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농장부터 푸드 주크박스까지 미래 스마트 농업 기술 ‘눈길’
AI기반 자율주행로봇으로 식물 구조 그리는 ‘식물 3D피노타이핑’ 연구 한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 연구소’의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에서 작물 재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택성 KIST 책임연구원(사진 앞쪽)과 박수현 책임연구원(뒤쪽)./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1차 산업’군에 속했던 ‘농업’이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새로운 고부가가치사업으로 떠오르는 산업이 있다. 가공, 체험관광 등 2, 3차 산업과 융복합 과정을 거치며 미래 신산업으로 변모하면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Smart farm)’은 미래 농업을 이끌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관련 산업 규모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팜 시장은 176억달러, 한화 23조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오는 2027년엔 330억달러(한화 44조6,22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같은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맞춰, 국내 연구진들 역시 스마트 농업 전략 확보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스마트농업 선도 연구소 중 한 곳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 연구소’다. 

2003년 설립된 천연물 연구소는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를 중심으로 AI 기반 천연물 연구 고도화,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 개발 및 전주기 플랫폼 구축을 통한 사업화와 지역사회 기여를 목표로 운영 중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를 방문, 한국 스마트 농업의 미래 모습을 들여다봤다.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의 스마트 농업 연구시설 ‘스마트 U-팜(Smart U-FARM)’./ 박설민 기자

◇ 수직농장부터 푸드 주크박스까지… 미래 스마트팜 기술 한 눈에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서 약 4시간이 걸려 도착한 KIST 강릉분원 천연물 연구소. 일반적으로 딱딱하고 삭막한 느낌인 ‘과학 연구 시설’들과 달리 천연물 연구소의 주변엔 가을 낙엽으로 아름다운 리조트 풍경을 연상케 했다.

연구소 입구를 지나 ‘스마트 U-팜(Smart U-FARM)’ 시설로 들어서자, KIST 강릉분원의 박수현 책임연구원과 이택성 책임연구원이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에서는 ‘데이터 기반 기능성 식물 최적 생산 스마트팜 플랫폼’ 개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되고 있었다. 연구에 필요한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첨단재배시설도 두루 갖춰져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시설은 스마트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이었다. 수직농장은 여러 층으로 구성된 시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장 시스템이다. 1950년대부터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한 수직농장은 1999년 미국 콜롬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가 식량난과 농경지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꼽으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여름 기간 ‘스마트 U-팜(Smart U-FARM)’  내부에 설치된 수직농장은 사진 속 모습처럼 싱싱한 작물로 식물 아파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여름 기간 ‘스마트 U-팜(Smart U-FARM)’  내부에 설치된 수직농장은 사진 속 모습처럼 싱싱한 작물로 식물 아파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마트 U-팜 건물 2층의 유리벽을 통해 보이는 KIST 수직농장은 거대한 대형마트의 진열대를 연상케 했다. 박수현 책임연구원은 연구원들이 이 시설을 ‘식물공장’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여름에 작물 재배를 마친 상태라 현재 2,3층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1층에선 여전히 바질 등 연구용 작물이 한가득 자라고 있었다. 여름철 작물이 가득 차 있을 땐 층층이 재배되는 농작물의 모습 때문에 ‘식물 아파트’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수직농장시설 옆, 창고처럼 보이는 시설로 들어가자 작은 냉장고처럼 보이는 박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 냉장고들의 이름은 ‘푸드 주크박스’로 빛, 온도, 영양분 등 제어해 식물 재배와 생장 데이터 수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치다. 디지털 실험장비 제조사 ‘코리아디지털’과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연구진이 공동으로 제조했다. 현재 센터에서는 약 60여대의 푸드 주크박스가 운영 중이다.

박수현 책임연구원은 “식물이 자라는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자라는 식물의 캐노피영상을 자동으로 측정해 환경-표현체 연구를 할 수 있는 장비”라며 “현재 센터에서는 배추를 키우면서 개화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푸드 주크박스를 설명하는 이택성 KIST 책임연구원(위쪽)과 푸드 주크박스 내부 모습./ 박설민 기자
푸드 주크박스를 설명하는 이택성 KIST 책임연구원(위쪽)과 푸드 주크박스 내부 모습./ 박설민 기자

◇ AI기반 ‘피노타이핑’ 기술로 식물 구조 연구 

수직농장과 푸드주크박스를 살펴본 후 1층으로 내려가 연구실로 들어가자 특이한 실험 장비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판 위에 식물 화분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마치 도자기를 빚는 모습이었다.

이 장치의 이름은 ‘식물 턴테이블 기반 3D 정합 플랫폼’.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턴테이블 위에서 우측에 설치된 조명과 카메라 모듈장비로 실시간으로 화분을 촬영하는 장비다. 촬영된 영상 데이터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3D영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작물의 360도 영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턴테이블 기반 3D 정합 플랫폼 장비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작물 피노타이핑’ 기술 때문이다. 작물 피노타이핑이란 작물의 생육 특성을 영상 정보의 수집과 분석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식물의 상태를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수집된 작물 생육 특성 데이터를 AI로 분석-모델링해 식물의 특정 형질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작물 피노타이핑 기술은 현상을 수치화하거나 구분을 위한 모델화가 어려운 식물의 형질 수집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식물이 ‘웃자랐는지’ 등의 모호한 상황을 수치화할 수 있다. 줄기두께, 식물체 키, 잎의 숫자 및 크기 등의 정보를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수치화하고, 구분해 모델화할 수 있어서다.

이택성 책임연구원은 “영상을 카메라 모듈로 촬영한 뒤, 마치 조각을 깎아 연결하는 것처럼 AI가 3D이미지 형상화시키게 된다”며 “아직까지 GPU 등 컴퓨터 자원이 많이 들어가,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 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만큼, 미래 농업 분야에선 적극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 턴테이블 기반 3D 정합 플랫폼’의 모습. 우측에 설치된 조명과 카메라 모듈, AI시스템을 기반으로 식물의 3D구조를 실시간으로 생성해낸다./ 박설민 기자
‘식물 턴테이블 기반 3D 정합 플랫폼’의 모습. 우측에 설치된 조명과 카메라 모듈, AI시스템을 기반으로 식물의 3D구조를 실시간으로 생성해낸다./ 박설민 기자
3D피노타이핑 기술로 만들어낸 3차원 식물 구조 지도의 모습./ 박설민 기자
3D피노타이핑 기술로 만들어낸 3차원 식물 구조 지도의 모습./ 박설민 기자

◇ AI와 자율주행로봇이 스마트팜 관리 

스마트 U-팜을 살펴본 후, 이동한 곳은 야외에 위치한 농장이었다. 거대한 비닐하우스 형태로 제작된 야외 농장에는 은색 레일을 따라 토마토와 오이가 줄지어 자라고 있었다. 아직 녹색빛으로 덜 익었지만 우리가 아는 토마토의 모습처럼 둥글고 탄탄한 과실들이 나무 여기저기에 매달려 있었다. 오이에서는 노란색 꽃이 활짝 피어있었고, 줄기마다 완두콩만큼 작은 새끼 오이 과실이 자랐다.

이곳의 ‘스마트 온실’. 연구원들이 AI와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한 스마트팜 복합환경 제어 플랫폼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중인 ‘AI를 이용한 스마트 온실의 완전자율형 복합환경 제어 플랫폼 개발’과제의 일환으로 KIST 강릉분원에서 자체 제작했다.

온실에는 각각의 작물이 자라고 실시간 온도·수분감지센서와 조명이 설치돼, 식물 재배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뿐만 아니라 식물 재배용 영양액도 지능화 시설을 기반으로 작물에게 자동 공급된다.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중인 ‘AI를 이용한 스마트 온실의 완전자율형 복합환경 제어 플랫폼 개발’과제의 일환으로 구축된 KIST 스마트 온실./ 박설민 기자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중인 ‘AI를 이용한 스마트 온실의 완전자율형 복합환경 제어 플랫폼 개발’과제의 일환으로 구축된 KIST 스마트 온실./ 박설민 기자

박수현 책임연구원은 “스마트 온실에서는 식물의 생장점 영상을 뎁스카메라로 측정하고, 이로부터 추출한 생육지표로 식물의 영양·생식 생장정도를 파악한다”며 “이를 통해 재배사가 원하는 형태로 작물의 생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AI생육-환경 모델, 에너지사용량 예측, 온실 AI 자율제어의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온실 내부를 한창 살펴보던 중, 위잉 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이동하자 커다란 카트 모양의 로봇이 농장 레일을 따라 돌아다니며, 작물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6축의 협동로봇용 팔이 부착된 이 자율주행로봇은 손끝에 달린 카메라로 쉬지 않고 식물들의 영상을 찍고 있었다.

‘스마트팜 무인 자율주행로봇’이 온실 내 작물을 관리하고 있는 모습./ 박설민 기자
‘스마트팜 무인 자율주행로봇’이 온실 내 작물을 관리하고 있는 모습./ 박설민 기자

이 로봇의 이름은 ‘스마트팜 무인 자율주행로봇’이다. 스마트팜 다부처 패키지 혁신기술개발사업의 하나인 ‘K-FARM 전용 MCU 보드 개발 적용한 무인자율형 스마트 모델 팜 개발 및 실증 과제’로 개발된 것이다. 자율주행로봇 개발은 KIST 연구진과 협업중인 부산의 DRB오토메이션에서 제작했다. 6축 로봇 팔은 협동로봇 제작사인 ‘유니버설 로봇’의 제품을 사용했다. 자율주행로봇은 앞서 소개한 작물 피노타이핑 기술 연구에도 사용된다. 

김형석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은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한 3D 피노타이핑 기술은 사람의 측정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자주, 더 많은 작물들을 좀 더 자세하게 측정 가능하다”며 “이렇게 하면 사람이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좀 더 정확한 생육상태를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는스마트팜 내에서 작물의 생육상태를 파악하는 건 좀 더 안정적이고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율주행로봇을 이용한 3D 피노타이핑 기술을 계속해서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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