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와 ‘초거대 AI’ 등 고성능 AI모델의 뇌인 ‘AI데이터센터’ 운용에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때문에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생성형 AI’와 ‘초거대 AI’ 등 고성능 AI모델의 뇌인 ‘AI데이터센터’ 운용에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때문에 물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이 갈증을 느끼고 있다. 이는 추상적 비유가 아니다. ‘생성형 AI’와 ‘초거대 AI’ 등 고성능 AI모델의 뇌인 ‘AI데이터센터’ 운용에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해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AI기술로 인한 수자원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챗GPT와 대화할 때마다 ‘물 한 병’이 사라진다

실제로 AI가 ‘마시는’ 물의 양은 엄청나다. 미국 리버사이드대학교 연구진이 앨링턴 텍사스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 AI의 GPT-3을 훈련시키는데 사용된 물의 양은 70만 리터(L)다. 약 3,000명의 사람이 하루 동안 사용 가능한 물의 양과 맞먹는다. 또한 이를 공업 용수량으로 환산하면 내연 자동차 370대, 전기차 320대를 생산하는데 사용 가능하다.

AI운용에 수자원이 많이 필요한 대표적 요인은 ‘발열’ 때문이다. 생성형 AI 등 고성능 AI모델은 구동을 위해선 AI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전력 공급이 필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 따르면 초거대 AI모델 ‘GPT-3’를 훈련시키는데 들어간 전력은 1,287MWh. 축구장 1.5개 넓이 태양광 발전소가 약 1,300개는 있어야 감당 가능한 전력 소모량이다.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발생하는 발열량도 엄청나다. 데이터센터 온도를 낮추지 못하면 AI성능은 급속도로 떨어지게 된다. GPU와 CPU 성능 저하, 하드웨어 오류, 시스템 충돌 및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21℃ 이하의 서늘한 온도 유지가 필수다.

따라서 대규모 AI데이터센터는 모두 냉각 시스템을 운영한다. 구글, 오픈AI 등 초거대 AI 구동 기업들은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주로 사용한다. 냉각탑에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 데이터센터 내부의 열을 식혀주는 방식이다. 이때 사용된 냉각수는 뜨거운 데이터센터의 열 때문에 증발해 밖으로 배출된다. 때문에 냉각수 재활용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을 사용할 수도 없다. 전자장치가 다수 포진돼 있어 부식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연구팀은 “데이터센터에 있는 수십만 대의 컴퓨터 서버에서는 전기가 지속적으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냉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냉각탑에 물을 보내는 수냉식 방식의 냉각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는 우리 생활과 산업 전반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오고 있지만 동시에 전 세계 수자원 낭비도 가속화하고 있다”며 “우리가 챗GPT와 질문과 답변을 25~50개 정도만 주고받을 때마다 500ml 물 한 병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 모식도,./UC Riverside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 모식도,./UC Riverside

◇ 가시화되는 피해, 美에선 지역주민 소송전도 발생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실제 AI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사용한 물 소비량은 64억 리터로 전년 대비 34%나 증가했다. 이는 올림픽용 수영장 2,500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AI 사용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AI데이터센터 인근 지역 거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다. 이는 지역 내 소송전으로도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 구글 소송 문제다. 2021년 미국 오리건주 댈러스 시는 구글 AI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을 보도한 지역 언론사를 고소했다. 데이터센터 냉각수 사용은 구글의 영업 비밀인데 해당 언론사가 이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맞서 댈러스 주민들은 구글 AI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물의 양을 공개는 정당한 언론 보도였다며 시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의 과도한 물 사용으로 인해 주민들이 사용할 깨끗한 용수 공급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구글은 AI데이터센터 냉각에 2021년 기준 약 127억 리터의 물을 소비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소송은 13개월간 진행됐다. 그 결과 2022년 댈러스 시는 구글 AI데이터센터의 사용 용수량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소송 결과 합의안은 왜스코 카운티(Wasco county) 순회 법원에 제출됐다. 합의안에는 댈러스 시는 구글 AI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물 사용량 정보를 향후 10년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송을 담당한 미국언론자유기자위원회(RCFP)의 엘렌 오소아이낙(Ellen Osoinach) 변호사는 “댈러스의 수자원은 제한된 공동 자원이며 서부는 가뭄에 빠졌다”며 “오레곤에 위치한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물의 양 정보는 이 도시의 사용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AI데이터센터의 수자원 사용에 대한 주민 불만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AI연구의 대표주자인 오픈AI도 이와 관련한 분쟁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리포트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웨스트 디모인 주민들은 오픈AI가 AI모델 GPT-4를 훈련시키기 위해 지역에서 너무 많은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포터의 저자 케이트 크로포드(Kate Crawford)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교수 겸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수석 연구원은 “생성형 AI 개발 및 서비스를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양의 담수가 필요하다”며 “2022년 7월 지역 주민들의 소송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AI데이터센터는 OpenAI의 가장 진보된 모델인 GPT-4를 연구하기 위해 지역의 물 6%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드(Bard)와 빙(Bing) 등 대규모 언어 모델을 준비하면서 각각 1년 만에 물 사용량이 20%, 34%나 증가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AI개발·운용을 위한 물 수요가 오는 2027년까지 영국 전체 사용량의 절반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네덜란드 엠스하벤(Eemshaven) 운하에 건설된 구글 데이터센터./ Google
네덜란드 엠스하벤(Eemshaven) 운하에 건설된 구글 데이터센터./ Google

◇ 메타·구글 등 대책 마련 모색… 국내선 SKT도 냉각시스템 준비

AI의 ‘갈증’으로 물 부족 현상 우려가 커지는 만큼 기업들도 관련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앞서가고 있는 기업은 페이스북의 전신인 ‘메타(Meta)’다. 메타에서는 ‘워터포지티브(Water positive)’ 전략을 통해 수자원 사용량 감축 노력을 지속 중이다. 

효율적인 물 절약을 위한 메타의 대표적 전략은 ‘도시 열섬 현상’ 감축이다. 도시 열섬 현상이란 녹지 면적이 적은 도시 주변 기온이 인공열로 인해 뜨거워지는 현상이다. 메타는 이 도시 열섬 현상 맞춤형 지형을 자사의 각 데이터센터 부지에 조성했다.

또한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자연 친화 목재를 사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했다. 여기에 실시간 수자원 관리 시스템인 ‘스마트 스케줄링’ 기술도 적용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메타는 AI데이터센터 관리에 연간 8,000만갤런(약 3억 리터)의 물을 절약하는데 성공했다.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구글도 지역 수자원 복원에 노력 중이다. 2021년에는 네덜란드 데이터센터에 재생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엠스하벤(Eemshaven) 운하에 설치된 이 시스템은 네덜란드 상수도 회사 ‘노스워터’와 함께 건설했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에 4,500만유로(약 645억원)을 투입했다.

구글 네덜란드 데이터센터의 재생수 사용 시스템은 약 28km 길이의 도시 폐수 운송 파이프라인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도시의 폐수를 운송한다. 그 다음 처리 공장에서 모래 필터와 막 분리기 등을 이용, 물을 정화해 데이터센터로 보낸다. 구글에 따르면 이 시스템으로 데이터센터에 공급 가능한 냉각수는 연간 100억 리터 수준이다.

아울러 AI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것도 물 절약의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메타는 2018년부터 ‘스테이트 포인트 액체 냉각(SPLC)’이라는 신형 냉각 시스템을 데이터센터 최초로 적용했다. 

HAVC 시스템 회사 ‘노르텍 에어 솔루션’과 2015년부터 개발한 이 시스템은 ‘처리수 루프’라는 기술이 새롭게 도입됐다. 차가운 물로 공기를 식힌 다음, 이 공기로 데이터센터 내부 대기를 식히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양의 물로 여러 번 공기를 식힐 수 있어 물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메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더운 기후 지역에서는 20%, 추운 곳에서는 90% 물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서는 SK텔레콤이 AI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은 SK엔무브와 함께 글로벌 액체냉각 전문 기업 ‘아이소톱(Iceotope)’과 차세대 냉각 기술 및 솔루션 분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AI 데이터센터의 발열 최소화를 위한 차세대 액체냉각 기술 개발 및 검증을 목표로 한다. 3사는 다양한 기술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SK텔레콤의 AI 서버를 SK엔무브 냉각유(냉각 플루이드)를 탑재한 아이소톱 솔루션에 적용한다. 그 다음 SK텔레콤 AI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 환경에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센터 내부의 냉매 공급온도와 유량 등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AI자동냉각제어시스템(Autonomous Cooling)’ 개발도 추진한다.

케이트 크로포드 교수는 “기업들의 AI 생태학적 영향을 제한하기 위한 실용적인 조치가 필요해지고 있다”며 “업계는 에너지와 물 사용을 감축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모델 구축과 데이터센터 설계 방법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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