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생명이 애물단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각 작업이 연거푸 불발된 가운데 재무건전성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KDB생명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생명이 애물단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각 작업이 연거푸 불발된 가운데 재무건전성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KDB생명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생명이 애물단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각 작업이 연거푸 불발된 가운데 재무건전성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 성사를 위해선 기업 가치 및 건전성 개선이 절실하지만 앞날은 여전히 깜깜한 분위기다.

◇ 자본건전성 지표 뒷걸음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60%에 그쳤다. 이는 전분기(67.5%) 대비 7.5%p(퍼센트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지난해부터 신지급여력제도인 킥스가 도입되면서 산출방식이 변경된 바 있다.

보험업법에서는 킥스 비율을 10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새로운 제도 도입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자본력 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경과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과조치를 적용할 시 9월 말 기준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134.05%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6.64%p 하락한 수치다. KDB생명의 킥스 비율이 하락한 이유는 가용자본이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작업을 진행한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업계에선 지난해 3분기부터 적용된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건전성 지표가 더 뒷걸음질치면서 KDB생명의 모회사인 산업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KDB생명의 지분 92.73%는 KDB칸서스밸류PEF(KCV PEF)가 보유하고 있다. KCV PEF는 2010년 산업은행이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다.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경과조치를 적용하더라도 당국의 권고치(150%)를 밑도는 수준이다. 건전성 개선을 위해선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간 수차례 자본수혈을 해준 만큼 또 다시 지원에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전망이다.

그간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한 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자본 수혈을 진행했던 바 있다. 건전성 개선을 통해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KDB생명 매각 작업은 연거푸 불발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 후 2014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으나 잇따라 실패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려던 시도도 결국 불발됐다.

최근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의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지만 이 역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올해 여러 굵직한 구조조정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최근엔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함에 따라 관련 사안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KDB생명 매각은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어 산업은행의 경영진의 어깨를 무겁게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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