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주요 3사 대표이사가 모두 교체됐다. 일각에선 지난 9월 신세계그룹 인사와 비슷하게 실적 부진에 따른 인적 쇄신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3사 대표 교체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장 및 부사장 등 총 40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폭은 지난해에 비해 축소됐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했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2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김형종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정지영 사장이 내정됐다. 현대홈쇼핑의 임대규 대표이사도 물러난다. 이 자리에는 한광영 부사장이 내정됐다. 현대L&C에는 정백재 전무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 기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 추구’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조직을 확장하기보다는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을 꾀하는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 새로운 리더십 등을 두루 갖춘 미래지향형 인재를 핵심 포지션에 중용해 그룹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변화와 혁신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가 교체된 데 대해서는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를 주지 않았다”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선 변화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홈쇼핑의 경우 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승진 발탁함으로써 안정을 바탕으로 도전과 혁신을 추구해 나갈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 유통 3사, 올해 수익성 악화 지속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백화점 등 주요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에 따른 쇄신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현대백화점그룹의 연결기준 순매출액은 2조6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35억원으로 같은 기간 16.6%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백화점 부문은 순매출액 1조1,668억원(3.1%↑), 영업이익 1,565억원(16.6%↓)을 기록했다. 면세점 부문은 매출액 5,262억원(47.1%↓), 영업손실 165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실적 악화는 현대백화점그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함께 ‘유통 3사’로 일컬어지는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성적도 올해 들어 부진한 편이었다. 여기엔 코로나 엔데믹 직후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역기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부터 가파른 물가 상승이 계속됐고,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더해지면서 역풍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대표이사의 약 40%를 교체하는 파격적인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이례적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움직이면서 신세계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진이 교체됐다. 업계서는 이에 대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경질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특히 롯데쇼핑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문책성 인적 쇄신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4% 줄어 7조1,8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분기에 호조세를 그렸으나, 2분기엔 전년동기대비 30.8% 감소한 515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백화점 부문에서는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7.3% 감소했다. 홈쇼핑 등 계열사 전반에서도 수익성이 악화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