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는 지역 소주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게티이미지뱅크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는 지역 소주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업체들이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등 양강이 수도권을 넘어 각 지역 소주 시장에서마저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소주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 하이트진로‧롯데칠성 양강에… 맥 못 추는 ‘지역 소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점 기준 희석식 소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59.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18.0%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무학(8.0%) △금복주(4.1%) △대선주조(3.3%)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 브랜드들은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관심도에도 큰 차이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12개 채널을 대상으로 작년 4분기 기준 국내 주요 희석식 소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정보량)를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6만3,456건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4만3,630건)’이 차지했다. ‘새로’는 1만3,478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 소주들에 대한 관심도는 저조했다. 무학의 ‘좋은데이’가 1만8,882건의 정보량을 기록했고, 그 외 △한라산의 ‘한라산’(9,251건) △금복주 ‘참소주’(6,872건) △대선주조 ‘대선’(4,998건) △보해양조 ‘잎새주’(2,555건) 등은 1만건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연간 실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46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4.1%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6% 늘어 162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무학 측은 “주류매출액이 약 55억원 줄었고 종속회사의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보해양조의 경우는 연간 매출액 9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2.4% 늘어난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보해양조 측은 이와 관련해 “원재료 및 기타 부재료 등의 단가 상승으로 인해 매출원가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실적 악화하자 ‘사업 다각화’ 나서는 지역 소주 브랜드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등 대형 주류 기업들이 수도권을 넘어 각 지역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 광주‧전남 지역에서 90% 수준이었던 보해양조(잎새주)의 점유율은 최근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전국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산‧경남 지역 소주 브랜드인 무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무학은 지난 2010년대 ‘좋은데이’로 저도수 흥행을 일으키며 2015년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반토막 난 매출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무학은 지난 2014년 기준 전국 시장에서 14%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금복주 또한 같은 기간 8%에서 4.1%로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이러자 지역 주류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구책을 내고 있다. 예컨대 대선주조는 테이스티키친과 협업해 대선이라면 등의 식품 사업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은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서 정관의 사업 목적을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여기엔 △맥주‧과실주‧기타발효제품 및 부산물의 제조 판매업 △안주류의 개발‧제조‧가공 판매 및 로열티 사업 등 주류 관련 사업뿐만 아니라 △판매대행 및 마케팅 서비스업 △창고업 △무형재산권 임대업 등 기존 사업과 무관한 내용도 추가됐다. 무학은 지난해 11월에도 태양광 발전 및 전기 판매업을 신규 목적사업으로 추가한 바 있다.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보해양조의 경우는 최근 복분자주 등 과실주를 내세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보해양조에 따르면 보해복분자주의 동남아 수출액은 지난 2020년 29만달러에서 2022년 46만달러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약 60% 증가했다.

다만 대형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가 부산‧경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5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무학‧보해양조 등 지역 주류기업들은 ‘제로 소주’ 등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본업 회복을 위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근거자료 및 출처
무학/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이상 변경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213800865
2024. 02.1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무학/[정정] 주주총회소집결의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311800085
2024. 03. 1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보해양조/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대규모법인 15%)이상 변경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205801102
2024. 02. 0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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