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세입자가 임대료를 계속 연체하고 있어 피해가 큽니다. 어쩔 수 없이 세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여전히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이후 남은 건 명도소송뿐인데 소송을 제기해도 세입자의 시간 끌기가 계속될까 걱정입니다”

명도소송에서 세입자의 시간 끌기에 마음고생하는 건물주들이 적지 않다. 상가 임대차에서 명도소송이 제기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계약이 해지 됐음에도 세입자가 나가지 않고 버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버티기는 명도소송이 제기된 후에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아 건물주의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명도소송 전후 과정에서 악덕 세입자가 시간을 끄는 행위는 크게 3가지로 형태에 따라 법적인 대응을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명도소송이란 건물주가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상가 임대차에서 건물주와 세입자는 동시이행 관계에 놓인다. 동시이행이란 동시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세입자에게는 점유물을 건물주에게 반환해야 하는 명도의무가 있다. 반면 건물주에게는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반환의무가 생긴다.

문제는 세입자가 동시이행 관계를 악용하여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점.

본인이 위법을 저질러 제기된 명도소송인데도 건물주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명도의무를 지키지 못했다고 맞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건물주가 보증금을 반환하려고 해도 세입자가 시간을 끌기 위해 고의로 보증금을 받지 않는 사례까지 있다.

만약 세입자가 고의로 전세금반환을 거부한다면 공탁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공탁이란 보증금을 공탁 기관에 맡기는 제도다. 즉 법원에서 지정한 공탁 기관에 보증금을 임시로 맡김으로써 세입자가 보증금을 고의로 받지 않았더라도 건물주는 의무이행을 인정받을 수 있다.

명도소송 끝에 승소판결문을 받았다면 건물주들은 대부분 힘든 과정이 모두 끝났다며 안도하는 경우가 많다. 강제집행만 신청하면 합법적으로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

하지만 악덕 세입자의 시간 끌기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강제집행은 기본적으로 승소판결문을 기반으로 한다. 세입자는 이 점을 악용해 무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점유권을 넘길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점유권을 넘긴다면 판결문에 명시된 당사자가 아니기에 집행 절차가 어려울 수 있고 심지어 명도소송부터 다시 해야 할 수 있어 시간 낭비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세입자의 무단 점유권 이전을 방지하려면 명도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제도를 함께 신청할 필요가 있다.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이란 법원이 세입자에게 점유권을 함부로 넘기지 말 것을 명령하는 가처분 절차로 만약 세입자가 이를 어긴다고 해도 강제집행은 문제없이 진행된다.

한편 세입자가 계약이 해지된 이후나 명도소송 도중 연체된 임대료를 모두 냈으니 마치 자신에겐 문제가 없다며 버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입자가 위법을 저지른 정황과 증거가 확실하고 건물주가 계약해지까지 통보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이미 위법을 저질러 계약이 해지됐기 때문에 세입자가 잘못을 번복한다고 해서 명도소송의 근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

따라서 계약이 해지된 후 세입자가 밀린 임대료를 냈다고 하더라도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하거나 명도소송을 이어 나가도 법률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잘못을 번복한 세입자를 용서하는 건 전적으로 건물주의 의사에 달렸기 때문에 세입자가 위법을 저지른 이후에도 임대차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정리하면 명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세입자가 시간을 끌수록 건물주의 피해가 커진다. 보증금을 고의로 받지 않는 경우 공탁 제도를 이용하고 무단으로 점유물을 이전하는 행위를 방지하려면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절차를 소송 초기에 신청해야 한다.

아울러 소송 도중 세입자가 밀린 임대료를 냈다고 해서 저지른 잘못은 사라지지 않기에 용서 여부는 건물주가 자유롭게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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