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판지 주주들이 소액주주연대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 삼보판지
삼보판지 주주들이 소액주주연대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 삼보판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골판지 전문업체 삼보판지 주주들이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극심한 저평가 및 주주가치 저해에 불만을 표출하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주주행동이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삼보판지 주주들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주주가치 저해에 배임 의혹까지… 삼보판지 주주들 ‘분통’

삼보판지는 중견그룹에 해당하는 삼보판지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 및 배송 서비스 시장 확대로 포장박스용 골판지 수요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대표적인 수혜 업체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 삼보판지는 2019년까지만 해도 3,000억원대에 머무르던 연간 매출액 규모가 △2020년 4,034억원 △2021년 5,340억원 △2022년 5,82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으나, 5,000억원대 유지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삼보판지의 주주들이 최근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를 향해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세를 규합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보판지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먼저 극심한 저평가와 주주가치 저해다. 실제 삼보판지는 기업가치 평가 상황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자산을 반영할 경우 더욱 낮아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최근 3년간 현금배당성향이 5.51%, 5.26%, 4.98%의 흐름을 보여 왔다.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왔음에도 배당성향이 낮은 편일뿐 아니라 점점 더 낮아지는 모습이다.

이에 삼보판지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23일 회사 측에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여기엔 △2024년 중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2023년 결산실적 바탕으로 배당성향 50% 수준의 배당 실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현재 재직 중인 감사에게 견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1명의 감사를 추가로 선임할 것과 함께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삼보판지 소액주주연대는 오너일가의 배임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삼보판지가 공장 이전 이후 부천시 춘의동 소재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오너일가 개인회사 격인 곳으로 개발사업을 넘겨 사익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보판지 소액주주연대는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착수한 상태이며 검찰과 국세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삼보판지 소액주주연대는 조만간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며, 주주명부 확보를 통해 보다 본격적인 행동을 전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소액주주연대의 움직임에 대해 삼보판지 관계자는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공교롭게도 소액주주연대가 주주제안 및 주주대표소송 관련 내용증명을 발송한 지난 23일 삼보판지는 이사회를 열고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결의했다. 눈길을 끄는 건 상정된 안건의 내용이다. 당초 2명까지 선임할 수 있었던 감사 수를 1명으로 줄이고, 상법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음을 명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상정된다. 이는 소액주주연대 측이 추진 중인 추가 감사 선임을 원천 봉쇄하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보판지는 최대주주인 류진호 대표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63.47%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력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하지만 배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중대 변수로 꼽힌다.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한 소액주주연대가 삼보판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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