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가상 공간 내부에서도 로봇은 인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바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다. 독일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RPA 시장 규모는 올해 44억1,000만달러(약 5조 7,656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현실세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가상 공간 내부에서도 로봇은 인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바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다. 독일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RPA 시장 규모는 올해 44억1,000만달러(약 5조 7,656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로봇’이라는 단어를 듣고 생각나는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보통 ‘철컹’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금속 관절, 기계음의 목소리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렇듯 로봇은 일반적으로 ‘실체’가 있는 기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로봇이 실제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가상 공간 내부에서도 로봇은 인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바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다.

◇ 눈에 안 보이는 일꾼 로봇 ‘RPA’, 업무 효율 극대화

RPA란 디지털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와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을 에뮬레이션(모방)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반복적인 사람의 업무를 모방해 대신 수행해주는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인간 업무자처럼 컴퓨터, 태블릿 스크린에 표시된 정보의 이해와 데이터 식별 및 추출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전에 업무자가 정의한 작업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RPA는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일반 기계형 로봇과는 다르다. 하지만 ‘안정적 노동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RPA는 매우 효율적인 로봇 기술로 꼽힌다. 세계 4대 회계·경영컨설팅 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RPA 도입 시 기업은 10~25%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산업 규모도 매해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RPA 시장 규모는 올해 44억1,000만달러(약 5조 7,656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여기에 오는 2030년에는 133억9,000만달러(17조5,08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28.2% 수준이다.

라이오넬 수제이 베일셰리 스태티스타 연구원은 “전 세계 RPA 시장은 2030년 2020년 대비 120억달러 이상 커질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로봇인 RPA는 기업 운영을 촉진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최적의 비즈니스 솔루션”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RPA가 미래 가정, 사무실에 ‘1인 로봇 1대’ 시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컴퓨터와 태블릿, 스마트폰 정도의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RPA를 언제 어디서든 구동할 수 있다. 때문에 가정용·업무용 컴퓨터에 RPA를 설치하기만 하면 컴퓨터가 나만의 ‘일꾼로봇’으로 바뀌는 셈이다.

실제로 일본의 다국적 미디어 및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 ‘덴츠 이지스 네트워크(Dentsu Aegis Network)’는 RPA을 활용한 1인 1로봇에 근접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덴츠 이지스 네트워크 자동화센터(Automation CoE)는 약 3,500시간의 작업을 자동화 할 수 있는 60개의 RPA 솔루션을 개발했다. 글로벌 RPA기업 ‘유아이패스(UiPath)’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 RPA는 덴츠 이지스 네트워크의 모든 직원이 사용할 수 있다.

◇ 같은 듯 다른 RPA와 AI, 서로 상호보완관계

RPA는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 활성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 중이다. 8일 KB증권에 따르면 유아이패스의 올 3분기 매출은 3억2,6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의 3%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100만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고객사도 올해 264개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10만달러 이상 고객사는 1,974개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김세환 KB리서치 연구원은 “유아이패스의 RPA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고 연간 매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AI기술에 따른 플랫폼 품질 향상, RPA시장의 연평균 시장 성장률로 23.4%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RPA와 AI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기술이다. 두 기술 모두 컴퓨팅 자원을 활용한다는 것, 인간 업무 능력 향상을 향상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적인 차이점은 존재한다. AI는 ‘인공지능’이라는 이름 그대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는 기술이다. 반면 RPA는 컴퓨팅 자원으로 인간의 작업을 모방한다. 즉 AI는 인간의 뇌를, RPA는 팔다리를 구현하는 것이다.

잭 실버스타인 IBM RPA기술리더는 “AI는 인간의 지능을 시뮬레이션하도록 고안됐지만 RPA는 오로지 인간이 지시하는 작업을 복제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며 “AI와 RPA 툴을 사용하면 사람의 업무량이 최소화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RPA와 AI는 서로 효율적 보완도 가능하다. 로봇에 AI로 비정형 데이터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RPA는 단순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인지적 작업까지도 자동화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시맨틱 오토메이션’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유아이패스는 현재 자사의 RPA 플랫폼인 ‘UiPath 비즈니스 자동화 플랫폼’에 AI를 탑재했다. 

다니엘 디네스 유아이패스 대표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화의 잠재력은 엄청나며 우리는 AI의 힘이 자동화를 거의 무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며 “때문에 최근 유아이패스의 플랫폼 모든 부분에 AI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 은행 업무 부담 절감에 국내 4개 은행도 적극 도입

이런 산업 트렌드에 맞춰, 국내 기업들 역시 RPA 도입에 적극적이다. 리서치기업 ‘한국IDG’가 3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47.5%가 RPA를 도입해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 내 도입 계획인 기업도 10.7%에 달했다. 전체 50.4%의 기업은 향후 1년 내 RPA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RPA 도입을 선호하는 기업은 복잡한 반복 업무가 많은 ‘금융권’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4개의 시중 은행 모두 RPA를 도입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 및 고객 경험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 은행 중 최초로 RPA를 여신업무에 도입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 2017년 RPA 도입 이후 70여개 업무에 이를 적용 중이다. 처음에는 본점에서만 사용됐으나 이후 ‘알파봇(RPA bot)’이라는 이름으로 전 영업점에 확대 시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R비서’도 구축·시범 도입했다. 말 그대로 ‘1인 1로봇’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RPA를 240개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이 중 영업점 적용 업무는 총 61개다. 직원이 RPA에 명령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화 RPA ‘자동이’는 36개가 도입됐다. 본부부서 또한 RPA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사무자동화 소프트웨어인 ‘RPA퍼스널봇’는 직원 스스로 RPA를 발굴 및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은행은 2019년 RPA를 도입한 후, 현재 59개 업무에 적용 중이다. 2021년 3단계로 확대하며 RPA기반 저비용 고효율 업무체계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하나은행은 RPA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연간 약 150만 시간의 직원 업무 경감 효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김혜련 한국딜로이트그룹 매니저는 8월 발표한 ‘인공지능(AI) 시대, 진화하는 은행업’ 보고서에서 “은행은 신용평가에 있어 AI기반 RPA로 대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관련된 수동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 정확한 평가로 대출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의 감소가 가능해져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부실의 감소와 관련 업무부담 완화로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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