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로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다. / 넷플릭스
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로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했다.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얼굴, 깊은 눈빛까지. 배우 한소희가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로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입증했다. 2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채옥’을 정성스럽게 빚어낸 그는 “어느 장면 하나 대충하지 않았고 끝까지 채옥을 놓지 않았다”며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의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지난해 12월 22일 파트1의 7부, 지난 5일 파트2의 3부가 공개돼 호응을 얻었고, 시즌2도 모든 촬영을 마치고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극 중 한소희는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소문난 토두꾼 윤채옥을 연기했다. 채옥은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아버지와 토두꾼이 된 인물로, 날렵한 움직임과 싸움 실력,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한소희는 화려한 액션과 절제된 감정 연기를 폭넓게 소화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한소희는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촬영 비하인드 등 ‘경성크리처’와 함께 한 순간을 돌아봤다. 작품을 향한 엇갈리는 평가와 일본인들의 악플 테러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한소희가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 넷플릭스
한소희가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 넷플릭스

-공개 후 작품을 향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진심으로 촬영에 임했어도 상상도 못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좋아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했는데 왜 저렇게 해석하느냐고 하는 것은 무례한 거다. 우리는 이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다르게 곡해하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냥 그렇게 보는 분도 있구나,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인정했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어떻게 접근했나.  

“채옥은 독립군 캐릭터는 아니다. 그래서 (역사에 대해) 찾아보는 것은 채옥 캐릭터와는 조금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채옥은 가장 직접적으로 몸으로 맞닥뜨리는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의 눈이 되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픽션과 논픽션이 섞인 이 드라마에서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채옥은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자기의 인생을 걸어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다.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채옥이라는 인물에 포인트를 맞춰 준비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크로마키(화면 합성 기술) 촬영이 제일 힘들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거니까. 초록색 작대기를 해놓고 엄마라고.(웃음) 엄마와 처음 마주하는 장면인데 오로지 상상력으로만 엄마를 그려야 해서 어려웠다. 내가 상상하는 대로 하면 되니 좋은 점도 있었지만 실체가 없으니 힘들더라. 연기를 할 때 눈으로 전해지는 에너지가 있거든. 원래 대사가 ‘어머니 맞아? 진짜 어머니야?’였는데, 그 대사만으로는 울지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감독님에게 엄마의 형태가 어떤지 물었는데 고문을 많이 당했고 다리에도 상처가 있고 팔에도 상처가 있을 거라고 했다. 10년 만에 엄마를 만났는데 사람의 형상이 아닌데 다쳐있다고 떠올려보니 ‘도대체 누가 엄마를 이렇게 만들었어? 왜 이렇게 된 거야? 어떻게, 왜’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그래서 그 말을 내뱉어버렸다. 그러니까 눈물이 왈칵 나오더라. 그 장면 찍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액션은 이제 힘들지도 않다.”

채옥을 연기한 한소희. / 넷플릭스
채옥을 연기한 한소희. / 넷플릭스

-시대극에 맞는 말투나 대사 톤을 잡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나.  

“채옥이 성질이 급해서 말끝을 흐리는 느낌의 대사가 많았다. 대사 이전에 인물의 성격을 생각하면 어미 처리나 말투가 알아서 따라오는 느낌이 있다. 채옥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엄마를 찾는 것. 인생까지 포기하며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목표가 정확하게 하나인 채옥의 성격을 표현하고 싶었다.”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배우의 해석으로 달라진 부분도 있나.

“감독님과 채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장면별로 대화를 나눴던 적은 있었는데 채옥 캐릭터를 두고 이야기한 것은 없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었을 수도 있고 나 스스로에게 내가 해석한 채옥이 누구보다 가장 맞다는 믿음을 주신 것도 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채옥을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나’라는 생각, 그 믿음 하나로 쭉 촬영해 나갈 수 있었다. 스태프들을 많이 괴롭혔다. ‘컷’하고 나면 바로 가서 ‘채옥이 같았어?’라고 계속 물어봤다. 사람들이 노이로제 걸릴 정도라고 하면서 피했다.(웃음)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안 한다. 뭐 하나 거슬리면 그것에만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에 갇히는 게 싫어서 모니터링을 아예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정확할 때가 있잖나. 그래서 ‘소희가 짱이야’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 말고,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물어봤다. ‘채옥이 같았어?’라고.”

-일본 네티즌들부터 악플 테러를 받기도 했다. 특히 한 일본 네티즌의 ‘보고 싶지만 일본인으로서는 용기가 필요해. 솔직히 이 코멘트는 팬으로서 슬퍼졌어’라는 글에 ‘슬프지만 사실인. 그래도 용기 내줘 고마워’라는 답글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일본어로 악플이 많이 달렸다고 하는데 나는 일본어를 잘 몰라서 몰랐다.(웃음) 어떤 일본 팬이 글을 남긴 건데 그분도 용기를 내서 댓글을 단 것 같았다. 그 용기에 답한 것뿐이다. ‘일본인들의 전체 의견이 아니다, 인신공격 미안하다’는 메시지도 많이 온다. 정작 나는 일본어를 몰라서 괜찮은데 사과해 주니 고마웠다. ‘이게 금기어야?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픽션과 논픽션이 섞인 이 대본 안에서 채옥을 연기했을 뿐이다. 그냥 서로 인정할 건 인정했으면 한다. 작품은 작품으로만 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한소희가 ‘경성크리처’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다. / 넷플릭스
한소희가 ‘경성크리처’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다. / 넷플릭스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들이 때로는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기도 하고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나대로 살고 싶다. 법 테두리 안에서.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한에서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그냥 나답게. 어차피 인생은 한 번이잖나. 눈치는 조금 보더라도 그냥 재밌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이 프로젝트를 해낸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준다면. 

“오랜 기간 채옥을 끌고 갔는데 끝까지 채옥을 놓지 않았다는 것. 시즌2에서도 채옥을 놓치지 않고 그의 인생을 책임지고 표현하고자 했다. 어느 신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고 카메라가 돌면 오로지 채옥으로 있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던 그거 하나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성크리처’는 20대를 마무리하는 작품이자 30대를 여는 작품이었다. 20대는 어땠고 30대는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나. 

“20대 때는 건강을 해쳐가면서 해도 가능할 거라는 착각이 있었다. 살을 빼도 그냥 굶어서 빼면 되고 연기할 때도 나를 구석으로 몰아서 실제 나를 울려 연기를 시키면 됐다. 그래도 회복이 금방금방 잘 됐다. 그런데 불과 1, 2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30대에는 나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안 되더라. 잠을 자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고 밥을 먹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 팬들에게 항상 밥을 잘 챙겨 먹으라고 하는데 정작 나는 밥을 안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밥 먹으라고 강요하나 싶기도 하더라. 더 나은 연기,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면 테크닉적인 부분을 연습하고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육신이 건강해야 한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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