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을 잠정 공시한 가운데, 실적이 다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을 잠정 공시한 가운데, 실적이 다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하이트진로가 지난 한 해 부진한 성적표를 거둬들였다. 지난해 초부터 주력 제품인 소주 원재료 주정 가격이 오른 데다가 신제품 ‘켈리’에 투자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연간 영업이익 35.0%↓…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5,204억원, 영업이익이 1,23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0.9%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5.0%(약 667억원)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59.1% 줄어들어 355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는 공시를 통해 주정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및 신제품 출시에 따른 초기 판관비 등의 증가를 실적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비슷한 관측이 나오고 있었던 모양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말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연결 손익은 전년대비 약 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주정 가격 인상에 따른 200억원, 그 외 원가 상승분 200억원, 신제품 출시에 따른 광고판촉비 증가가 300억원 내외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던 바 있다.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 가격은 지난해 4월 평균 9.8% 올랐었다. 전년도에 7.8% 오른 것에 이어 2년 연속 인상이었다. 주정 가격이 올랐던 해마다 주류업체 대부분은 주정 가격이 오르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소주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바람에 주류업계들은 11~12월이 돼서야 소주 가격을 올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30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주류 시장 자체가 사실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중에서도 (하이트진로가) 선방했다고는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부분과 판관비 등은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켈리’ 판관비도 영향 미쳐… 올해 전망은?

이런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새로운 맥주 브랜드 ‘켈리(KELLY)’를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19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테라’와 신제품 ‘켈리’를 통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목표였다. 실제로 켈리는 출시 후 99일만에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0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맥주의 경우 신제품 효과에 따른 외형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켈리의 시장 안착이 진행 중으로 맥주 부문 시장지배력이 이전보다 높아졌고, 향후 추가 시장지배력 확대 가시화 등이 영업실적의 중장기 방향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가 마켓링크의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소매점 매출 기준 지난해 켈리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4.5%다. 

한편 소주 시장은 최근 침체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소매점 매출 기준 주류 시장은 지난 2022년 2조4,85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인 2023년 소주의 소매점 매출은 2조3,516억원으로 5.4% 줄어들었다.

하이투자증권은 하이트진로의 소주 부문과 관련해서 “내수 소주의 경우 높은 베이스효과 및 시장침체 영향, 가격 변동에 따른 물량변동분이 더해졌지만 2024년 이후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가능하다”면서 “주류 출고가격조정 및 소주 세금 인하 영향 등은 올해 1분기 이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영업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올해 하이트진로의 연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각각 2조7,553억원(전년대비 8.5%↑), 1,964억원(59.6%↑)으로 추정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판가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 상쇄가 예상되는 가운데(600~700억원 추정), 광고판촉비도 올해 이상으로 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신제품이 출시되는 해에 광고판촉비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내년엔 100~200억원 내외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이상 변경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129800601
2024. 01. 29.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이트진로 기업분석 보고서
2023. 11. 14. 하나증권
하이트진로 4Q23 Preview
2024. 01. 10. 하이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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