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커퓨타임으로 회항 시 손실 막대… 승객도 불편

국내 11개 공항에서는 야간 및 심야시간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는 커퓨타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커퓨타임으로 인해 회항하는 항공편의 경우 손실이 상당하고 승객들도 불편을 호소해 커퓨타임 조정 또는 예외적으로 심야 착륙을 허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픽사베이
국내 11개 공항에서는 야간 및 심야시간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는 커퓨타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커퓨타임으로 인해 회항하는 항공편의 경우 손실이 상당하고 승객들도 불편을 호소해 커퓨타임 조정 또는 예외적으로 심야 착륙을 허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김포국제공항의 ‘커퓨타임(Curfew Time)’ 조정 필요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커퓨타임이란 항공기 소음 발생에 따른 민원을 차단하기 위해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는 시간을 뜻한다.

국내 다수의 공항에서는 공항 인근 거주민의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야시간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고 있다. 해외 일부 공항도 커퓨타임을 운영한다. 취지에 대해서는 모든 항공사들이 이해를 한다. 그러나 기상악화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출발이 지연돼 야간 비행편이 김포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기수를 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막대해 커퓨타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제주공항에서 오후 9시 20분 출발해 오후 10시 35분 김포공항에 도착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96편은 기상 악화와 항공기 연결 문제로 출발이 지연돼 예정보다 1시간 늦어진 오후 10시 13분에 출발했다. 보통 제주∼김포 구간 비행이 50분∼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김포공항 착륙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OZ8996편은 빠르게 비행을 해 오후 10시 59분쯤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반면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마지막 항공편인 이스타항공 ZE230편도 기상악화 등으로 약 45분쯤 지연된 오후 10시15분에 이륙했으나 김포공항에 착륙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인천으로 향해야 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당시 이스타항공 ZE230편에 탑승했던 승객들과 항공사 전부 피해를 겪게 된 점이다. 단 몇분 차이로 인천으로 향하게 된 승객들은 귀가가 1시간 이상 늦어졌으며, 항공사는 승객들을 수송할 대체교통편(버스)을 마련해야 했다. 또 인천으로 향한 ZE230편은 승객들을 모두 내려주고 다음날 오전 6시 49분 빈 비행기 상태로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다시 일정에 투입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포공항에 내려야 하는 항공기 1편이 커퓨타임으로 인해 인천공항으로 향하게 되면 △승객들 대체교통편 비용 △빈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이동시키는 데 따른 연료비 추가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 인천공항 공항사용료 등 출혈이 상당하다. 이 경우, 그날 벌어들인 수익이 전부 날아가는 수준으로 지출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는 하루의 마지막 항공편은 김포공항의 커퓨타임을 매번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를 비롯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돌풍이나 기상악화 등 자연재해로 항공편이 연기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커퓨타임에도 착륙을 허가해주거나,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마지막 항공편이 늦게 되면 착륙료를 더 내더라도 김포공항에 착륙을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에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2014년∼2019년 8월까지 커퓨타임으로 회항한 비행기와 승객이 총 283편, 4만7,553명으로 적지 않은 점을 꼬집으면서 “커퓨타임으로 인한 회항으로 발생하는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기간 커퓨타임으로 회항한 항공편의 99% 이상이 제주에서 김포로 향한 항공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김포공항의 커퓨타임 시작 시간을 대구공항처럼 자정으로 미루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도 존재한다. 김포공항의 커퓨타임 시작 시간만 1시간 미루게 되면 제주공항의 혼잡도를 조금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커퓨타임 조정이나 심야시간(오후 11시∼오전 6시) 항공기 이착륙에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심야시간 항공기 운항이 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심각한 수준의 소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김포공항의 경우 공항 주변 거주민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 항공기 이착륙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고, 이 때문에 커퓨타임 시작 시간을 미루는 게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꾸준히 커퓨타임 시작 시간 조정이나 불가피하게 항공기가 지연됐을 시 자정 이전까지는 착륙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경우 김포공항 관제 및 지상직 등 근로자들의 연장근무로 인한 문제도 존재한다”며 “커퓨타임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항공사들과 김포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국토교통부, 서울 강서구청 및 강서구의회, 지역주민들이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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