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 이틀 만에 관련 주가가 급락한 모양새다. / 오리온
오리온이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 이틀 만에 관련 주가가 급락한 모양새다. / 오리온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오리온이 제약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인수를 발표한 후 이틀 만에 주가가 급락한 모양새다. 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오리온이 수천억원을 들여 바이오 기업을 인수한 것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오리온, 인수 발표 이틀 만에 주가 23%↓

지난 15일 오리온은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ADC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오리온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라 796만3,283주를 배정받았다. 또한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구주 140만주를 매입해 총 936만3,283주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 전체 지분의 25.73%를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이런 가운데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다는 공시가 발표된 직후 16일부터 관련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오리온은 주당 8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레고켐바이오 인수 발표 이전인 15일(종가 11만7,100원)과 비교해 23%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이틀 동안의 주가 하락으로 오리온의 시가총액은 1조원가량 증발했다. 지난 18일 기준 오리온은 주당 9만2,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인수 발표 전인 15일 레고켐바이오는 주당 5만4,800원으로 장 마감했다. 그러나 다음날 주가는 4.74% 하락했다. 18일 기준 레고켐바이오는 주당 5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5일과 비교해 9.1%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 오리온 둘러싼 우려… 증권가 일각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업계서는 식품전문기업인 오리온이 바이오사업에 수천억원대의 큰 금액을 투자한 것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향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연구 개발 비용이 존재한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였다는 해석이다.

오리온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약물 결합 방식의 차세대 항암치료제인 ADC 기술을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2조2,000억원의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한 기술이전 계약은 총 13건으로 기술이전료만 8조7,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레고켐바이오의 적자 규모는 매해 수백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98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77억원(2021년) △504억원(2022년) 등 최근 들어 확대된 모양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18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레고켐바이오 인수 이후에도 제과 산업의 유지와 현금 창출 능력에는 변화가 없고, 인수와 관련된 과도한 우려가 반영된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제과 비즈니스의 매력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인수에 대해 “실적 가시성 및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고켐바이오의 독립성을 인정한다는 오리온 경영진의 언급을 기반으로 실적 반영 과정에서 연결 편입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판단이다.

레고켐바이오에 대해서도 증권가는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주가 하락 이유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및 향후 독립적 경영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점과 경영진의 지분 감소에 대한 우려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이러한 우려가 다소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레고켐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인사‧연구개발 등 전반적인 경영활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면서 “이번 계약이 경영권을 포함한 회사 전체를 매각하는 계약이 아니라 투자 유치에 가깝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상증자로 주당 가치 희석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연구 개발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실탄을 확보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에 레고켐바이오 지분을 인수한 주체가 기존에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지분 60%를 갖고 있던 지주사 오리온홀딩스가 아니라 식품전문기업인 계열사 오리온이 떠안았다는 점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레고켐바이오 사업보고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831000505
2023. 08. 3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오리온 – 주가 급락 관련 Comment
2024. 01. 18. 메리츠증권
레고켐바이오 기업분석 보고서
2024. 01. 17. 하나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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