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카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하고 적자는 확대됐다. / 그린카
그린카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하고 적자는 확대됐다. / 그린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최초 카셰어링 업체’ 타이틀을 가진 그린카의 위상이 거듭 흔들리고 있다. 서비스 관련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실적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 출범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던 쏘카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모습인데, 모기업인 롯데렌탈의 행보와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끈다.

◇ 매출 줄고 적자 확대… 그린카, 위상 되찾기 시급

84.7%의 지분을 보유 중인 모기업 롯데렌탈의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카는 지난해 706억원의 매출액과 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실적과 비교하면, 75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6.3% 감소하고 2억원대였던 적자규모는 10배 이상 불어났다. 국내 카셰어링 업계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활기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그린카의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한 모습이다.

그린카 측은 이 같은 실적 하락의 요인으로 지난해 실시한 시스템 전면 개편을 꼽는다. 그린차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시스템 전면 개편으로 매출이 줄고 적자가 3~4분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기엔 끊이지 않은 불미스런 잡음도 얽혀있다. 그린카는 시스템 전면 개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류와 불충분한 대처가 잇따르며 고객 불만을 사는 일이 반복됐다. 앞선 2022년에도 대규모 먹통 사태를 빚었는데, 시스템 전면 개편 과정에서도 문제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그린카의 대외 신뢰는 물론 업계 내 위상은 추락을 거듭했고, 앱 기반 서비스의 주요 평가 지표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2009년 설립된 그린카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앱 기반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인 ‘원조’ 업체다. 이후 쏘카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성장을 선도해왔다. 이러한 ‘국내 최초’ 타이틀과 업계에서 다져온 위상에 비춰보면 지난해 실적 하락과 끊이지 않은 잡음은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라이벌 쏘카와의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한때는 양사가 경쟁적으로 규모 및 서비스를 확대·발전시켰지만, 이제는 라이벌이란 표현도 무색할 만큼 차이가 크다. 매출액만 놓고 봐도 쏘카는 지난해 3,984억원을 기록했다. 그린카의 5배를 훌쩍 넘는다. 또한 쏘카는 KTX, 숙박 등 카셰어링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이에 비해 그린카의 행보는 소극적인 편이다.

이런 가운데, 그린카의 모기업인 롯데렌탈의 행보도 주목을 끌고 있다. 롯데렌탈은 2022년 쏘카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해에는 추가로 투자를 실시하며 2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또한 쏘카 최대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와 롯데렌탈의 지분 차이가 근소한 가운데, 양측의 지분확보 경쟁 양상이 나타나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롯데렌탈이 쏘카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는 차원일 수 있고, 실제 시너지 창출을 위한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설사 인수 의지를 품고 있다 해도 이재웅 전 대표 측의 대응과 독과점 논란 및 심사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다만, 이미 그린카를 거느리고 있는 롯데렌탈이 동종업계 쏘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분명하며 이는 적잖은 의미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롯데렌탈이 실제 쏘카 인수를 추진하고 나설 경우 과거 배달앱 업계의 사례처럼 그린카가 졸지에 매각되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에서 배달앱 업계 2위 ‘요기요’ 운영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동종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자 요기요 운영사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그린카 측은 “시스템 정상화에 따라 올해는 이익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며 “전년 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하고 적자 폭은 차량 운용 효율화를 통해 축소할 계획이다. 향후 프리미엄 비대면 렌터카 서비스로 포지셔닝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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