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인·신동원 시의원, 보행자 안전 명목 하 ‘전기자전거 견인’ 조례 발의
행안부 “지자체, ‘자전거 견인’ 조례 만들 거나 시행할 근거 없어”
‘특별법 우선의 원칙’… 법조계 “법 위에 조례 있을 수 없어, 자전거법 따라야”

서울시의회 소속 의원들이 무단 방치된 전기자전거를 공유킥보드처럼 강제 견인할 수 있는 조례를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강풍에 쓰러진 제주도 지역의 공유 전기자전거. / 뉴시스
서울시의회 소속 의원들이 무단 방치된 전기자전거를 공유킥보드처럼 강제 견인할 수 있는 조례를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강풍에 쓰러진 제주도 지역의 공유 전기자전거.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전기자전거 견인’과 관련한 조례를 발의해 공유PM(공유모빌리티)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례에는 전기자전거를 견인한 후 소유자에게 견인료를 부과하는 조치가 포함됐는데, 이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자전거법) 및 시행령에서도 근거가 존재하지 않아 ‘법률의 권한을 넘어선 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인·신동원 서울시의원 2인은 지난달 16일 ‘서울특별시 정차·주차위반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일부개정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공유자전거 견인과 관련한 규제를 제안하고 나선 두 의원은 “근래 전동킥보드 등 PM, 전기자전거 등의 무단 방치·불법 주정차로 인해 안전사고 및 보행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현행 조례상 전동킥보드 등 PM의 정차·주차금지 위반에 대한 견인 근거는 마련돼 있으나 이와 유사한 전기자전거는 견인 근거가 없는 상황으로, 별표에 ‘전기자전거’란을 신설해 견인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조례 발의 이유를 밝혔다.

해당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공유PM업계의 전기자전거도 공유킥보드와 마찬가지로 특정 위치에 주차 및 방치가 될 경우 견인이 가능해진다. 조례를 발의한 시의원들은 전기자전거 견인 비용을 1대당 4만원으로 제안했다.

공유자전거 견인 관련 조례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소관위원회인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 회부됐으며, PM업계에 의견을 취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M업계에서는 이번에 발의된 자전거 견인과 관련한 조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PM업계에서 지적한 부분은 ‘자전거법’이다. 자전거법에 따르면 ‘무단방치 자전거의 처분’과 관련한 내용이 존재하지만, 주·정차된 자전거를 임의로 견인해 견인료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은 전무해 시의원들이 발의한 ‘전기자전거 견인’은 자전거법에 저촉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자전거법 제20조(자전거의 무단방치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도로·자전거 주차장·그 밖의 공공장소에 자전거를 무단으로 방치해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함께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을 위반한 자전거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동·보관·매각이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지자체에서 방치 자전거를 임의로 이동·보관·매각 등 처분하기 위해서는 10일 이상 방치가 된 경우에 가능하다. 관련 내용은 자전거법 시행령에 존재한다. 자전거법 시행령 제11조(무단방치 자전거의 처분)는 ‘10일 이상 공공장소에 무단으로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는 자전거를 법 제20조제2항에 따라 이동해 보관하고, 그날부터 14일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게시판 및 인터넷에 자전거종류·모양·제조사, 방치장소, 보관장소 등을 공고해 관계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열람부를 작성해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전거법 관련 내용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새마을발전협력과에서도 이번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전기자전거 견인’에 대해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행 자전거법과 시행령에는 ‘장기간 방치된 자전거를 보관·처분할 수 있다’는 근거만 존재하며, ‘자전거 견인’과 관련한 내용을 지자체에 위임할 수 있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지자체에서 자전거를 견인하기 위해 조례를 만들어 시행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특별법 우선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전거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전거가 도로교통법 기준을 적용받지만 도로교통법의 특별법인 자전거법이 존재해 견인에 있어서는 도로교통법보다 특별법인 ‘자전거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며 “자전거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단순히 수 시간 주정차된 자전거를 견인할 수 있는 근거는 없으며, 법 위에 조례가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따릉이 반납이 집중되는 여러 장소에서는 따릉이가 점자블록 위에 세워져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따릉이는 견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즉각 조치가 불가한 상황이다. / 독자 제공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자전거 따릉이 반납이 집중되는 여러 장소에서는 따릉이가 점자블록 위에 세워져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따릉이는 견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즉각 조치가 불가한 상황이다. / 독자 제공

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의된 개정조례안에는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견인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존재한다. 따릉이와 공유PM업계에서 운영하는 자전거는 ‘공유자전거’라는 틀은 동일하지만, 개정조례안에서는 견인 대상을 ‘전기자전거’에 국한해 규제 대상에서 ‘따릉이’는 제외된다.

PM업계 한 관계자는 “따릉이 주차구역을 살펴보면 한 곳에 너무 많은 따릉이가 반납되면서 점자블록을 침범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시각장애인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따릉이는 견인하지 않으면서 공유PM업체들이 운영하는 전기자전거만 견인하겠다는 내용의 조례 발의는 사기업만 규제하는 행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회나 서울시가 진정으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공유킥보드에 이어 공유자전거까지 견인해야겠다면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따릉이도 견인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서울시의회에 전기자전거 견인 관련 조례가 올라온 점에 대해 각 업체나 협회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 조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자전거 관련법에는 무단 방치 자전거를 보관 및 처분할 수 있는 근거가 모두 존재해 관련 내용을 시의회에 제출했고, 현재 업계에서는 시의회 소관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유정인 서울시의원, 서울특별시 정차·주차위반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의안번호 11 - 01368)
https://www.smc.seoul.kr/member/activity.do?menuId=020002001&viewType=sub&mno=1187
2023. 10. 16 유정인 서울시의원
자전거법 및 자전거법 시행령, 무단 방치 자전거 처분 규정
https://www.law.go.kr/법령/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20230704,19162,20230103)/제20조
https://www.law.go.kr/법령/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시행령/(20230704,33614,20230703)/제11조
2023. 11. 27 행정안전부,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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