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민덕희’가 관객을 매료할 수 있을까. / 쇼박스
영화 ‘시민덕희’가 관객을 매료할 수 있을까.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덕희(라미란 분)에게 거래은행의 손대리(공명 분)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한 손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충격에 빠진다.

전 재산을 잃고 아이들과 거리로 나앉게 생긴 덕희에게 어느 날 손대리가 다시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경찰은 덕희의 말을 믿지 않고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고 덕희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간다. 덕희는 무사히 손대리를 구출하고 잃어버린 돈도 찾을 수 있을까. 

영화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단편 ‘1킬로그램’, 중편 ‘선희와 슬기’ 등을 통해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신예 박영주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이다. 

영화는 동네 세탁소를 운영하던 평범한 중년 여성이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추적극을 완성하고자 했다. 반은 성공, 반은 실패다. 우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보이스피싱 소재와 ‘사기당한 피해자와 사기 친 조직원이 동맹을 맺는다’는 설정, 사건을 해결하는 이가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점이 흥미를 자극하지만 이는 실화 그 자체가 가진 힘일 뿐, 그 이상의 영화적 재미를 주진 못한다.

호연을 펼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라미란‧이무생‧공명‧염혜란. / 쇼박스
호연을 펼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라미란‧이무생‧공명‧염혜란. / 쇼박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단조롭고 진부한 탓이다. 덕희가 처한 여러 힘든 상황이 그저 ‘나열’되고, 총책을 잡기까지 덕희가 마주하는 고난과 위기가 단순하게 ‘반복’돼 지루함을 안긴다. 덕희의 여정에 함께하는 조력자 캐릭터를 추가하며 리듬감을 살리고자 했지만, 이 역시 큰 효과는 없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설정과 조합으로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절반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건 배우들의 호연 덕이다. 가슴 저린 모성애부터 코믹 연기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관객을 매료해 온 라미란은 전화 한 통에 전 재산을 잃은 평범한 시민 덕희로 분해 현실감 넘치는 인물을 빚어내는 것은 물론, 특유의 위트로 유쾌한 에너지를 더하며 주연배우로서 제 역할을 해낸다. 

공명과 염혜란, 이무생도 좋다. 공명은 덕희와 예상 밖 공조를 하게 되는 재민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덕희의 든든한 친구 봉림으로 분한 염혜란은 라미란과의 콤비 ‘케미’부터 중국어 연기까지 탁월하게 소화하며 대체불가 존재감을 또 한 번 입증한다. 이무생은 보이스피싱 총책 역을 맡아 서늘한 카리스마로 강렬한 ‘빌런’을 완성하며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연출을 맡은 박영주 감독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을 바로잡고 싶었다”며 “취재를 하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지 알았기 때문에 보이스피싱이라는 범죄를 절대로 가볍게 다루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 담으려 한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114분,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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