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제 AI심포지엄 ‘TRAIN 심포지엄 1st’ 개최
국내외 전문가, ‘신뢰할 수 있는 AI’ 구축 위한 정책·규제 방안 논의

AI발전을 위한 국제 연합체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국제연대(TRAIN 글로벌)’는 22일 첫 국제 심포지엄 ‘TRAIN 심포지엄 1st’을 개최했다. 사진은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김완진 TRAIN 글로벌 준비위원장./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판교=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 전환의 물결이 급격히 몰려오고 있다. 산업과 경제, 과학 연구, 의료 등 우리 생활 전 분야에서 AI를 사용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독일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AI산업 규모는 올해 3,059억달러(약 40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AI기술 확산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딥페이크를 악용한 음란물·조작정보 유포, 개인정보유출, 저작권 위반 등 각종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다. 미국, 유럽 등에서 AI산업 규제가 잇달아 발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AI산업 환경은 타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미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는 미국, 유럽과 달리 국내 AI산업계는 아직 태동기에 가깝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및 지원책도 부족하다. 때문에 글로벌 선진국들의 규제나 지원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환경에 맞춘 AI정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관련 산업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AI산업계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22일 개최된 국제 AI심포지엄 ‘TRAIN 심포지엄 1st’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AI는 프로메테우스의 불, 신뢰성 확보 위한 맞춤형 규제 필요”

AI발전을 위한 국제 연합체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국제연대(TRAIN 글로벌)’는 22일 첫 국제 심포지엄 ‘TRAIN 심포지엄 1st’을 개최했다. 서울 판교 그래비티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AI의 올바른 수용을 위한 국제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외 정부‧공공기관과 AI 관련 기업‧협회‧단체를 비롯해 법조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TRAIN은 ‘TRAIN 글로벌’을 중심에 두고 ‘TRAIN 코리아’ 등 개별 국가가 연결된 국제조직이다. 급변하는 AI산업 상황에서 문화와 제도‧정책으로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를 민간이 공동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 현재는 한국‧베트남‧태국‧중국이 참여했고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이 합류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 기조 연설에서 김완진 TRAIN 글로벌 준비위원장은 “현 시대 AI의 등장을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고 비유했다. AI의 등장이 인류 문명을 바꾸는 계기인 ‘불의 등장’과 맞먹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위해 신들의 불을 훔쳐다준 신이다. 불을 다룰 수 있게 된 인간은 비약적 문명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로 인해 다른 신들의 노여움을 사 영원한 고통의 형벌을 받게 됐다.

김완진 TRAIN 글로벌 준비위원장은 글로벌 AI규제의 선도가 뒷받침돼야 한국 AI산업 발전이 가속화 될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의 규제 기준에 맞춘 기술 개발 및 수출을 강요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후발주자 국가가 다수 포진한 아시아 지역의 연합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박설민 기자
김완진 TRAIN 글로벌 준비위원장은 글로벌 AI규제의 선도가 뒷받침돼야 한국 AI산업 발전이 가속화 될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의 규제 기준에 맞춘 기술 개발 및 수출을 강요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후발주자 국가가 다수 포진한 아시아 지역의 연합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박설민 기자

그러면서 김완진 위원장은 글로벌 AI규제를 선도하기 위해선 아시아 지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AI규제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이 갖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이 자신들의 규제 기준에 맞춘 기술 개발 및 수출을 강요할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 AI후발주자 국가들은 이에 대응할 방안이 필요하다.

김완진 위원장은 “예를 들어 베트남의 경우 약 700여개의 AI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글로벌 AI규제에 대한 해결과 대응 방안에 대해 대부분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며 “사업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 준비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뭉친 아시아 각국 민간 전문가가 모여 국경 없는 지식 공유 플랫폼을 제공하는 첫 행사를 열었다는 건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공개한 TRAIN 비전과 구체적인 로드맵은 물론, AI 신뢰성 강화와 확보 방안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김완진 위원장에 이어선 정호원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기조 연설했다. 정호원 교수는 ‘EU AI Act와 미국 AI 행정명령’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호원 명예교수는 “3년 전 EU의 AI관련 규제 발표 이후 AI 신뢰성에 대한 규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와 함께 이어진 미국 행정명령으로 글로벌 AI 산업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이 AI규제를 주도하게 된다면 관련 기술 수출, 사업을 진행할 때 그들의 규제와 주체를 무조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이제는 글로벌 규제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변화하는 규제 AI산업 환경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고히 해야 할 시점”이라며 조언했다.

‘AI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법과 윤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는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박설민 기자
‘AI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법과 윤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는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박설민 기자

◇ “신뢰 가능한 AI규제 마련, 기술·법률적 접근도 필수”

기조연설에 이어선 기술, 교육, 법‧제도‧정책 관련 세션별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법‧제도‧정책 세션에서는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AI 대응팀장)가 강연자로 연단에 올랐다. 이유정 변호사는 ‘AI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법과 윤리’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유정 변호사는 “AI는 인간이 더는 선택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됐다”며 “이로 인해 기존 법률과 윤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AI관련 법률 문제 해결은 현행법만으로는 현재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도 지적했다. 사전적·사후적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유정 변호사는 “AI관련 문제는 미리 예측하기 어렵고 이를 고려해 사전적 규제를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뿐만 아니라 책임의 주체, 문제 입증 책임의 부담, 손해 범위 확정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죽음 이후 인격권의 침해 문제, 딥페이크 범죄, 로봇의 인격권 등 새로운 법적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법과 윤리의 문제를 면밀하게 살피고 AI와 인간이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시대가 시작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지역 간 ‘디지털 격차’에 대한 대응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연찬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ICT융합산업팀 선임연구원은 “AI 대격변으로 산업 생태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는데, 이중 인력 문제가 지역 격차를 심화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도권과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AI 기술 도입이 산업계를 재편하면 역으로 지역의 고질적인 인력 수급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AI 신뢰성과 같은 이제껏 없던 영역에서 새로운 역량을 갖춘 인력을 지역 사회가 육성할 수 있도록 각 진흥원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영준 부산IT융합부품연구소(CIDI) 실장은 AI 신뢰성 분야와 관련한 지역 특화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준 실장은 “AI 신뢰성과 같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수도권과 지역의 출발선이 같아지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달라져 모두가 제로에서 출발하면 지역 격차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지역거점 특화 산업으로 육성하면 역으로 수도권 기업을 지방으로 유치할 수 있다”며 “증강 데이터와 같은 일종의 가짜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는 ‘시뮬레이션’을 지역거점 특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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