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수년 째 주주들과 대립해온 KISCO홀딩스의 정기주총이 올해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 한국철강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성큼 다가오면서 주주행동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주들이 수년째 적극적인 행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KISCO홀딩스(키스코홀딩스)를 둘러싼 긴장감도 다시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여러 현안이 산적한 KISCO홀딩스의 올해 정기주총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ISCO홀딩스, 올해 주총은?

KISCO홀딩스는 지난 23일, ‘소송 등의 판결·결정’을 공시했다. KISCO홀딩스 소액주주연대 측이 지난해 9월 제기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소송을 법원이 각하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KISCO홀딩스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까다로운 상황을 피하게 됐다.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가 허가됐을 경우, 소액주주연대 측이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사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해 공세를 펼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어느덧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정기주총을 맞아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수년째 주주행동을 마주하고 있는 KISCO홀딩스는 그동안 많은 논란과 갈등을 겪어왔다. 쟁점은 저평가된 주가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주주환원이다. KISCO홀딩스는 실질적인 현금성 자산이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과거에 비해 주가가 오른 편인 현재도 시가총액이 4,000억원에 미지치 못한다. 이에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 등 강도 높은 주주환원을 요구해왔다.

KISCO홀딩스가 이를 마냥 외면만 했던 것은 아니다. 배당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을 뿐 아니라,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도 했다. 현재도 지난해 9월부터 자사주 매입을 실시 중이다. 하지만 그 규모와 지속성, 소통 등의 측면에서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고, 이에 주주들의 불만과 요구는 계속됐다.

아울러 주주들은 담합 적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도 요구하고 있다. KISCO홀딩스가 지주회사로 있는 한국철강그룹은 2018년과 2021년, 2022년에 연이어 담합이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해 정기주총에서는 이례적인 파문이 일기도 했다. 먼저, KICO홀딩스가 주주제안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가 가처분 소송을 거쳐 상정하며 논란을 빚어졌다. 이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회사 측과 주주 측이 추천한 후보들이 맞붙어 회사 측 추천 후보가 적은 차이로 선임됐는데, 이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 오류가 드러났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하 이스트스프링)이 국민연금의 위임 없이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이 뒤늦게 문제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당사자인 국민연금과 이스트스프링, 그리고 주주 측 추천 후보였던 심혜섭 변호사 등은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이스트스프링과 심혜섭 변호사는 의결권 행사 오류 속에 선임된 이사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직무대행을 선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이처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파문은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은 아직 첫 공판도 열리지 않았다. 이사 직무정지 및 직무대행 선임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으나, 해당 이사가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법적 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불가피한 만큼, 결과적으로는 별다른 효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힘이 실린다.

이런 가운데, 다시 다가온 정기주총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우선, 현재 상황 상 지난해처럼 큰 의미와 효과, 실현가능성을 지닌 주주행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와 달리 임기를 마치는 이사가 없고, 의결권 행사 오류 속에 선임된 이사도 현재로선 임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으로 제시됐던 자사주 매입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다. 물론 주주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차원에서 주주제안에 나서고 의결권 위임을 통해 세를 규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KISCO홀딩스를 향해 오랜 세월 주주행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밸류파트너스) 측은 24일 회사 측에 주주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밸류파트너스는 주주서신에서 지난해 결정한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100% 소각할 것과 자회사인 한국철강 역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자본효율성 개선에 나설 것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 정기주총 이후 KISCO홀딩스와 한국철강 이사회 의장이 보낸 주주서신에서 “축적된 자금은 향후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주주님들이 제기한 소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언을 소중하게 여겨 끊임없이 변화해 지속적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언급한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밸류파트너스 측 관계자는 이 같은 주주서신에 대한 회사 측 반응 등을 살펴본 뒤 정기주총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KISCO홀딩스가 지주사로 있는 한국철강그룹은 2001년 동국제강그룹에서 계열분리했으며 현재 한국철강, 영흥, 대호특수강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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