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홍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로 시청자 앞에 섰다. / 티빙
배우 안재홍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로 시청자 앞에 섰다. / 티빙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도대체 얼굴이 몇 개일까. 지난해 ‘마스크걸’ 주오남으로 파격 변신,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매료한 배우 안재홍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새롭기만 한 게 아니다. 가정적인 남편에서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얼굴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은 물론, 폭발하는 감정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안재홍이 활약한 ‘LTNS’는 짠한 현실에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 우진(이솜 분)과 사무엘(안재홍 분)이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들의 뒤를 쫓으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다. 영화 ‘소공녀’ 전고운 감독과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달 19일 첫 공개된 뒤 3일 만에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3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소공녀’에 이어 다시 한 번 전고운 감독, 이솜과 재회한 안재홍은 극 중 따뜻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차갑게 식어버린 결혼 5년 차 남편 임박사무엘 역을 맡아 유쾌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시청자를 매료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안재홍은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LTNS’를 소개하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화법에 충실하게 연기하고자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어땠나. 

“정말 새로웠다. 정말 독창적이었다. 닮은 드라마를 찾지 못했다. 보지 못한 무언가, 광기가 흐르는 대본이었다.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전고운 감독이 제안할 때 ‘어른들이 보는 잡지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을 늘 품고 색다르고 매운 재미가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스크걸’ 주오남이라는 강렬한 캐릭터 이후 선보이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는 없었나.

“각 인물마다 그 자체로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임박사무엘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 다른 톤 앤 매너를 지닌 작품 속 인물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작품을 만날 때 그 작품이 말하고자하는 화법에 따라 충실하게 한 인물을 연기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부담감을 느끼거나 미리 걱정하진 않는 편이다.”

-이번에도 ‘안재홍 은퇴설’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학습된 것 같다. 나는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주오남을 연기하고 나니 은퇴설이 나오더라.(웃음) 굉장한 칭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모든 걸 바쳐 생각하고 구현한 이 인물에게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올 때 연기자로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주오남을 통해 느꼈는데 이번에도 솔솔 그런 말이 들리니 굉장히 감사하다. 치열하게 찍은 작품인데 좋은 반응을 얻어 배우로서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LTNS’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안재홍. / 티빙
‘LTNS’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안재홍. / 티빙

-캐릭터와의 일치율은 어떤가. 

“많이 다르다. 매 캐릭터 거리감이 있다.(웃음) 이해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 하하. 인물을 연기할 때 캐릭터성을 만들면서도 정말 어딘가에 있는, 실존하는 인물처럼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LTNS’ 같은 경우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면 안 들수록 몰입도가 커질 거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일상적인, 사소한 순간부터 장르적인 얼굴까지 다양하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폭넓게 인물을 가져가고 싶었다.”

-센 대사도 많았다. 어려움은 없었나.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수위가 더 높은 작품이다. 수위를 낮추면 말이 가진 ‘에지’를 살리지 못할 것 같더라.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화끈하면 딱 꽂히는 순간을 만날 텐데 애매하면 더 보기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 부부가 정말 실재하듯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3부 해상 펜션에서 전화 상황극을 하는 장면에서는 이 부부가 놀이하듯, 하나의 순간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수위 높은 스킨십 장면도 많았다. 

“액션 영화 찍는 기분이었다.(웃음) 액션도 합이 굉장히 중요하잖나. 카메라와의 호흡도 중요하고 액션 영화 찍는 듯한 체력, 정신력도 요구되더라. 액션 영화 찍는 것처럼 합을 갖고 연기했고 테이크도 많이 가지 않았다. 한 세 테이크 정도? 오래 찍거나 하지 않았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안재홍. / 티빙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안재홍. / 티빙

-후반부 사무엘과 우진이 비가 쏟아지는 집 안에서 감정을 폭발하며 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촬영은 어땠나. 

“뇌에 쥐가 나는 기분이었다. 집안에 비가 쏟아지고 땅에서부터 물이 차오르는 그곳에 맨발로 서서 대립하는 장면은 어디서도 본 적 없고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정말 긴장을 많이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서로 아프게 하는 말을 쏟아내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계산할 수 없었다. 언제 갑자기 폭발할지 모르고 내 감정이 올라가면 상대도 덩달아 더 높은 감정이 오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었던 감정, 장면이었다. 굉장히 격렬했다. 리딩을 할 때부터 그 장면은 합을 맞춘다기보다 그때 느낌에 충실해 연기하려고 했다. 정말 칼싸움 같았다. 말속에 칼이 있는 듯한 장면이었다.”

-정신적 외도와 육체적 외도를 두고 대립하는 사무엘과 우진의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보는 분들의 수만큼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신적인 외도도 분명히 외도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인물을 보여줄 때 초반 ‘이런 인물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이야기를 운반하는 방식이 있다면 우리 드라마는 이 인물이 점점 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그 인물을 따라가는 전개 방식이라고 본다. 사무엘이라는 인물은 그동안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폭넓고 입체적이라고 생각한다. 순둥이 남편 같은 사무엘이 사실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고 결핍을 우진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정서적 외도다. 1화부터 복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이들에게 돌멩이가 돼 돌아왔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표면적으로는 섹스리스 부부가 불륜 커플을 추적하고 협박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그 뜨거움을 나누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솜과 세 번째 호흡이었다. 어땠나.  

“오히려 새롭고 신선했다. ‘소공녀’에서는 한 가지 분명한 감정만을 가져가는 연인, 애틋함을 갖고 있는 한 연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짧은 분량의 단편이었고 헤어짐을 맞이한 한 연인의 먹먹함이라는 단면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 ‘LTNS’에서 신선했던 것은 한 커플, 부부의 설렘부터 경멸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을 한 배우와 다양하게 연기했다는 거다. 이번이야말로 이솜이라는 배우에 대해 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굉장히 새롭고 신선하고 긴장감도 생겼던 것 같다. 오히려 전에 같이 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친분을 경계했다. 날을 세우고 연기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격렬함이 잘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 후반부 비를 맞으며 싸우는 장면은 액션 같기도 했다. 마치 펜싱을 하는 듯한 느낌, 칼싸움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한 작품에서 표현할 수 있어 신선했다.”

안재홍이 이솜, 임대형‧전고운 감독과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 티빙
안재홍이 이솜, 임대형‧전고운 감독과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 티빙

-임대형‧전고운, 두 감독과의 작업은. 

“두 감독과 작업하면서 대단함을 많이 느꼈다. 정말 무시무시하다. 어디까지 생각하고 바라봤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무시무시한 연출자더라. 전고운 감독님은 대학교 선배다. 작품도 같이 했던 감독임에도 이번에 굉장히 많이 놀랐다. 특히 편집본을 보면서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느끼게 된 순간이 있었다. 임대형 감독님은 대학생 때 거의 같은 학과 사람들과 단편 작업을 하다가 처음으로 옆 학교와 단편영화 작업을 했는데 그때 만났다. 알고 지낸 지 꽤 오래됐지만 이번에 작업을 같이 하면서 정말 많이 놀랐고 많이 배웠다.”

-결말에 대한 생각은. 

“파국이지. 한 부부가 끝까지 가는 모습이 마지막 5,6화에 다 담겨있는데 혈압을 주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고 뜨겁고 매운 맛을 재밌게 잘 즐겨줬으면 좋겠다. 새로움을 담고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새롭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구성이라든지 소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매우 새로운 시도도 했다. 새로운 맛을 잘 느껴줬으면 좋겠다.” 

-변신을 요하는 캐릭터를 연이어 택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나. 

“의도한 부분은 없다. 운명 같다. 언젠가 이런 캐릭터를 만나야지, 지금 이런 캐릭터를 보여줘야지 생각하고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 어느 시점에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되는 게 참 운명 같다. 다크하고 음침한 인물인 주오남을 제안받았을 때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이 캐릭터를 표현해 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결정했고 임했다. ‘LTNS’ 임박사무엘이라는 인물도 운명처럼 만난 것 같다. 매 작품 그 작품과 인물에 맞는 언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임박사무엘이 가진 화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고 이 인물을 어떻게 흥미롭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의도적으로 선택을 해온 것은 전혀 아니다.” 

-이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이 작품을 본 분들이 우리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처럼 가까이 느꼈으면 좋겠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혹은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끼면 배우로서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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