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에넥스가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에넥스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에넥스가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에넥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가구업체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에넥스는 지난 21일 자율공시 사안인 ‘자산재평가 실시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본점 소재지와 ‘더 에넥스 강남’ 등 총 4곳의 토지가 자산재평가 대상이며, 기준일은 올해 말입니다.

자산재평가는 무엇이고, 어떤 목적으로 할까요?

기업은 여러 형태의 자산을 보유하곤 합니다. 사옥이나 공장 같은 부동산부터 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각종 설비들, 그리고 현금, 주식, 지적재산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죠. 이 같은 자산은 해당 기업의 재무의 ‘근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여러 재무지표의 기준이 되죠.

이러한 자산은 그때그때 가치가 달라지곤 합니다. 주식의 경우 주가 변동에 의해 달라지고, 설비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가상각이 불가피하죠. 부동산 역시 시세 변동에 따라 그 가치가 변화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같은 자산의 경우 실제 현재 가치와 장부상 가치에 간극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보유 중인 현금은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하고, 보유 주식의 경우에도 주가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현재 가치의 산출 및 반영이 수월한데요. 부동산은 그 특성상 시세 변동에 따른 가치 변화를 그때그때 산출해 반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치 산출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이따금씩 이뤄집니다. 외부의 전문기관을 통해 해당 자산의 가치를 평가받은 뒤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거죠.

이 같은 자산재평가는 근본적으로 정확한 자산가치 확인 및 반영을 위해 이뤄집니다. 다만, 그 뒤엔 보다 실질적인 목적도 있습니다. 바로 자산 증대죠. 통상 부동산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최근 시세가 반영되면서 전보다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 확대 효과를 노리곤 하죠.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주주차원에서 자산재평가를 요구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에넥스가 자산재평가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넥스는 이번 자산재평가 결정을 공시하면서 그 목적으로 크게 두 가지를 밝혔습니다. 보유 자산의 실질가치 반영과 보유자산 가치 증가 및 자본 증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입니다.

그중에서도 보다 무게가 실리는 건 후자입니다. 에넥스는 2019년 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더니 △2020년 85억원 △2021년 123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23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행진을 이어왔습니다. 이 기간, 실적 개선을 거듭 강조했음에도 오히려 적자규모가 꾸준히 증가했죠.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입니다. 3분기까지 59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데요. 지난해보다 적자규모가 줄어든 게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적자행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느덧 5년째 적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에넥스는 재무적인 측면에서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각 연말 기준으로 △2019년 143.71% △2020년 149.54% △2021년 100.11% △2022년 188.85%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3분기말 기준 236.51%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또한 올해 3분기말 기준 결손금이 224억원이고, 유보율은 34.59%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이 늘어날 경우 에넥스는 별다른 자금 투입이나 투자 유치 없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자산재평가는 어디까지나 ‘재평가’일 뿐입니다. 실제로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죠. 무엇보다 자산재평가는 적자 탈출을 비롯한 실적 개선까지 해결하진 못합니다.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죠.

자산재평가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른 에넥스가 언제쯤 고대하는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에넥스 ‘자산재평가 실시 결정’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21800337
2023. 11. 2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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