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애플카’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지난달 28일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해 온 조직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IT·자동차 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자동차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애플카’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지난달 28일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해 온 조직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IT·자동차 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자동차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애플카’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기술 개발 및 제조 역량 확보 실패, 시장 경쟁력 부족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외 IT·자동차 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 중단된 ‘애플카’ 프로젝트… 차량 개발·제조 역량 확보 실패가 원인

지난달 28일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해 온 조직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해체된 조직은 ‘타이탄(Titan)’. 그간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하에 자율주행차 ‘애플카’를 개발해온 조직이다. 약 2,000명의 직원들은 생성형 AI개발 등 타 부서로 이동하게 될 방침이다.

프로젝트 타이탄은 2014년 당시 애플 디자인 부사장이었던 스티브 자데스키(Steve Zadesky)가 애플 내 1,000명의 인력을 투입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사업이 시작된 직후 국내외 자동차·IT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애플의 시장경쟁력과 IT기술력, 고성능 AI기술 등을 탑재할 경우 성공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각 시장조사업체들도 연평균 예상 판매량도 1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충성도 역시 타 자동차 브랜드를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스트레티직 비전(Strategic Vision)’이 2022년 실시한 조사에서 신규차 구매자들은 향후 출시될 미래 브랜드 중 애플카 구매를 고려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6%에 달했다. 이는 45개의 자동차 브랜드 중 ‘도요타(38%)’, ‘혼다(32%)’에 이어 3위에 달한 수치다. 알렉산더 에드워드 스트레티직 비전 사장도 “애플은 다른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 더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애플카 프로젝트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당초 2025년이었던 애플카의 출시일은 지난 2022년 2026년으로 미뤄졌다. 여기에 올해 1월 2028년으로 미뤄지기도 했다. 결국 지지부진했던 애플카 사업은 결국 제대로 시동도 걸어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원인은 ‘제조 역량 부족’이었다.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산 능력이다. 아무리 우수한 R&D를 기반으로 뛰어난 제품을 설계했을지라도 대량 생산할 능력이 없다면 상용화는 불가능하다. 애플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플 측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애플카의 차별화된 성능, 품질을 유지해 대량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2019년 글로벌 가전업체 ‘다이슨’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당시 다이슨은 “환상적인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이 힘들다”라며 시장 진출을 포기한 바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은 제조원가가 낮으면서도 자사의 디자인·설계 역량 구현 기술력을 보유한 현지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긴다”며 “애플카 또한 우수한 전기차 플랫폼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애플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설계 기술을 독점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업체를 수배해 왔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완성차 사업 특성 상 차별화 성능·품질 구현을 위한 기술투자 수반과 동시에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한 수준의 대량양산에 제약 존재한다”며 “결국 차량 플랫폼을 비롯, 하위 부품·모듈 최적 설계·제작 등 차량 공급망 전반에 대한 통제력 확보가 중요한데 이는 애플이 추구하는 고유 제품의 아이덴티티 구현과 수익성 실현 동시 추구에 있어 딜레마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자동차업계 ‘실망감’… 애플, 생성형 AI에 집중 예상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으로 애플의 주가도 2% 감소했다. 김록호 하나증권리서치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의 애플카 프로젝트 철회 소식은 진위 여부를 떠나 향후 외형 성장에 대한 고민이 재차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산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이 자동차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빅테크, 위탁생산업체 등의 완성차 제조·개발과 산업 신규 진입 및 확대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카 프로젝트는 ICT·빅테크 기업들의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기반으로 차량 OS 구현 및 자율주행 기술 개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 판도를 변화시킬 것이란 기대감을 고조시켜왔지만 프로젝트 중단으로 이러한 기대감을 다소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선 LG그룹이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증권가 전문가들도 LG전자를 포함,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전자계열 3사가 애플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LG전자는 그간 애플카 부품 공급 계약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기업 중 하나다. ‘LG마그나’ 설립 당시부터 전기차 업계에선 LG전자가 애플카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LG마그나는 LG전자 전기차 모터 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기업이다. 2021년 7월 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공동 설립했다. LG마그나의 지분은 LG전자가 51%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김동원 KB리서치 본부장도 “애플이 2026년 애플카 출시를 가정한다면 LG그룹 전자계열 3사의 전장 사업구조를 고려할 때 협업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중장기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아울러 IT업계에서는 다소 갑작스러운 이번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표면적 이유는 생산 부족이지만 내부적으론 AI기술력 확보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2014년 자율주행 최고 단계인 레벨 5를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지만 올해 1월에 레벨 2+로 목표를 낮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AI기술력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 중단과 함께 AI관련 인력 배치도 이뤄졌다. 약 2,000명에 달하는 전기차 개발부서(SPG) 인력 대부분도 AI부문에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이들을 이끄는 수장도 머신러닝·AI 전략 부문을 담당하는 존 지아난드레아 애플 부사장이다.

김일혁 KB리서치 연구원은 “애플이 최근 들어 더 집중하고 있는 생성형AI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역량을 AI에 집중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결국 AI기술을 고도화해야 자율주행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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