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포∼하네다 및 인천∼나리타, 서울∼도쿄 동일 노선”
日, ‘하네다’ 운수권 지적 않고 합병 허가… “인근 대체공항 존재”
하네다공항, LCC에겐 ‘그림의 떡’… “운임인상 피해는 국민 몫”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에서는 김포~하네다 노선의 경우 인근에 대체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나리타국제공항이 존재해 경쟁제한 노선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에서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노선은 통합 대한항공이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한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에서는 김포~하네다 노선의 경우 인근에 대체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나리타국제공항이 존재해 경쟁제한 노선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에서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노선은 통합 대한항공이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인수합병, M&A)과 관련해 최근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에서 합병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선의 독과점 우려가 존재해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등 신규 진입항공사들이 슬롯 양도를 요청할 경우 이를 따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양국의 수도를 가장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김포∼하네다’, 일명 김네다라고 불리는 노선의 경우 인근에 대체 가능한 공항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경쟁제한 대상 노선에 오르지 않았다. 결국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해당 노선은 우리나라 항공사들 중 대한항공만 운항을 하게 돼 국적 LCC들 사이에서 ‘독점’을 지적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김포∼하네다 노선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는 운수권을 받아야만 운항을 할 수 있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노선은 우리나라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본에서는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 양국의 4개 대형항공사(FSC)가 동일하게 운수권을 분배받아 각각 하루 3회씩, 주 21회 왕복 운항을 이어오고 있다. 합병을 하게 되면 대한항공이 ‘주 42회’ 운항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김포∼하네다 노선은 대한항공이 독과점하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명 인네다 노선으로 불리는 ‘인천∼하네다’도 현재 FSC의 독점 체제다. 하네다공항 자체가 운수권을 부여받은 항공사만 취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포∼하네다와 인천∼하네다 노선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하네다공항 노선을 독식하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공정위와 일본 JFTC는 이를 문제로 지적하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2022년 2월 22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 당시 공정위는 “같은 도시 내 인접 공항이 있는 경우 공항 간의 대체 가능성을 고려해 하나의 시장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포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 하네다국제공항은 나리타국제공항이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이러한 판단을 한 이유는 ‘시장 구분’ 방식 때문이다. 공정위는 김포∼하네다 노선의 경쟁제한성을 평가할 때 ‘김포∼하네다’와 ‘인천∼나리타(일명 인리타)’를 별개의 노선으로 구분하지 않고, ‘서울∼도쿄’ 노선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했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서울’이라는 동일한 시장으로 넓게 묶고, 일본 하네다공항과 나리타공항을 하나의 ‘도쿄’ 시장으로 묶어 평가를 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준으로 시장을 구분하는 바람에 ‘김포∼하네다’, ‘인천∼하네다’ 노선의 독점력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서울(김포·인천)∼도쿄(하네다·나리타)는 ‘전부 똑같은 시장’이라는 논리가 성립된 셈이다.

이러한 시장 구분 기준은 일본 경쟁당국인 JFTC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JFTC는 “동일한 도시 또는 인근 지역에 위치한 공항은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일한 지리적 시장에 속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각 도시의 중심(각각 도쿄와 서울)으로부터 100㎞ 이내 비교적 짧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지리적 시장에 속한다”고 결론지었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했으나, 하네다공항 노선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시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했으나, 하네다공항 노선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시스

우리나라와 일본 정부는 ‘김포·인천∼하네다’와 ‘인천∼나리타’ 노선을 동일 노선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다른 노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심에서부터 공항까지 거리와 이동시간에서 차이가 존재하고, 인천공항이나 나리타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김포와 하네다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시장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나리타공항은 오픈스카이(누구나 취항 가능한 공항)인데 반해 하네다공항은 각 국의 정부로부터 운수권을 부여 받아야만 운항할 수 있어서 다른 시장으로 보이는 요인이다. 더군다나 운임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인천∼나리타, 인천∼하네다 노선이 김포∼하네다 대비 저렴하다.

LCC 관계자는 “같은 시장이라면 운임에서 차이가 없어야 하고, 누구나 취항해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네다는 어떤 부분에도 부합하지 않는 공항”이라며 “대한항공이 하네다공항 노선을 독점하게 된다면 김포∼하네다의 운임 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을 비롯해 괌·사이판 등 노선은 과거 FSC에서 독점하던 노선이었는데, 독점이 깨지고 LCC들이 진입했을 때 경쟁구도가 형성돼 운임이 이전보다 저렴해진 것은 증명된 사실”이라며 “하네다공항 노선 독점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하네다공항 자체가 운수권이 있어야만 취항할 수 있는 공항이라 이대로 합병이 되면 김포공항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에서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노선을 통합 대한항공에서 독점하게 되는 셈”이라며 “하네다공항 노선과 관련해 통합 FSC의 독과점 우려에 LCC들이 공정위와 일본 당국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하네다 운수권을 재분배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하네다공항 운수권은 현재 국토교통부나 공정위 등 정부 기관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운수권이 필요한 노선의 경우 특정 항공사에 분배한 후 해당 항공사가 꾸준히 운항을 이어오고 있다면 현행법상 운수권을 회수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운수권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1년 중 20주 동안 운항을 하지 않는 경우’인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현재로써는 하네다공항 운수권이 LCC들에게 분배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이 일부를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후 김포∼하네다 노선을 하루 6회, 주 42회 전부 운항을 할지는 알 수 없으나 김포∼하네다 노선의 1편당 탑승객 수를 살펴보면 다른 노선을 줄이더라도 운항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김포∼하네다 노선은 총 8,471편 운항해 169만3,170명을 수송했다. 1편당 약 200명이 탑승한 셈이다. 반면 인천∼나리타 노선은 2만666편, 365만4,075명 수송 실적을 기록해 1편당 약 177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근거자료 및 출처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발표
https://www.jftc.go.jp/en/pressreleases/yearly-2024/January/240131.html
2024. 2. 6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
항공정보포털시스템, 2023년 노선별 항공통계 비교 (김포~하네다, 인천~나리타)
2024. 2. 6 항공정보포털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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