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사들이 배당금을 확대했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사들이 배당금을 확대했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사들이 불황에도 배당금을 확대한 모양새다. 업계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 부진했던 지난해 ‘유통업계’… 배당 확대, 얼마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8일 올해 배당금을 주당 3,800원으로 책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00원 오른 수준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5.9%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이 31.6% 늘어나는 성적표를 거뒀다. 당기순이익도 흑자전환했다.

신세계의 경우도 올해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250원 오른 주당 4,000원으로 책정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한 바 있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18.6%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도 0.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4.8%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작년과 동일한 주당 2,000원으로 배당금이 책정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올해 배당금을 2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대비 10원 내린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주당 1,300원으로 책정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6.1%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5.4%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쇼핑에 289만3,049주를 보유하고 있어 올해 109억9,359만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여기에 △롯데지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통해 326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배당받게 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143억235만원을 배당금으로 받게 됐다. 이는 전년보다 83.4% 증가한 수준이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배당금 103억4,582억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 517만2,91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전년대비 소폭 늘어난 95억1,323만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하게 됐다.

◇ “근본적 기업가치 제고 위해선 ‘본업 회복’ 필요해”

흔히 ‘유통 3사’로 일컬어지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거둬들였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고정비가 증가하고 소비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판매촉진비를 크게 투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런 실적 부진에도 유통사들이 배당을 확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의 일환으로 배당을 확대하곤 한다.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것이다. 여기엔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상장사가 최소 연 1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상장기업이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주주 환원을 늘려 기업가치를 올리도록 유도하는 데 취지가 있다.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목적이다.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선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가 제공될 전망이다.

유통 기업들은 국내 증시에서도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연초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예고되자 이에 맞춰 최근 배당 확대와 함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나오고 있다는 게 업계 풀이다.

예컨대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등 그룹 내 상장사 10곳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중장기 배당정책(2024~2026)을 수립하기도 했다. 배당정책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최소 배당액을 기존 1,000원에서 1,300원으로 올렸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최소 배당액을 주당 150원에 설정했다. 여기에 더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총 2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진행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은 일시적인 주가 부양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유통사들의 실적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2022년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차츰 안정되면서 소비자의 소비 여력도 점차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통업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측면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시 이에 따른 이익 증분 효과는 이마트 약 700억원, 롯데쇼핑 약 4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면서 “대형마트 단일 점포 매출액은 기존 대비 4% 증가하고, 휴일 매출 비중이 대형마트보다 큰 창고형 할인매장은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거자료 및 출처
[유통] 산업분석 보고서
2024. 01. 22. 한화투자증권
롯데쇼핑/현금·현물배당 결정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208800943
2024. 02. 0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신세계/현금·현물배당 결정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207800424
2024. 02. 0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지에프홀딩스/현금·현물배당 결정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208800372
2024. 02. 0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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