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T, SKONS, KT, LGU+ 등 4개사가 통신설비 설치를 위한 임차료에 담합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뉴시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T, SKONS, KT, LGU+ 등 4개사가 통신설비 설치를 위한 임차료에 담합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통신3사(SKT, KT, LGU+)가 통신설비 설치를 위한 임차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담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담합으로 커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장소를 두고 경쟁이 발생하는 것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 협의체 만들어 통신설비 공간 임차료 인하 담합

25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SKT, SKONS, KT, LGU+ 등 4개사가 통신설비 설치를 위한 임차료에 담합했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SKONS는 SKT의 자회사로 SKT의 임차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금지한 가격담합으로 과징금 200억원(잠정)을 부과했다.

26일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세종시 아파트 입주자대표 연합회가 통신사 담합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고발하면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위반기간은 2013년 3월부터 2019년 6월까지다. 과징금은 △KT 86억600만원 △LGU+ 58억700만원 △SKT 14억2,800만원 △SKONS 41억3,500만원 등이 부과됐다.

통신사는 건물 옥상에 약 4.5평, 토지에는 약 1평의 공간을 임차해 기지국 등의 통신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통신사는 통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커버리지 확보가 유리한 곳을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위가 조사한 결과 통신3사는 지난 2013년 LTE 서비스 경쟁으로 인해 임차료 부담이 증가하자 임차료를 낮추기로 뜻을 모았다. 공정위는 통신3사 담당자 50여명이 과천 관문체육관에 모여 족구를 하는 등 친목을 다지고 임차료 인하 공조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통신3사는 본사협의체를 만들어 임차료 절감 목표를 제시하고, 수도권·충청권·호남권·경북권·경남권 등 지역협의체가 목표를 실행하는 역할을 했다.

협의체 담당자들은 공동으로 제안가격을 결정하고 임대인에게 해당 가격을 제시했다. 동일한 장소에 2개사 이상이 함께 임차하는 경우에는 먼저 계약만료일이 도래한 사업자가 낮은 금액을 제시하고 이후 나머지 사업자가 동일한 금액을 제시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 “아파트 입주민 등에 직접적 피해”

공정위는 임대인이 임차료 인하에 불응하면 3사가 공동철거를 압박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통신3사는 공동 대응한 설치 장소들의 평균 연임차료를 2014년 558만원에서 2019년 464만원으로 94만원 인하했다.

세종시 아파트 입주자대표 연합회는 고발 당시 “통신3사가 입주민 동의 없이 아파트에 통신 중계기를 설치하고 임차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옥상은 중계기 대당 연간 50만원이고 지하와 지상은 무상으로 사용한다. 조사한 14개 단지 모두 같은 상황으로 담합이 의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 전송량이 늘어나면 통신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에 통신사들은 통신 설비를 증설해 통신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존 임차 장소에 설비를 증설할 때 발생하는 추가 임차료 상한에 대해서도 담합행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통신3사는 2014년 2월 충청 및 호남권에서 4G(LTE) 장비 추가 설치에 대해 무상이 원칙이고 최대 연 10~2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에는 전국에서 5G 장비 추가 설치는 무상이 원칙이고 최대 연 10~3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아파트 옥상에 통신설비를 설치한다면 해당 임차료는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을 줄이는 데 사용된다. 공정위는 “아파트 입주민 등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대기업간 구매담합에 대한 적발 사례”라고 설명했다.

통신3사에 대해 공정위는 “최적 장소에 통신설비를 먼저 설치하려는 경쟁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가격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도, 그러한 합의가격이 최종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 협상의 제안가격, 기준가격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경성담합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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