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지난해 1월 3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SK그룹이 불안하다. 최근 계열사들에서 악재가 잇달아 터지고 있어서다.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는 그룹 내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현장조사는 지난 2012년 SK C&C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당시 SK텔레콤을 비롯한 SK그룹 7개 계열사는 SK C&C와 시스템 관리,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SK C&C를 부당지원한 행위가 적발돼 총 346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맞은 바 있다.

공정위의 이번 현장조사는 당시 시정조치와 관련,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점검인 셈이다.

◇ 계열사 잇단 악재… 총수 부재 여파?

SK 측은 지난 2012년 공정위 조치 이후 내부거래 규모가 확연히 줄어든 만큼 실태점검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회사가 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그리 간단해보이지 않는다.  

최 회장은 ‘SK C&C’의 최대주주다. 이 회사에 대해 38.0%(2013년 9월 현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이같은 부당지원 행위 결과, SK 7개 계열사는 손실을 보고 SK C&C와 그 대주주인 총수일가는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다시 들춰본다는 점은 사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총수의 비리로 쑥대밭이 된 SK 역시 “별일 아닐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사정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SK C&C는 또, 지난달 ‘하도급법 위반’으로도 과징금 3억9,000만원을 부과 받아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SK C&C는 12개 수급사업자에게 SW시스템 개발·구축 및 운영·유지보수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물량 변동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도급대금을 깎은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하도급법을 위반한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 SI 업체들 중 SK C&C가 가장 많은 과징금 액수를 부과 받았다.

SK C&C뿐만 아니다. 설상가상, 그룹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와 미국 반도체업체 샌디스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SK하이닉스가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기술 정보를 부정하게 취득했다는 것이 소송의 골자. 이들 회사는 도쿄지방법원과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고등법원에 각각 소를 제기한 상태다.

일련의 사태들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안타까움과 불안함이 교차한다. 총수인 최 회장이 구속돼 부재중인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이 같은 잡음은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각에서는 총수 공백에 따른 후폭풍이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사실 SK그룹은 이미 지난해 최 회장이 기소되면서부터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조직하고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 왔다. 최 회장의 실형이 확정된 이후에도 최대한 동요하지 않은 채 총수 부재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했다. 특히 최 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를 계기로 흐트러진 조직을 바로잡고 분위기를 쇄신해 조직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로 봐서는 최태원 회장의 구속과 등기이사 사퇴가 SK 수난의 끝이 아니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 SK그룹 본사.
이미 SK그룹은 SK E&S와 SK텔레콤이 각각 추진하던 STX에너지·ADT캡스 인수합병을 모두 중간에 포기했고, 주력 계열사들마저 악재가 터지며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어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부재는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전 조직의 무기력화는 불가피한 부분”이라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있다 하더라도 조직 전체의 떨어진 사기를 추스르기엔 전혀 역부족이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또 다른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 회장의 복귀 말고는 답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오는 4월이 되면 형기의 3분의1이 경과해 가석방 조건이 되지만,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이지 미지수다. 석가탄신일과 광복절 등 사면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집권 초기인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을 의식해 특별사면을 시행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어쩌면 최태원 회장의 수난시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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