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식 전 회장의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던 초록뱀미디어가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 뉴시스
원영식 전 회장의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던 초록뱀미디어가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인’과 ‘주몽’, ‘추노’, ‘거침없이 하이킥 시리즈’, ‘펜트하우스 시리즈’ 그리고 ‘나의 아저씨’와 ‘나의해방일지’까지. 흥행과 작품성을 고루 인정받은 쟁쟁한 콘텐츠들을 제작해온 초록뱀미디어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상장폐지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벼랑 끝에 내몰린 모습이다.

◇ 원영식 전 회장 구속 후폭풍… 상장폐지 ‘임박’

2000년 설립된 초록뱀미디어는 2003년 제작한 ‘올인’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꾸준히 성공가도를 달려오며 굴지의 콘텐츠 제작사로 자리매김해왔다. 뿐만 아니라 방송채널, 매니지먼트, 외식 사업은 물론, 화학사업과 해운대 LCT 전망대 운영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00억원을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무색하게 초록뱀미디어는 최근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위원회를 통해 초록뱀미디어에 대한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초록뱀미디어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상장폐지가 심의된 바 있다. 이어 상장폐지 관련 최종 절차라 할 수 있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초록뱀미디어가 이처럼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 이유는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원영식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때문이다. 원영식 전 회장은 전환사채를 악용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구속됐고, 이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원영식 전 회장의 혐의는 ‘빗썸 실소유주 논란’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종현 씨와 깊이 연루돼있어 더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 초록뱀그룹은 원영식 전 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으며, 향후 원영식 전 회장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 경영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장폐지 관련 절차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며 적극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심사위원회에 이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 모습이다.

이제 초록뱀미디어에게 남은 기회는 이의신청뿐이다. 이의신청을 통해 개선기간 부여 등이 결정될 경우 당장의 상장폐지를 모면하고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반면, 이의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초록뱀미디어는 상장사로서 지위를 잃고 코스닥시장에서 씁쓸하게 퇴장하게 된다.

만약 ‘마지막 반전’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초록뱀미디어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애꿎은 피해를 입게 될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를 결집해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는 초록뱀미디어 소액주주들은 최근 모인 지분이 7%를 넘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초록뱀미디어의 운명은 늦어도 내년 초 내에 결정될 전망이다. 초록뱀미디어 측은 지난 22일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의신청 기한은 상장폐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5영업일 이내다. 이 기간에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0영업일 이내에 재차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상장폐지에 바짝 다가선 초록뱀미디어가 극적인 반전과 함께 한숨을 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코스닥시장본부, 초록뱀미디어 관련 ‘기타 시장안내’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20900678
2023. 11.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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