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1번가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판매수수료율을 둘러싼 양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 쿠팡
최근 11번가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판매수수료율을 둘러싼 양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 쿠팡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11번가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이 이유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와 쿠팡의 대립을 두고 업계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모양새다.

◇ 쿠팡에 발끈 ‘11번가’… 무슨 일?

앞선 3일 쿠팡은 한 언론매체의 2일자 보도와 관련해 “‘쿠팡이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 자료를 자사 뉴스룸에 게시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자사와 경쟁사 최대 판매수수료를 비교해 제시했다.

쿠팡은 “쿠팡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최대 10.9%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11번가의 최대 판매수수료는 20%, 신세계(G마켓‧옥션)는 15%인 점을 나열했다. 근거는 각사 공시 자료다.

11번가가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게 된 배경은 여기에 있다. 요지는 20%의 최대 판매수수료를 가진 상품 카테고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이를 쿠팡의 기준에 맞춰 공표해 11번가의 전체적인 판매수수료가 높다고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11번가는 “쿠팡이 명확한 기준이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극히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최대 판매수수료만을 비교해 11번가의 전체 판매수수료가 쿠팡에 비해 과다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해 대중에게 공표했다”면서 “기업 이미지 손상과 판매자, 고객 유치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해 신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수수료는 상품 판매와 관련된 중요한 거래조건으로 이커머스 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판매량 등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각각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면서 “쿠팡이 언급한 11번가의 최대 판매수수료(명목수수료, 20%)는 11번가의 전체 185개 상품 카테고리 중 단 3개에 적용되고, 180개 카테고리의 명목수수료는 7~13%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업계 반응 ‘제각각’… 공정위 결정 ‘주목’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각도 제각각이다. 일각에선 이미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기준을 명시했다고 해도 직매입이 대부분인 쿠팡과 달리 11번가는 판매수수료가 핵심 매출인데, 굳이 최대치를 가져와 비교하는 것은 본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해할 만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쿠팡의 판매수수료율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공정위의 유통거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명목수수료율(계약서상 명시된 판매수수료의 산술 평균값)은 22.6%로 온라인 쇼핑몰 평균(15.6%)보다 높기 때문이다. 1년간 실제로 수취한 수수료 및 추가비용(판매촉진비 등)을 합해 계산한 실질수수료율도 27.5%로 평균(12.3%)보다 높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쿠팡의 경우 매출에서 직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91.5%가 직매입으로 수수료율과 무관하고, 판매수수료율을 산정하는 특약매입 거래 비중은 8.5% 수준이다. 여기에 붙는 판매수수료율에는 쿠팡이 납품업체의 상품을 직접 보관‧배송하는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11번가가 자사의 최대 판매수수료율이 20%에 달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까지 쿠팡을 걸고넘어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11번가가 쿠팡 견제책인 반쿠팡 연대를 확대하는 동시에 매각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11번가는 지난 2022년 말 CJ제일제당이 쿠팡에 납품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신세계‧네이버 등과 입장을 같이 했다.

한편 쿠팡은 지난 3일 반박 자료를 통해 “쿠팡의 전체 유통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면서 기존 대형 유통사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쿠팡의 혁신을 지속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2022년 기준 유통시장 규모(여행‧외식 포함)가 602조원에 달한다는 유로모니터의 자료다. 같은 해 쿠팡의 연간 매출은 26조5,917억원이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을 기준으로 쿠팡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 때문에 해당 부분도 논란에 오르게 됐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커머스 시장 내에서 지난 2019년 9.5%에 불과했던 쿠팡의 점유율은 2022년 24.5%까지 커졌다. 그 뒤를 △네이버(23.3%) △쓱닷컴(SSG.COM)과 G마켓(11.5%) △11번가(7.0%)가 뒤따르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3년 대형 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 등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
2023. 12. 20. 공정거래위원회
교보증권 [이커머스]
2023. 03. 29.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