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씨가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0) 전무로 발탁됐다. / 현대해상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씨가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0) 전무로 발탁됐다. / 현대해상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씨가 최근 정기인사를 통해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전무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이번 인사가 ‘3세 경영’ 준비 작업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오너가 3세의 행보에 안팎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 CSO 전무로 경영수업 시작

보험업계 내 3세경영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최근엔 현대해상까지 오너가 3세들을 경영 전면에 전진 배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최고지속가능책임자,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업계 최초로 신설하고 정경선 씨를 CSO로 선임하는 등 2024년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경선 신임 CSO는 범 현대가 3세다. 1986년생으로 만 37세인 그는 지금까지 현대해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그는 이번에 입사와 동시에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게 됐다. 보험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되지만 현대해상 측은 정 CSO가 국내외 ESG 분야에서 쌓아 온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고려해 이번 인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현대해상 측은 “정 CSO는 국내외에서 ESG 및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고 전했다. 또 “현대해상 오너로서 누구보다 현대해상의 미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인사이트와 역량을 보유했으며, 정몽윤 회장 밑에서 보험산업 등 금융관 련 경영수업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면서 다른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보다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 CSO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 후, 비영리 단체와 임팩트 투자사를 설립해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왔던 인사다.

그는 26살이던 2012년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며 이러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소셜임팩트 전문 투자인 HGI도 세운 데 이어, 2021년엔 실반캐피 매니지먼트를 설립, 운영해왔다. 실반캐피 매니지먼트는 임팩트·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 후계 자질 시험대… 보유 지분 변화 ‘촉각’ 

현대해상 측은 “보험업계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의 시행,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등 예측하기 힘든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는데다 기후변화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등 범세계적 신규 위험요인 증가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CSO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정 CSO가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맞게 됐다. 아울러 디지털·ESG·커뮤니케이션 파트 업무를 총괄하며 △디지털·AI로의 전환 △ESG경영 내재화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를 통한 브랜드 가치 및 위상을 제고 등의 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로 오너가 3세의 후계 수업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경영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후계 자질 입증할 수 있는 경영 성과가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우선 그가 디지털 혁신과 ESG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그가 지분 확대에 시동을 걸지도 관심사다. 정 CSO는 현대해상의 보유 주식은 40만6,600주(0.45%)에 불과하다. 그의 누나인 정정이 씨의 보유 주식(34만3,475주, 0.38%)보다 소폭 높을 뿐, 보유 지분 자체는 미미한 상황이다. 

정 CSO의 부친은 현대해상의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선 이제 막 경영수업에 뛰어든 만큼 오너가 지분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기엔 다소 시기가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정 CSO가 후계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지분 확대로 존재감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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