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로 돌아온 김한민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로 돌아온 김한민 감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1,761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2014), 팬데믹을 뚫고 726만 관객을 사로잡은 ‘한산: 용의 출현’(2022) 뒤를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세계 역사상 손꼽히는 해전이자 임진왜란 7년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두며 종전을 알린 최후의 전투 ‘노량해전’(음력 1598년 11월 19일)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지난 20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한 뒤, 7일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흥행 순항 중이다.

‘명량’에서 영웅 이순신의 이면의 번민과 고뇌를 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에서 자신보다 백성과 동료, 부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젊은 이순신의 남다른 면모와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보여주며 울림을 안겼던 김한민 감독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왜와의 전쟁을 끝내려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압도적 스케일로 재현한 것은 물론, 치열하고 처참한 전투 속 장군 이순신, 인간 이순신과 온전히 마주하게 하며 묵직한 감동을 자아낸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한민 감독은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소감부터 ‘노량: 죽음의 바다’ 촬영 과정까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향해 달려 온 지난 10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특히 “이순신 정신이 우리 시대에 리마인딩 됐으면 한다”면서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이순신 3부작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 3부작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3부작 마지막 작품을 선보이는 소감은. 

“10년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리자면 ‘천행’이었다. ‘명량’때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한산’은 코로나19라는 시국을 거쳤다. ‘명량’은 개봉을 못할 뻔했고, ‘한산’과 ‘노량’은 촬영을 못할 뻔했는데 여기까지 온 게 정말 천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들어야 할 작품을 운이 좋아 만들게 됐고 보여드려야 할 작품을 보여드리게 돼 감격스러운 마음이다. 3부작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보여드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 같아 다행이고 뿌듯하다. 단지 ‘명량’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만든 게 아니라 ‘한산’과 ‘노량’이라는 작품이 왜 존재해야 하고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있었다. 특히 장군님의 마지막 말에 감히 한마디를 덧붙일 수 있어서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뚜렷한 의식’이 있었다고 했는데, 어떤 확신이 있었나.

“왜 이순신 장군이 적들이 돌아가야겠다고 하고 다 끝난 전쟁이라고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그렇게 고독하게 이 전쟁을 끝까지 수행하려고 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화두였다. 그것에 대한 답이 완전한 항복, 완전한 종결에 대한 이순신 장군의 생각에 이르렀을 때 전율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대사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노량’이라는 작품이 나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을 택했다. 

“‘명량’에서 용장 이순신의 모습을 최민식의 아우라로 표현했고 ‘한산’에서는 지장의 모습, 치열한 전략과 지략을 펼치는 젊은 이순신으로서 박해일이 적합했다. ‘노량’에서는 현장의 모습 지혜롭고 혜안을 가진 인물로서 이순신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김윤석이라는 배우의 존재가 희귀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3부작 마지막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3부작 마지막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모두가 아는 이순신의 마지막을 담아내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사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유언 장면을 찍지 말까 고민도 했다. 괜히 찍었다가, 잘 찍어도 밑진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걸 피해 갈 순 없더라. 거기에 이순신 장군의 진심, 진정성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장면이 없다면 아무리 치열하게 해전을 보여준다고 한들 그것이 올바르게 기능하지 못하겠다는 생각, 올바른 결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정공법이었다. 보는 관객들은 담백하게 처리됐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진정성을 그대로 담아내고자 하다 보니 그렇게 표현된 것 같다. 김윤석도 그 지점에 대해 격한 공감을 했다. 다만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대한, 기술적인 타이밍을 고민했다.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북소리의 의미도 궁금한데. 

“장군의 대의가 북소리에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히데요시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시마즈가 귀를 막으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처음과 끝에 배치하는 게 맞다 생각했다. 결국 장군의 뜻이고 전쟁을 끝까지 수행해 기어이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대의의 오브제로서 북과 북소리가 갖는 의미가 있었다. 그 북소리로 인해 명나라의 장수와 조선의 장수들이 통합될 수 있었다. 반드시 북소리와 함께 정리가 돼야할 것이고, 북을 치는 당사자인 이순신의 마지막 역시 북소리와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한민 감독이 캐스팅에 대해 언급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이 캐스팅에 대해 언급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무려 1시간 40분에 달하는 해전 장면을 구현하는 데 있어 어떤 고민을 했나.

“장군이 그렇게 치열하게 마지막 전투에 임했던 것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한 전제였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치열하게 벌어졌고 가장 많은 사상자와 가장 많은 배가 부서진 전투였다. 밤부터 오전까지 이어진 전투였고 이순신을 포함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렇게 설계하다 보니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감독은 어려운 이야기를 관객에게 쉽게 전달하는 의무를 띤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전 100분을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전투를 따라가야 하는 명징성이 뚜렷해야 했다.” 

-명군에서 왜군, 조선군 그리고 이순신까지 이어지는 롱테이크 액션 신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는 전장의 한 중심에 이순신이 굉장히 고독하게 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롱케이크로 인물을 따라가자는 결론을 지었다. 이름 없는 명나라 병사에서 시작해 이름 없는 조선 병사, 이름 없는 일본 왜병을 거쳐 그 끝에 이순신이 있게 하는 설계를 했다. 단순히 박진감 넘치게 처절하고 격하게만 보여주면 진정성이 떨어질 것 같았고 반드시 수행해야 할 임무라고 지정하고 그 장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주얼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운드 설계도 매우 힘들었다. 혹자들은 너무 과감하고 실험적인 것 아니냐고도 했는데 나는 그저 카메라와 사운드, 모든 설계가 이순신을 향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완성한 장면이다.”

-왜나 명, 즉 조선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인물도 모두 국내 배우가 연기했다. 이유가 있을까. 

“일본이나 중국배우가 하면 좋을 것 같지만 묘하게 몰입이 되지 않는 지점이 있더라. 그 나라의 배우들 중 꽤 인지도 있는 친구가 출연 의향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캐스팅 보드에 붙여놓고 보니 이상하게 몰입이 안 되더라. 적장이지만 우리나라 배우가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야 공감도 되고 적장의 느낌도 더 카리스마 있게 표현이 될 것 같았다. ‘최종병기 활’에서 만주족 장수로 류승룡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했는데 그때는 본능적인 판단이었고, 이순신 3부작에서는 이것에 대한 판단이 확실히 있었다.”

김한민 감독이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이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 인터뷰 당시 힘들 때마다 ‘난중일기’를 읽는다고 했다. 이번 ‘노량’ 작업 때도 그랬나.  

“지금도 그렇다. 마음이 우울해지거나 할 때 난중일기를 보면 큰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지금도 뒤적뒤적하면서 본다. 잠도 잘 온다.(웃음) 읽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잠도 잘 오고 그렇다.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부분들이 참 좋다. 장수들과 모여 앉아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거나 어느 날 와야 하는데 오지 않는 친구에게 삐치는 모습도 좋고. 날씨도 꼭 적어두셨더라. 수군을 지휘하고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 그런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이 좋았다.”

-그런 이순신 장군을 보내는 마음은 어떤가. 

“보낼 생각이 없다.(웃음)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영역일 뿐이고, 다른 영화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SF도 있고 하지만 그 영화는 또 그 영화고 여력이 되면 (이순신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것이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 표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나. 이순신의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또 나올 거다.”

-‘명량’ ‘한산’ ‘노량’을 관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순신 정신의 리마인딩’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명량’에서 이순신은 모두가 두려움에 빠진 상태에서 용기를 전하는 이순신의 정신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단적인 두려움에 빠진 상태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거든. 그것을 어떤 용기로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것이고 그런 정신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인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산’에서는 수세에 빠진 전장에서 능동적인 공세로 바꾸는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이 평소 준비하지 않고, 집중력 있게 정직하게 전쟁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그 승세를 잡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 정신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진다. ‘노량’은 부당한 침략을 통한 올바른 전쟁의 종결이 무엇인가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리마인딩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그런 종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속해서 불행한 결과를 낳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이순신의 대의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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