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트러스톤자산운용 측 주주제안을 수용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중대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주주행동을 전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여온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 측 추천 인사의 이사회 입성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태광산업이 새로운 행보에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 대립각 세웠던 트러스톤 요구 수용… 변화 신호탄?

“2대 주주의 주주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점을 매우 높이 평가하며 향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트러스톤은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내고 태광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줄곧 냉랭했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트러스톤이 태광산업을 겨냥한 주주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초기엔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하고 물밑 행보를 이어갔으나, 태광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소극적이거나 역행하는 모습을 거듭하자 공세를 본격화했다. 2022년 12월엔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나서자 이를 적극 반대해 철회시켰고, 이듬해 정기주총에선 의안상정가처분신청과 검사인 선임 등의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액면분할, 자사주 매입 등을 주주제안했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이러한 주주행동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주주행동 봉쇄 지적을 불러온 분리선출 사외이사 선임과 사회적으로 거센 질타를 받은 흥국생명 자금 지원 추진 등으로 트러스톤과 대립각을 세웠다. 또한 트러스톤의 주주환원 요구에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트러스톤은 올해 정기주총을 앞두고 재차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지분보유 목적을 정정하면서 “주주로서 이사 및 감사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와 이사회 등 회사 기관과 관련된 정관 변경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예고한 것이다. 특히 2024년 2월 중 법적 시한 내에 주주제안으로 이사 후보자를 제안하고자한다며 올해 정기주총에서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트러스톤의 이러한 예고와 태광산업이 앞서 보여 온 대응 기조에 비춰보면, 올해 정기주총은 ‘표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태광산업의 기류에 변화가 감지됐다. 트러스톤 측 주주제안을 모두 수용해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다.

트러스톤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후보자 1명과 사외이사 후보자 1명, 그리고 분리선출되는 사외이사 후보자 1명을 주주제안으로 추천했으며, 트러스톤 이사회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또한 태광산업 이사회는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됐던 분리선출 사외이사 후보자를 아예 별도로 추천하지 않았다. 

이로써 트러스톤은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 사내이사 후보자와 사외이사 후보자까지 선임이 성사될 경우 7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3명이 트러스톤 추천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입성은 주주행동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태광산업의 전향적인 모습이다. 트러스톤에 대한 대응이 기존과 180도 달라진 만큼, 정기주총을 기점으로 새로운 행보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태광산업의 정기주총은 오는 29일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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