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가세 대상인 국내 제조 주류에 대해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정부가 종가세 대상인 국내 제조 주류에 대해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정부가 종가세 대상인 국내 제조 주류에 대해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련법 개정안 입법예고에도 나섰다. 이유가 뭘까.

◇ “내년 1월 1일 출고분부터 도입”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1일 ‘주세법 시행령’ 및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내 제조 주류에 대해 내년 출고분부터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증류주류는 종가세 대상이다.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붙는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종가세 대상인 국내 제조 주류와 수입 주류는 주세 과세 시점이 다르다. 이에 과세 불평등 논란이 지속 제기됐다. 국내 주류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입 주류는 국내 수입통관 시점에 세금이 매겨진다. 이에 수입업자의 판매관리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제조 관련 비용 즉, 수입신고 가격이 과세표준이 된다. 반면 국내 주류는 제조 관련 비용에 유통 단계서 붙는 비용과 판매 이윤까지 더해진 가격이 과세표준이다. 제조원가가 같은 증류주라도 국산인지 수입인지에 따라서 세액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되면 제조장 판매 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곱한 값이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세액이 줄어들어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4일까지 입법예고된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입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도 연내에 기준판매비율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기준판매비율을 결정‧고시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번 기준판매비율 제도의 도입으로 국내 제조 주류가 수입 주류에 비해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역차별이 해소돼 국내 제조 주류의 세부담이 감소함에 따라 과세형평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류업계 오랜 화두 ‘주세’, 왜?

다만 주세와 관련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증류주에 대한 종량세 도입 논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세법에 따르면 현재 증류주류에는 72%의 주세가 붙는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산 위스키 등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72%의 주세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게 됐고, 이는 종량세로 바꾸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종량세는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지금은 종량세가 적용되는 맥주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가세가 적용됐었다. 수입 맥주가 ‘4캔1만원’ 마케팅을 선보이자, 과세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종량세가 도입됐다.

실제로 지난 10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등 10인이 증류주 종량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국내 주류 제조업체 대다수가 중소업체고, 세부담이 과도해 신제품 개발 및 품질 고급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위스키에 대한 세부담이 크게 낮아지면서 현재의 반값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질 수 있게 된다.

다만 증류주에 대한 종량세 도입엔 희석식 소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매번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애초에 제조원가가 저렴한 희석식 소주는 종가세를 적용할 때보다 종량세를 적용할 때 세액이 높아진다.

출고가가 100원 오르면 일반 음식점에서 1,000원이 오른다고 알려진 희석식 소주는 이미 음식점에서 7,00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종량세를 적용해 위스키 등의 소비자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희석식 소주는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증류주류에 적용되는 종가세와 관한 논의가 꽤 오랫동안 이어졌음에도 여전히 제자리인 이유다.

반면 현재 기재부가 입법예고한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적용하면 희석식 소주에 붙는 세액이 줄면서 가격 인하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이 기준판매비율 제도 논의 본격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초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후 롯데칠성음료도 소주 가격 인상 시기를 검토 중이었다고 알려진다. 다만 최근 식품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주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2023. 12. 01. 국민참여입법센터
주세법
https://www.law.go.kr/%EB%B2%95%EB%A0%B9/%EC%A3%BC%EC%84%B8%EB%B2%95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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