반등은 없으나 감산에 의한 메모리 공급량 감소, HBM시장이 확대 등의 요인으로 시장에 회복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시설투자 장비 납품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TSMC의 투자 감축이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 뉴시스
지난 1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시설투자 장비 납품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TSMC의 투자 감축이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 뉴시스

◇ 감산 효과 보려면 4분기부터… “TSMC發 악재는 지나친 우려”

기대되는 4분기와 달리, 3분기 실적 자체는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아직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미미한 상태라는 것. 전문가들은 감산 효과로 메모리 가격 반등이 일어나려면 적어도 10월은 돼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전반적인 완제품 수요 부진 등으로 인해 기존 추정치를 2% 하회하는 67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까지는 미미한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와 신규 평택 3기 라인 증설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반도체 부문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8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감소하고 있다”며 “LP DDR5X, PC DDR5를 중심으로 고정 가격은 반등을 시도하고 있고, 서버 DDR5 가격도 늦어도 10월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TSMC발 악재’도 국내 반도체 시장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지난 15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TSMC’는 시설투자 장비 납품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TSMC의 투자 감축이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8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TSMC와 또 다른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인 UMC 모두 생산 능력 확장 일정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SMC의 경우 3나노 공정 률 예상치도 2023년과 2024년 기준 40%, 71%에서 36%, 65%로 하향 조정했다. 2024년과 2025년 3나노 공정 생산능력도 월 8만~9만장에서 월 7만~8만장으로 수정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 주가는 대폭 하락했다. 15일 7만2,00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19일 6만9,800원(-3.06%)으로 떨어지며, 다시 ‘6만전자’로 주저앉았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12만2,400원에서 11만9,200원으로 2.61%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지나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반도체 주가는 TSMC의 장비 입고 지연 소식이 반도체 수요 부진 우려로 이어지면서 하락했으나, 메모리 반도체의 타임라인은 TSMC와 다르다”며 “메모리는 TSMC 등 파운드리보다 앞서 다운 턴을 맞이해 재고 조정을 먼저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주요 고객사인 모바일, PC 업체들이 메모리 재고 조정을 시작한 것은 작년 2분기부터”라며 “이를 반영해 메모리사 실적은 작년 3분기부터 감소했고, 투자 축소와 감산 또한 작년 3분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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