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국제공동연구진, 슈퍼태풍 발생메커니즘 증명
북적도해류 해양 열용량, 적도수렴대 저염수 밀도차가 원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태풍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인 북서태평양에서 슈퍼태풍이 연중 강하게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태풍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인 북서태평양에서 슈퍼태풍이 연중 강하게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북서태평양의 ‘슈퍼태풍’ 발생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 피해 발생 예측, 대응 방안 마련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태풍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인 북서태평양에서 슈퍼태풍이 연중 강하게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KIOST의 강석구, 김경옥 책임연구원 등 연구진과 미국 해양대기청(NOAA), 프랑스 소르본대학, 대만 국립대학,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 아일랜드 골웨이대학,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 연구진 등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북서태평양은 대표적인 태풍 발생 해역이다. 매년 강력한 태풍이 이 해역에서 생겨나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특히 이 해역의 해양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크기와 빈도는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2022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77년 이후 육지에 상륙한 태풍 강도는 12~15% 증가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표면 수온의 장기적인 상승 때문이다.

이에 KIOST 연구팀은 슈퍼태풍 ‘망쿳’을 비롯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슈퍼태풍의 발생 추이와 해양환경특성 등을 분석했다. 망쿳은 2018년 9월 발생한 슈퍼태풍이다.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3.5일 동안 5등급을 유지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지난 40년 동안 북적도해류 해역 해양열용량 증가 추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지난 40년 동안 북적도해류 해역 해양열용량 증가 추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 연구진의 분석 결과, 슈퍼태풍을 만드는 주요 원인은 북위 8도∼17도 사이 구간에서 흐르는 북적도해류의 높은 해양열용량과 적도수렴대에서 발생한 저염수로 인한 강한 밀도차였다. 태풍은 26도 이상의 높은 수온을 지닌 바다 위를 통과할 때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규모가 커져 슈퍼태풍으로 성장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북위 17도∼25도 사이에 분포하는 북서태평양의 난수성 소용돌이의 높은 해양열용량이 태풍의 급강화를 유발해 슈퍼태풍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북적도해류가 연중 슈퍼태풍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분석결과와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슈퍼태풍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지난 40년 동안 북적도해류 해역의 해양열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이와 함께 태풍의 급강화 현상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슈퍼태풍 마와르 발생 당시 KIOST 연구진은 수중승강로봇을 이용해 태풍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태풍에 의해  해표면 냉각이 1.0℃ 이내로 억제돼  마와르가 슈퍼태풍 강도를 유지할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 연구에 사용된 수중승강로봇은 3시간 10일 간격으로 바다속 200~1000m 수심까지 오르내리며 수온, 염분 등을 관측할 수 있다.

KIOST 연구진은 “이번 연구성과는 우리나라의 대양 및 태풍 연구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며 “논문 성과 및 대양 관측자료는 해양 기후변화 양상을 장기적으로 전망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돼 향후 해양 기후 재해로 발생되는 피해를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사업은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해양수산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3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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