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1~11월 라면 누적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 뉴시스
올해 한국 라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1~11월 라면 누적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국내 라면업계의 한 해는 어땠을까. 해외에서는 K-라면이 날개를 달았다.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국내서는 가격 이슈가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도 물가 상승이 지속됐던 가운데, 국제 밀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13년 만의 가격 인하가 실현된 것이다.

◇ K-라면, 해외서 잘 팔려… 수출액 ‘1조원’ 돌파

한국 라면이 올 한 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연간 수출액은 7만6,541만달러(9,877억원)였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라면의 누적 수출액은 8억7,599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화로 1조1,3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국내 라면 제조업체 중에서는 삼양식품이 국내 밀양공장에서 수출 물량까지 모두 생산하고 있다. 농심 등 다른 라면사들의 경우 국내서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 외에도 해외공장에서 제조‧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실제 해외 라면 판매액은 관세청에 집계된 수출액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서 한국 라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국내 라면사 실적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불닭볶음면 등을 생산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지난 3분기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면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도 분기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3분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7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78.3% 증가한 수준이다.

농심도 올해 들어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영업이익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다. 다만 타 라면업체들이 해외 특수를 누릴 동안 오뚜기는 마음 편하게 웃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BTS 멤버 ‘진’을 진라면 광고 모델로 발탁했음에도 시장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으로의 라면 수출액 증가도 눈길을 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올해 식품 수출 비관세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식품 규제기관과 협의하는 등 수출 중단 위기의 식품 수출이 지속되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특히 식약처는 지난 6월 한국 라면에 대한 유럽연합의 에틸렌옥사이드(EO) 관리 강화 조치를 해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으로의 라면 수출액이 전년 동기간(1~11월) 대비 약 72%(약 568억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7월 ‘가격 인하’에도… 문제 없었다

국내서는 가격 이슈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6월 라면업계가 이례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이 악화되면서 밀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식품업계 전반에서 제품 가격 인상 발표가 이어졌다. 라면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9~10월 대표적인 라면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폭등했던 것과 비교해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정부가 직접 라면값 인하 압박에 나섰다. 결국 라면업계는 백기를 들고 13년 만에 가격 인하 결정을 내리게 됐다.

당시 업계 1위인 농심은 7월부터 신라면 출고가를 4.5%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타 업체들도 앞다퉈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오뚜기는 스낵면‧참깨라면 등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했다. 삼양라면도 삼양라면‧짜짜로니 등 12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가격 인하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달리 지난 3분기 라면업체들은 해외 호조세를 발판 삼아 호황을 누렸다. 실제로 올해 업체들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든 모양새다.

농심은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 매출원가율이 71.2%에 달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농심의 매출원가율은 68.9%로 떨어진 모습이다. 삼양식품은 변화폭이 더 크다.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 72.4%에 달했던 매출원가율은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66.7%로 떨어졌다.

오뚜기도 지난해 84.2%에 달했던 매출원가율이 82.2%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다만 여전히 80%대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원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라면 해외 호조세에도 오뚜기가 이에 편승하지 못한 데에는 주력 제품이 라면이 아닌 사업구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근거자료 및 출처
농심 분기보고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14001126
2023. 11.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오뚜기 분기보고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20000665
2023. 11.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양식품 분기보고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114000409
2023. 11.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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