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북한이 21일 오후 10시 42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북한이 전날(21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효력을 일부 정지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군사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위협 속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일종의 ‘안전핀’으로 여겨지던 군사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는 점에서 남북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안’을 최종 재가했다. 영국 국빈 방문 중인 상황에서 전자결재로 재가를 한 것은 이번 사안을 중차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점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군사합의 제1조 제3항)’에 관한 부분이 효력 정지됨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인근 공중감시·정찰 등 활동도 복원됐다. 군사합의로 제한됐던 감시 능력을 회복해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결정이 ‘정당한 조치’라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9·19 군사합의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 행위가 지속돼 왔던 데다 전날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주장하면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는 우리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남북 간 합의 준수에 대한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또다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그간 9·19 군사합의의 실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국내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를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보면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감시·정찰 공백 때문에 기습 공격에 성공했다”며 “우리도 9·19 군사합의로 감시와 정찰에 시간·공간적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 ‘우발적 충돌’ 우려

이날 정지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다시금 풀리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남북 간 신뢰가 정착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1조 3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추가 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온전히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물론 긴장 관계 완화를 위한 남북 간 대화는 언제든 열려있다는 ‘원론적 입장’도 내놨다.

강력한 대북 억제를 위한 조치라지만, 이로 인해 남북 간 긴장 관계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사분계선(MDL) 5km 이남까지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박근혜 정부 시기에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 것만큼의 악수”라며 “이런 식으로 간다면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정전체제에서 전쟁을 더욱더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치가 오히려 북한의 도발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9·19 군사합의가) 사문화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소한 긴장 관리 장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의 효과가 상당히 있다”며 “(효력 정지는)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어막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해와 오판, 오인 등이 종합적으로 작동하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부의 조치에 대해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북 간 긴장 관계를 유도해 내년 총선에서의 유리한 국면을 선점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과거의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 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라며 “정치적, 정략적 목적으로 안보와 민생을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국민과 역사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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