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거대 플랫폼에 대한 정부 정책이 독과점 폐해 축소로 가닥이 잡힌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행위 등을 규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 ‘플랫폼 경쟁촉진법’, 뭐길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9일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제정안의 핵심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에 있다.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플랫폼을 사전에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 우대 및 경쟁 플랫폼 이용 금지 행위 등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반칙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여기엔 공정위가 그동안 공정거래법에 따라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조사할 때 받았던 지적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넓혀 나가는 플랫폼 시장과 비교해 공정위 조사 기간이 길다는 비판이 지속 있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현행 규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기에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면서 “시장 획정부터 소위 자사 우대 등의 행위가 과연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측면에서 위반행위가 발생했을 때 장시간 두면 고착화될 수 있어 나중에 시정조치를 하더라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면서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법으로는 반칙행위를 신속하게 규제하기 어려우므로 독자적인 법안을 새롭게 만들어 어떤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미리 정해두자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조사부터 법 집행까지 통상적으로 2~5년 걸리던 플랫폼 독과점 남용 행위 사건에 대한 처리 기간이 절반 가까이 줄이고자 한다.

◇ 관심 쏠린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 기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공정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거대 독과점 플랫폼이 경쟁 플랫폼의 출현을 저지하거나 시장에서 몰아내는 경우가 만연하다. 예컨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타사에 피해를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마카롱 택시 등 경쟁사가 이미 시장에서 퇴출 또는 시장점유율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IT업계서는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처음부터 규정을 해버리면 해외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플랫폼 시장 특성상 사업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전 규제가 시장 원리와 부합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현재의 공정거래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사후 규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통업계에서는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큰 업체의 경우 거대 플랫폼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를 높이거나 타사 이용금지를 적용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게 되면 가격이 낮아지는 등 소비자를 유인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다만 서로 엇갈린 업계별 반응을 떠나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에 내놓은 입법 지침에 핵심 내용인 ‘기준’이 빠져있는 이유도 부처 간 조율이나 일부 업계의 강한 반발 등 걸림돌이 많아서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 기준에 대해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점력 남용을 규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정 과정에선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정 전 의견 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보장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경쟁 제한성이 없거나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는 경우, 다른 법률 준수를 위해 필요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등 반칙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은 빠진 모양새다.

조 부위원장은 “지금은 관계부처와 당정협의 등을 통해서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이라면서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정해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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