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硏, 저독성 용매 용해 가능한 열경화성 플라스틱 소재 개발
자외선 조사 시 구조 복구… 재활용 공정 가능성도 열려
리튬이온염 첨가 시 이온전도도 가능… 차세대 배터리 소재 이용 기대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정밀·바이오연구본부 연구팀은 촉매 도움 없이도 저독성 용매로 녹일 수 있는 신개념 열경화 플라스틱 소재를 제조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정밀·바이오연구본부 연구팀은 촉매 도움 없이도 저독성 용매로 녹일 수 있는 신개념 열경화 플라스틱 소재를 제조했다고 4일 밝혔다./ 한국화학연구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저독성 용매에도 쉽게 녹는 열경화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환경오염 및 자원 재활용 등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정밀·바이오연구본부 연구팀은 촉매 도움 없이도 저독성 용매로 녹일 수 있는 신개념 열경화 플라스틱 소재를 제조했다고 4일 밝혔다.

열에 강하고 튼튼한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접착제, 전자제품, 식기,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한번 굳어지면 녹일 방법이 없어 재활용이 불가능해 매립, 소각 등의 방법으로 폐기해야 한다. 화학 용매를 사용해 분해할 수는 있으나 매우 유독한 유기용매를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공정 과정에서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김진철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정밀·바이오연구본부 연구팀은 저독성 유기 용매에서도 쉽게 녹을 수 있는 열경화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열경화성 고분자 네트워크에 ‘동적 공유결합(dynamic covalent bond)’ 구조를 도입했다. 동적 공유결합이란 온도, 촉매 등 외부 자극에 의해 안정적 화학결합이 이뤄진 형태다. 열, 빛 등 자극이 가해지면 결합이 깨지는 특성이 있다.

이 원리를 이용, 연구팀은 신개념 폴리우레탄 고분자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어냈다. 폴리우레탄은 대표적인 열경화성 고분자 플라스틱이다. 연구팀이 만든 폴리우레탄은 ‘리포산’과 ‘폴리에틸렌이민’을 활용해 합성한 것이다.

새롭게 개발한 열경화 폴리우레탄에 특정 친환경 용매를 가하면 내부의 리포산이 인접한 폴리에틸렌이민과 자가 촉매 반응이 일어난다. 그러면 다시 리포산이 고리형태로 돌아가 플라스틱 구조가 무너지고 최종적으론 용매에 녹게 된다. 또한 고리 형태의 리포산 구조는 다시 자외선을 조사하면 원래의 단량체 형태로 돌아간다. 이를 통해 열경화성 고분자 플라스틱을 손쉽게 재활용 공정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개발한 신소재에 리튬이온염을 첨가하면 이온전도성 특성도 나타난다. 이를 이용해 배터리, 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소자용 고체전해질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재활용이 가능한 고체전해질 관련 연구와 비교해 가장 높은 이온전도성을 가지기도 했다. 이를 분해해 리튬화합물을 다시 회수 가능해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연구팀 개발 기술은 재활용이 어려운 열경화 플라스틱을 인체유해성이 적은 용매를 이용해 저온, 무촉매 조건에서 재활용하는 기술”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탄소 저감 및 화학 소재 재자원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연 기본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진연구자지원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시스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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