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모바일 AP구매비용 9조원 육박
갤럭시 1대 만드는데 퀄컴 비중이 34%
자체 모바일AP 기술력 확보가 답… ‘엑시노스’에 기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력 확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사업을 지탱하는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바일AP제품이 있지만 해외 기업 제품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력 확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사업을 지탱하는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바일AP제품이 있지만 해외 기업 제품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사진=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셋이다.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 등 핵심 부품이 한데 모여 있어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린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바일AP 기술력 확보는 곧 시장 경쟁력이 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모바일AP 시장 규모는 2,068억5,000만달러(한화 271조4,906억원) 규모에 달했다. 오는 2030년에 이르면 5,671억9,000만달러(한화 744조4,36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모바일AP 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 스마트폰 사업의 대들보인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바일AP제품이 있지만 해외 기업 제품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 높아진 해외 의존도… 모바일AP 구매 비용만 9조원 육박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모바일AP 솔루션 구매에 8조9,898억원을 지불했다. 이는 전체 주요 원재료 총매입액의 18.1%를 차지하는 수치다. 주요 매입처는 ‘퀄컴(Qualcomm)’과 ‘미디어텍(MediaTek)’으로 각각 미국과 대만의 모바일AP 개발 기업이다.

이와 같은 모바일AP 해외 의존도 증가는 삼성전자에게 비용적 부담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S23 울트라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용의 3분의 1 이상을 모바일 AP업체 퀄컴에 지불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S23 울트라 1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469달러(약 61만5,500원). 업체별 부품 공급 비중에서 퀄컴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 자체 공급 부품 비중은 33%로 2위였다. 퀄컴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부품은 모바일AP, 오디오코덱, 전원관리 IC 등 다양했다. 업계에서는 가장 고가의 장비가 모바일AP인만큼 전체 스마트폰 생산 비용 중 약 1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바일AP 연간 구매 비용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공시에 올라온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모바일AP 관련 원재료 매입액을 살펴보면 각각 △2조7,549억원 △2조9,7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스마트폰 성능이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모바일AP 매입액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7조6,295억원을, 2022년에는 그보다 49.14% 늘어난 11조3,790억원으로 집계됐다. 3년 새 약 4배 이상 증가한 셈. 아직 3분기까지밖에 집계가 안된 올해 기준으로도 3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모바일AP 해외 기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퀄컴과 미디어텍 등 해외 업체들이 독점한 모바일AP시장 가격 추이를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진은 ‘애플의 반도체 내재화 전략’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품도 S시리즈, A시리즈 등 수십 종에 이르고 AP도 가격대에 따라 퀄컴, 미디어텍 등의 칩셋을 탑재해 비용이 많이 소요돼 이익 증가에 한계를 보였다”며 “애플의 모바일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비해 성능은 훨씬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도 적어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갤럭시S23 울트라모델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의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갤럭시S23 울트라모델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의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 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자체 모바일AP 기술 확보 중요… ‘엑시노스’로 반전 노릴까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은 자체적으로 모바일AP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추세다. 최근 애플은 2010년부터 이미 아이폰의 완제품 성능을 극대화하고자 모바일AP ‘A’시리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TRI 연구진은 “애플이 모바일AP 등 반도체를 자체 설계해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중국 등 경쟁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기존의 중저가폰뿐만 아니라 프리미엄폰에도 도전하고 있는 만큼 성능면에서 월등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모바일AP 기술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 중인 중국 기업들 역시 모바일AP 자체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화웨이’다. 지난 9월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SMIC’와 함께 7나노미터(㎚) 기반 모바일AP를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삼성전자도 우수한 모바일AP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엑시노스(Exynos)’ 모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자사의 스마트폰 모델 및 태블릿PC에 탑재하기 위해 모바일AP 생산량을 높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퀄컴이나 미디어텍 등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져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모바일AP 시장 점유율은 △미디어텍(30%) △퀄컴(29%) △애플(19%) △UNISOC(15%) 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미디어텍은 저가용 모바일AP에, 퀄컴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모바일AP에 강점이 있어 사실상 두 기업이 시장을 양분한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로 다른 해외 기업들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부족하다.

ETRI 미래전략연구실은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 업체가 반도체를 성공적으로 내재화하기 위해선 막대한 수요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장기간 전문인력 양성, 기술력 축적, 지식재산권 확보, 제품 간 반도체 공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중심으로 모바일AP사업에도 힘을 실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온 디바이스 AI’가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신경망 처리장치(NPU)’ 기반의 모바일AP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NPU는 AI반도체의 일종인 NPU는 AI의 밑바탕이 되는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삼성전자도 최근 엑시노스 신모델을 공개하며 모바일AP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 10월 5일 미국 실리콘밸리 미주총괄(Device Solutions America office)에서 열린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에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400’를 공개했다. 엑시노스 2400은 전작 엑시노스 2200 대비 CPU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지난 2년간 14.7배 대폭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ETRI 미래전략연구실은 “삼성전자가 애플과 프리미엄폰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애플이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이익을 증대한 것처럼, 애플을 능가하는 프로세서 기술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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