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에어부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에어부산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인수합병·M&A) 과정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지적사항인 ‘항공화물 독과점’을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을 승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에어부산도 분리매각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에어부산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 분리매각’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사회 참석자는 5명이며, 이 중 1명이 중도 퇴장했고 표결에서 이사 3명이 찬성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매각이 승인되자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등에서는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독자생존을 위해 ‘에어부산 분리매각’ 목소리를 내며 행동에 나섰다.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현재 건설 예정인 동남권 관문공항인 가덕신공항의 성공과 지역민들의 이동편의를 지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에어부산은 국내 항공사들 중 김해국제공항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 거점 항공사다. 지역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항공사인 셈이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이뤄지게 되면 에어부산은 에어서울과 함께 진에어에 흡수 합병되고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본사는 서울이나 인천으로 옮겨 가게 된다. 이 경우 김해공항 및 가덕신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가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나아가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권의 운임 상승으로 이어져 지역 거주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에어부산 본사는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하고 있어 세금을 부산시 및 부산 강서구로 납부하고 있는데, 통합 LCC 본사가 부산에 존치되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이전하게 되면 부산 지자체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더불어 에어부산은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KDB산업은행 채권단의 관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한 상황에 놓였고, 이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올해까지 5년째 임금이 동결된 것으로 알려지며, 저임금과 코로나19 사태로 휴직, 근로시간 가중 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9년 사업보고서 기준 에어부산의 직원 수는 정규직과 기간제 근로자(계약직)를 포함해 1,454명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반기보고서(6월말) 기준 1,266명으로 188명이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올해 상반기 70여명을 신규 채용한 결과다.

또한 에어부산은 지난 2018년 에어버스와 도입 계약을 체결한 차세대 항공기(A321-neo LR) 2대를 2020년 도입한 이후에는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신형 항공기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2년간은 신규 운수권 배분에서도 전부 제외됐다.

이에 에어부산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부산시와 부산 지역 상공계에서는 에어부산의 부산 존치를 위해 분리매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목소리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부산시의 조력이 절실해 보인다.

에어부산을 독립적인 항공사로 부산에 존치시키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의 지분을 부산시와 지방 기업들이 인수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에어부산의 지분구조는 △아시아나항공 41.89%(최대주주) △에어부산 0.05%(자기주식) △에어부산 및 계열사 임원 약 0.03% △소액 주주 41.87% △부산시 및 상공계 약 16.16% 등으로 나눠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현재 산은 측과 대한항공 간에 이뤄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이후에는 대한항공이 키를 잡게 된다. 결국 에어부산 분리매각과 관련해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해지는데, 분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에어부산 분리매각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지역항공사의 필요성 때문이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는 “이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고 계열 LCC들이 합쳐져 통합 LCC가 출범하면 본사는 부산이 아닌 수도권으로 옮겨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 경우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사가 없어지는 셈인데, 그간 에어부산에서 수익성이 낮음에도 지역항공사라는 책임감으로 지방거주민들의 이동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운항하던 김포∼부산(김해) 노선 운항이 줄어들고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지방 거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항공사가 수익을 많이 창출을 하려면 인구가 약 800만명 정도인 부산·울산·경남도 지방보다는 2,000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위주로 운영하는 게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부울경 지역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지방 거주민의 이동편의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나아가 개항 예정인 가덕신공항을 허브로 하는 항공사가 없어지는 만큼 가덕신공항의 성공적인 운영에 있어서도 위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