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전 산업 분야를 장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기업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구체적 답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생성형 AI의 올바른 사용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이 전 산업 분야를 장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기업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구체적 답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생성형 AI의 올바른 사용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이 전 산업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콜센터, 재무·회계 등 사무직부터 제조·건설·생산 등 실제 산업 현장까지 적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특히 스스로 독창적 답안을 찾아낼 수 있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기업들에겐 가히 ‘혁명’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기업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 답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생성형 AI의 올바른 사용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기업 임원들, 생성형 AI 중요성 인지하지만 ‘부담감’도 커진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 인공지능 연구소(Deloitte AI InstituteTM)’에 따르면 기업 운영진 대부분은 생성형 AI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발표한 ‘딜로이트 생성형AI 기업 서베이: 현재 전략에 미래 경쟁력 달렸다’ 보고서에서 임원 과반수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3년 내 작업 현장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는 15일 개최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가한 전 세계 기업들의 AI활용 동향 및 인식을 조사한 것이다. 조사는 지난해 10~12월 전 세계 16개국 6대 산업의 기업 이사·임원급 응답자 2,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모두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고 조직 내 AI 시범 도입 또는 본격 도입을 진행한 임원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75%가 생성형 AI가 향후 3년 내 조직 대전환을 촉발할 것이라고 봤다. 효율성 개선과 비용 절감 등에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응답자 56%는 생성형 AI 도입 시  효율성 및 생산성 개선이 커질 것이라 답했다. 보다 장기적 전략에 해당하는 혁신 촉발(29%),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력 발굴(19%) 등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생성형 AI 도입에 대해 긍정적이라 답한 임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임원보다 상대적으로 AI 전문성이 높았다. 전문성이 높은 그룹의 경우 이미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R&D)에 생성형 AI를 본격 도입했다는 비율은 73%에 달했다. AI 전문성이 보통인 그룹 임원들은 생성형 AI가 ‘불확실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8%에 달하는 등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이와 반대로 전문성이 높은 그룹에서 불확실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다만 AI 전문성이 높은 그룹도 생성형 AI에 대해 긍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AI에 대해 잘 알수록 중요성은 인지하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도 크게 나타났다. 생성형 AI 도입이 확산되면 기존의 사업 및 운영 모델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33%였다. 전문성이 보통인 그룹의 응답 비율이 16%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았다. 또한 생성형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답한 임원도 44%에 달했다.

조 우쿠조글루 딜로이트 글로벌 CEO는 “생성형AI의 발전 속도, 규모, 활용사례는 따라잡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기업 리더들은 생성형 AI의 가치를 신속히 실현하는 한편 적절한 거버넌스 및 리스크 완화 장치를 당장 마련해야 한다는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딜로이트 인공지능 연구소(Deloitte AI InstituteTM)’가 발표한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 임원들의 의식 통계 조사./ 딜로이트 그룹
‘딜로이트 인공지능 연구소(Deloitte AI InstituteTM)’가 발표한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 임원들의 의식 통계 조사./ 딜로이트 그룹

◇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

많은 기업 임원들은 AI 도입의 중요성은 인지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 등은 아직 준비가 미흡해 생성형AI 도입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임원 대다수는 생성형AI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기술 인력 및 스킬 부족’을 꼽았다. 딜로이트 보고서에서 생성형AI 도입 시 인력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또는 ‘매우 잘 돼 있다’는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생성형AI의 역량, 이점, 가치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응답은 47%도 수준에 머물렀다.

거버넌스(운영·관리)와 리스크도 생성형AI 도입의 장애물로 꼽혔다. 조직이 거버넌스와 리스크에 대응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또는 ‘매우 잘 돼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5%에 불과했다. 특히 거버넌스와 관련해 가장 큰 우려는 △생성형AI의 산출물에 대한 신뢰 문제(36%) △지식재산권 침해 우려(35%) △고객 데이터 오용 문제(34%) △규제 컴플라이언스(33%) △설명가능성 및 투명성 부족(31%) 순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가 가져올 산업 혁명이 사회·경제 전반에 불평등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과 고령층, 노약자 등 상대적 정보 취약계층의 경우 경제적·교육적 이유로 생성형 AI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 절반 이상이 생성형AI 일반화로 세계경제 힘의 집중화(52%) 및 경제 불평등(51%)이 심화될 것이라 답했다. 또 49%의 기업 임원들은 생성형AI와 신형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국가 기관 및 국제 기구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악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응답자 대다수는 글로벌 규제(78%)와 협력(72%)을 강화해 책임감 있는 생성형AI 도입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보르시 더트 딜로이트 컨설팅 AI 그로스 오퍼링 리더는 “현재 생성형 AI는 변곡점에 있다”며 “기업들은 그 잠재력을 이제 막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사업 성장의 촉매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생성형 AI를 활용한 가치 창출을 가속화하려면 사업 운영 방식을 재창조하다시피 전환함과 동시에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며 “생성형 AI로 인해 예상되는 업무, 학습, 협력 방식의 변화에 대해 구성원들을 교육, 재교육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뜨거나 사라지거나… ‘일자리 양극화’도 우려

생성형 AI가 가져올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대체하기 힘든 고난이도 직종의 경우 AI의 도움으로 일자리 창출이 용이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종은 AI에 대체돼 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구인·구직 사이트 ‘레쥬메빌더(Resumebuilder)’의 조사에 따르면 AI 사용 기업 중 44%가 올해 직원을 AI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도 최근 발표한 ‘생성형 AI와 미국의 일자리 미래’ 보고서에서 “일자리 구조 변화에 따라 기술적 역량 및 사회·정서적 역량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이라며 “직종의 이동 및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역량 강화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ISTEP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Company)’의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생성형 AI로 인한 일자리 자동화로 2030년까지 글로벌 노동시장에 더 급격한 일자리 변동이 발생할 전망이다. 미국 노동 시장을 기준으로 오는 2030년까지 1,200만개의 일자리 변동이 예상됐다.

생성형 AI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종은 ‘지식 기반 근로자’들이다. 높은 수준의 교육과 역량이 요구되는 직종의 경우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세부적으로는 ‘의료·보건’,‘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관련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각각 2030년에는 일자리가 30%,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건축가·건축설계자, 예술종사자들도 오히려 11% 일자리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대학 수준의 고등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로 일반 사무직원이나 콜센터 등 고객서비스 직종이다. 이들 직종은 2030년 약 13~1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식당 서비스, 음식 서비스 직종 일자리도 동 기간 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IMF 최신 연구 결과, 생성형 AI가 세계 일자리의 약 40%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 성장 촉진이 일어나 소득을 높이는 기술 혁명과 함께 일부 사람은 일자리를 잃는 등 불평등 심화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가 가져올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가져올 산업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인 만큼 인간 노동자와 AI의 융합 방안을 기업들이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생성형 AI가 가져올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가져올 산업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인 만큼 인간 노동자와 AI의 융합 방안을 기업들이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거스를 수 없는 생성형 AI 바람, “AI와 인력 융합 필수”

다만 생성형 AI가 가져올 산업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관련 산업 규모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약 290억달러, 한화 39조원 규모다. 2030년에는 이보다 약 23배 성장한 6,679억6,000만달러(한화 897조4,04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7.5%에 이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시대를 기업과 노동자 모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특히 기업 임원들은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인력의 수행업무와 작업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즉, 인간과 AI가 결합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우성 딜로이트 컨설팅 기술 전략 및 혁신 리더는 이달 발표한 ‘생성형AI 기업을 구상하는 CEO들을 위한 가이드’에서 “각 기업 CEO들은 내부직원들에게 생성형AI가 업무 생산성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생성형 AI는 인력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EO들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감성이 요구되는 문제까지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두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는 인간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호기심, 공감능력, 창의성 등의 지속가능한 능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차별화를 찾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는 것이 김우성 리더의 조언이다.

김우성 리더는 “사람들은 틀에 박히지 않는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생성형 AI는 표준화된 작업엔 능숙하지만 혁신적 아이디어 생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CEO들은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내부 직원들의 창의성과 AI의 능력을 결합시키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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