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닉 바잉 심화… 신제품 출시 및 단가 하락 원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익 기대… 올 4분기·내년 1분기 실적 향상 기대

 인공지능(AI)·데이터 산업 활성화, 반도체 제조사들의 메모리 감산 등에 따른 재고 소진으로 IT업계의 ‘반도체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이른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데이터 산업 활성화, 반도체 제조사들의 메모리 감산 등에 따른 재고 소진으로 IT업계의 ‘반도체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이른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얼어붙었던 반도체 시장이 녹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11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상승한 95억6,000만달러(약 12조3,859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데이터 산업 활성화, 반도체 제조사들의 메모리 감산 등에 따른 재고 소진으로 IT업계의 ‘반도체 사재기’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이른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 반도체 패닉 바잉 심화… 신제품 출시 및 단가 하락 원인

KB증권은 21일 “12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PC, 스마트 폰 고객사로부터 D램, 낸드 주문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주문량이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IT업계의 본격적인 ‘반도체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패닉 바잉이란 가격 인상이나 공급 부족 불안감에 무리하거나 과도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현상이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패닉 바잉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메모리 가격 하락에 있다. 최근 1년간 D램, 낸드(NAND) 등 메모리 반도체의 평균판매단가(ASP)는 70% 하락했다. 반도체 업계에게는 큰 타격이지만 구매자 입장에선 매우 저렴한 가격에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김동원 KB증권리서치 본부장은 “1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됐다”며 “여기에 PC, 스마트 폰 업체들이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재고 소진이 일단락되며 내년 상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 축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메모리 반도체 재고 수요 급증 현상은 2025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KB증권이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24년과 2025년 각각 전년 대비 65%, 39%의 큰 폭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D램 시장은 2025년 AI수요 확대로 직전 최대치인 2021년 935억달러(약 122조원)을 상회한 1,040억달러(약 136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애타는 IT업계와 달리 반도체 업계의 신규 메모리 생산량은 예상보다 적을 듯하다. 웨이퍼 기준 D램 신규 생산능력은 전체의 70%가 선단 공정인 1a, 1b 나노(nm)에 집중돼 있어서다. 즉, 반도체 업계가 과거에 양적 팽창을 위한 D램 생산 증설과 달리 최근 AI·로봇·빅데이터에 사용되는 ‘고부가 D램’ 생산 중심으로 질적 전환에 나서면서 일반 D램 반도체 공급은 내년까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본부장은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D램 감산을 종료해도 수급 개선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는 기존 범용 (Legacy) D램 생산능력이 선단 공정 중심으로의 전환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2025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범용 D램 생산능력은 감산 시행 이전인 2022년 생산능력과 비교할 때 50% 수준까지 축소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같은 반도체 수요 폭증은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본부장은 “스마트폰, PC 업체들이 올해 12월부터 DRAM, NAND 패닉 바잉 구매 패턴을 보여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DRAM, NAND 가격의 급등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 추정치 상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시총(102조원)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원 본부장은 “내년 2분기 HBM 첫 생산을 준비 중인 마이크론은 HBM 경쟁력, D램 점유율, 수익성 등이 SK하이닉스 대비 열위에 있어 SK하이닉스 시총은 마이크론을 넘어설 것”이라며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시총은 적어도 1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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