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시장 진화에 맞춰 ‘삼성전자’도 AI가전제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세탁기부터 TV까지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AI가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13일 삼성전자 용석우 사장이 'Unbox & Discover 2024'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삼성전자
가전 시장 진화에 맞춰 ‘삼성전자’도 AI가전제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세탁기부터 TV까지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AI가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13일 삼성전자 용석우 사장이 'Unbox & Discover 2024'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삼성전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과학기술의 진화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가전제품’ 분야다. 우리 생활에 밀접할 뿐만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시대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에 따르면 스마트 가전 시장 규모는 2030년 636억3,000만달러(약 83조4,88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8.4%이다.

이 같은 가전 시장 진화에 맞춰 ‘삼성전자’도 AI가전제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탁기부터 TV까지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AI가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 삼성전자, 3월에만 세탁건조기·TV 등 AI가전 다수 공개

특히 힘을 주는 가전은 ‘TV’와 ‘세탁건조기’다. 삼성전자는 이달 11일과 13일 연속으로 세탁건조기와 스마트 TV 신제품 공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는 AI가전 시장 선발주자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TV와 세탁기의 경우 거의 모든 가정에서 사용되는 가전이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 TV 사업을 책임질 모델은 ‘2024년형 Neo QLED·삼성 OLED TV’이 될 전망이다. 13일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에 앞서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신제품 런칭 기념행사 ‘Unbox & Discover 2024’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2024년형 Neo QLED·삼성 OLED TV 신제품은 15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된다. 이를 통해 19년 연속 글로벌 TV시장 1위를 달성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목표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세계 TV시장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24년형 Neo QLED TV는 ‘AI TV’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된 제품답게 강력한 AI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AI기반의 화질 개선 기능, 물체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하는 ‘AI 모션 강화 프로’ 등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사운드 기술에도 AI가 적용돼 더욱 진화됐다. ‘액티브 보이스 프로’ 기능은 각 콘텐츠마다 다른 음량 차이를 감지하고 목소리만 분리해준다. 이를 통해 대화 내용이 배경음에 묻히지 안호돍 해준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한국의 TV시장은 글로벌 프리미엄 TV와 초대형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벌 핵심 시장”이라며 “삼성전자는 지난 18년간 세계 TV시장 1위를 해온 기술력을 집대성해 2024년형 삼성 TV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AI TV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2024년형 Neo QLED TV 신제품. 3세대 AI 8K 프로세서’가 새롭게 탑재돼 AI업스케일링 등 다양한 AI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2024년형 Neo QLED TV 신제품. 3세대 AI 8K 프로세서’가 새롭게 탑재돼 AI업스케일링 등 다양한 AI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1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콤보’의 기술이 시연됐다. 지난달 24일 출시된 비스포크 AI 콤보는 하나의 드럼으로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가능한 제품이다. 

비스포크 AI콤보는 편의성과 설치 공간 절약 장점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비스포크 AI콤보는 이달 기준 판매량 3,000대를 돌파했다. 올인원 세탁·건조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15kg 건조용량 △단독 건조기 수준의 건조 성능 △AI 허브 편의성 등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분석이다.

2024년형 Neo QLED TV와 마찬가지로 비스포크 AI 콤보는 강력한 AI기능이 탑재된 AI가전이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대화면 터치 디스플레이 ‘AI 허브’가 적용됐다. 이용자는 AI 허브에서 ‘스마트싱스(SmartThings)’로 연결된 다른 가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실제 집 구조를 반영한 3D 형태의 ‘맵 뷰(Map View)’로 집안의 공간별 기기 상태와 공기질, 에너지 사용량 등을 한 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스포크 AI콤보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 박설민 기자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스포크 AI콤보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 박설민 기자

◇ 고성능 반도체로 한층 진화한 삼성전자의 AI가전

삼성전자가 공개한 2024년형 Neo QLED TV와 비스포크 AI콤보의 우수한 AI기술은 강력한 ‘AI반도체’ 기술력 덕분이다. 두 제품 모두 삼성전자가 고안한 스마트 가전용 고성능 칩을 탑재, AI서비스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먼저 2024년형 Neo QLED TV모델에는 ‘3세대 AI 8K 프로세서’가 새롭게 탑재됐다. 이 프로세스는 전작 대비 8배 많은 512개의 신경망(Neural network)와 2배 빨라진 신경망 처리장치(NPU)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우수한 성능의 AI프로세스를 활용한 핵심 기능은 ‘업스케일링(Upscaling)’이다. 업스케일링은 TV영상의 픽셀 빈틈에 새로운 픽셀을 적용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TV영상 속에서 화질이 부족하다고 인식되는 부분에 색보정, 명암비 개선이 이뤄진 조각을 채워 넣는 것이다. 최근 AI기술 덕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TV신제품에 적용된 업스케일링 기술은 ‘8K AI 업스케일링 프로’다. 3세대 AI 8K 프로세서에 적용된 512개의 신경망이 시청자의 시선이 집중되는 부분을 감지한다. 그 다음 사물이나 인물, 특정 영역을 분석하고 명암비를 강화해 영상 깊이감을 더해준다. 이 기술을 ‘명암비 강화 프로’라고 부른다.

고성능 AI칩을 기반으로 다양한 편의기능과 세탁 성능을 극대화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콤보’./ 박설민 기자
고성능 AI칩을 기반으로 다양한 편의기능과 세탁 성능을 극대화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콤보’./ 박설민 기자

비스포크 AI콤도 역시 강력한 AI반도체 기술이 탑재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AI반도체는 삼성전자의 또 다른 AI가전 모델인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비스포크 패밀리 허브 냉장고’ 등에 탑재된 고성능 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비스포크 AI콤보에 탑재된 고성능 AI칩은 개별 모델명이 명명돼 있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 가전 AI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고성능 AI칩을 기반으로 비스포크 AI콤보는 소비자 편의기능뿐만 아니라 세탁건조기 성능 자체 강화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은 ‘세제자동투입기능’이다. 비스포크 AI콤보에 적용된 AI는 세탁물의 타입과 무게, 오염도를 측정, 필요한 세제 종류를 알맞은 양으로 넣어준다. 또한 AI가 세탁물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를 제어해주는 ‘AI 절약 모드’로 전기세 절감도 가능하다. 이 모드를 선택하면 세탁 시 최대 60%, 건조 시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AI 진동소음 저감시스템은 AI가 실시간으로 세탁건조기 몸체의 진동을 감지한 후 소음을 줄여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대 51.7dB까지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일반 사무실에서 사람이 말하는 정도의 소음이다. 지난해 출시된 비스포크 그랑데 AI모델보다 진동도 80% 줄었다.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부사장)은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단독 건조기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 한계를 넘고자 삼성전자 연구팀은 3년간 노력했다”며 “이를 통해 우수한 AI기능과 건조·세탁 성능을 갖춘 비스포크 AI콤보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스포크 AI콤보는 AI 진동소음 저감시스템으로 최대 51.7dB까지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일반 사무실에서 사람이 말하는 정도의 소음이다. 지난해 출시된 비스포크 그랑데 AI모델보다 진동도 80% 줄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콤보는 AI 진동소음 저감시스템으로 최대 51.7dB까지 소음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일반 사무실에서 사람이 말하는 정도의 소음이다. 지난해 출시된 비스포크 그랑데 AI모델보다 진동도 80% 줄었다./ 삼성전자

◇ 글로벌 시장 진출도 기대… TV는 아시아·유럽, 세탁건조기는 미국 기대

이 같은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의 ‘AI홀릭’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AI가전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다. 북미, 유럽 지역보다 가전 제품 교체 주기가 짧고 최신 IT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이츠 리서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글로벌 스마트 가전 시장의 가장 큰 주주로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10.10%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 특히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시장의 경우 전자 상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스마트 가전의 온라인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유럽 시장 역시 삼성전자의 AI가전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TV의 경우 이미 삼성전자 제품은 북미·유럽 시장에서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북미와 유럽 TV시장의 삼성전자 점유율은 각각 52.6%, 60.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콤보를 앞세운 세탁건조기도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다만 유럽 시장의 경우 도전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아시아나 북미 지역보다 대형 세탁기 설치 비율이 적다. 이는 집안에 설치할 공간이 다른 국가보다 좁아서다. 이때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콤보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어 공간 절약 효과가 크다. 때문에 시장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무형 부사장도 “사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유럽보단 미국 지역이 주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럽 지역의 경우 이번 제품보다 폭이 작인 24인치 제품이 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츠 리서치는 “삼성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결합된 AI기반 제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며 “이는 AI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20대 젊은 고객층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분석했다.

이무형 부사장은 “국내만 해도 건조기 보급률은 약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그 사유 중 하나는 세탁기와 건조기 모두 들이기 힘든 설치 공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제품의 경우 공간 걱정이 있으신 분들, 특히 1인 가구분들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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