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올 4분기 실적 부진에 주가↓… 주주들 “언제 9만전자가나” 성토
삼성전자, DX·DS 부문 미래 사업 강화 목표… “AI, 고객경험, ESG혁신할 것”
‘AI스마트폰 시장’ 선두 유지 자신감… 韓역차별 문제는 “해외 시장 고려”

 삼성전자는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들이 모두 통과됐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계 불황, 주가 상승 부진 등에 대해 주주들에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일 ‘제55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요 안건들이 모두 통과됐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계 불황, 주가 상승 부진 등에 대해 주주들에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삼성전자

시사위크|수원=박설민 기자  20일 부진한 실적 속 개최된 삼성전자의 ‘제55회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 됐다. 기대를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진 않았다. 하지만 사외의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주요 안건은 모두 통과되며 안정적 경영은 가능해질 전망이다.

참석한 이사진들에게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주주총회는 ‘고해성사’였다.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 때문이다. 한종희 부회장을 비롯, 삼성전자 주요 임원진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 불황, 주가 상승 부진 등에 대한 해명에 진땀을 뺐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로봇, 파운드리 등 부족한 4차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지적하는 주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 실적·신사업 부진에 뿔난 주주들… 임원 사퇴 압박도

20일 오전 8시 30분쯤 도착한 수원컨벤션센터의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은 다소 ‘축 처진’ 분위기였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인한 상반기 수익 감소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주주총회가 시작되자 이와 관련한 질문도 쏟아졌다. 특히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주주는 “증권가에서는 항상 오른다, 오른다 말하는데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며 “올해는 확실히 나아지는 것인지, 또 이에 대한 대책이 삼성전자에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지적처럼 삼성전자 주가는 오랜 기간 허공답보 중이다. 지난 2021년 1월 기준 최고가 9만6,8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 현재 7만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몇 년간 증권가 전문가들이 ‘곧 10만전자’, ‘올해는 9만전자 회복 가능’이라고 외쳤던 것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 주가 성장 횡보는 실적 부진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난 1월 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2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4.4% 줄어든 수치다. 당초 3조원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장 전망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결과였다. 실적 어닝쇼크는 주가 성장 부진에 직격탄을 날리게 됐다.

타 기업의 성장에 비에 뒤처진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주주들의 불만이 터진 부문은 ‘SK하이닉스’와의 비교였다. 다른 주주는 “최근 SK하이닉스와 같은 회사를 보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항상 지지부진하다”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와 같은 신사업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룬 수원컨벤션센터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 역대 최악의 실적 부진 속에서 열린 주주총회인만큼 주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박설민 기자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룬 수원컨벤션센터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 역대 최악의 실적 부진 속에서 열린 주주총회인만큼 주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박설민 기자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10% 가까운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1월 2일 기준 14만2,400원이었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5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메모리 1위’ 삼성전자는 동 기간 오히려 주가가 떨어졌다. 1월 2일 종가 7만9,600원을 찍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후 지속적 하락을 기록, 20일 기준 3.39% 하락한 7만6,900원을 기록했다. 전날인 19일 7만2,800원 대비해 5.63%나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7만원대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는 유례없는 반도체 업황의 급격한 위축과 경기 둔화로 매우 어려운 한 해였으나 당사는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며 “장기적 시각애서의 연구개발과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 성장 기틀을 마련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방면으로 실망한 주주들은 삼성전자를 떠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467만2,039명이다. 이는 2022년 말 581만3,977명과 비교하면 1년 새 114만1,938명이 줄어든 수치다. 2023년 566만8,319명과 비교해도 99만6,280명이 줄었다.

자신을 대학교 교수라 소개한 어떤 주주는 “여기 이 자리에 앉아있는 임원분들은 과거 이병철 회장 시절이었다면 과연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 반성해야 한다”며 “임원분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많은 주주들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또 망가진 삼성전자의 현실에 책임지고 사퇴하실 생각은 없는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해당 질문 이후 주총장 내부는 숙연해졌다. 침묵 속에서 입을 뗀 한종희 부회장은 “주주 분들의 심정은 헤아리고 있다”며 “삼성전자 임직원 전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발전과 주주 분들의 이익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AI, 고객경험, ESG 측면 혁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AI, 고객경험, ESG 측면 혁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 DX·DS 부문 미래 사업 강화 목표… “AI, 고객경험, ESG 측면 혁신”

미래 사업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인공지능(AI)’ 사업 경쟁력이 글로벌 IT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인텔, 엔비디아 등 굴지의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AI반도체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뒤처질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무제표 승인 안건 관련 질문 시간에 “AI트렌드 파악을 제대로 못해 HBM시장 선점을 놓친 파장이 주가 횡보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주주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이 같은 주주들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삼성전자는 올해 구체적 신사업 계획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발표는 TV, 스마트폰,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DX부문 발표를 맡은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부터 삼성전자의 모든 디바이스에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고객에게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펼쳐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폴더블, 액세서리, XR 등 갤럭시 전제품에 AI적용을 확대한다. 또한 차세대 스크린 경험을 위해 AI 기반 화질·음질 고도화, 한 차원 높은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등을 전개해 나간다는 목표다. 여기에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통해 일반 가전제품을 지능형 홈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AI기반의 지능화 디바이스 경험 확대를 위해 ‘보안’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기반으로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 강화에 나선다. 녹스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방위 보안시스템이다.

특히 최신 스마트홈 보안시스템 ‘녹스매트릭스’는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으로 구성돼 보안 수준이 대폭 강화됐다. 이는 블록체인 소유자에게 허가받은 이들만이 읽고 쓰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전자기기 이용자는 개인 데이터를 외부 보안 공격으로부터 사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고객 입장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치있는 지능화 디바이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고객이 안심하고 미래 기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은 HBM시장 주도권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은 HBM시장 주도권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주주총회의 ‘뜨거운 감자’ DS부문 발표는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사장)이 맡아 진행했다. 경계현 부문장은 HBM시장 주도권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는 HBM 최상위 모델인 ‘HBM3’ 제품 생산을 유일하게 성공시켰다. 시장 점유율도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HBM 상위 3개 공급업체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으로 각각 시장 점유율 50%, 40%, 10%를 차지했다.

경계현 부문장은 “지난해 DS 부문은 저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메모리의 선단 로드 개발 경쟁력 제고와 더욱 철저한 AI시대의 준비가 필요함을 절실히 보여줬다”며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 LSI는 선두와의 격차 축소 및 세계 최고의 모바일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경쟁력 확보 등 우리 앞에 해결해야할 많은 도전 과제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삼성전자 DS부문은 12나노급 32Gb DDR5 D램를 활용한 128GB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12단 적층 HBM 선행을 통해 HBM3과 HBM3E 시장의 주도권을 찾을 계획”이라며 “10나노급 6세대 D램(D1c)과 9세대 V낸드, HBM4 등 신공정 기술력을 확보 다시 업계를 선도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파운드리는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 기반의 모바일 AP의 안정적인 양산과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시스템LSI사업부의 ‘SoC(시스템 온 칩)사업’을 통해 플래그십 SoC의 경쟁력 제고와 신사업 확대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 할 계획”이라고 파운드리, 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경쟁력 확보 목표도 밝혔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도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AI시대 본격화 등 차세대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기회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AI, 고객경험, ESG 측면 혁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삼성전자 임원들의 모습./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삼성전자 임원들의 모습./ 삼성전자

◇ 모바일AI 시장 선두 자신감… 韓고객 역차별 문제 “해외시장 상황 고려한 것” 해명

아울러 AI스마트폰 시장 선두를 유지하기 위한 목표도 밝혔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은 “갤럭시 AI를 기반으로 한 AI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고객 반응이 매우 좋다”며 “이런 모바일 AI시장을 더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올해 역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의 말처럼 갤럭시 S24는 AI의 장점을 앞세워 흥행 몰이를 이어가는 추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갤럭시 S24의 국내 판매량은 10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출시 28일 만에 세운 기록으로 갤럭시 S 시리즈 중엔 최단 기간이다. 전작인 갤럭시 S23에 비해 약 3주나 빠르다.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을 모두 포함해도 ‘갤럭시 노트10’에 이어 2번째로 빠르다.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삼성전자에게 웃어주는 모양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최근 발표한 ‘생성형 AI 스마트폰 출하량 및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2024년은 ‘생성형 AI 스마트폰이라는 꽃이 개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27년까지 5억2,200만대의 생성형 AI 스마트폰이 출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 83%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AI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과의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AI스마트폰 집중 전략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만의 애플 분석 전문가 궈밍치 TF 증권 분석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는 AI기능을 앞세워 예상보다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고 출하량도 5~10% 늘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소비자 역차별 문제다. 지난달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갤럭시 Z 플립4 반납 후 갤럭시 S24 울트라를 구매할 경우 미국과 한국이 보상금 지급이 두 배 가량 차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급’ 갤럭시 Z 플립4 512GB 모델 중고 스마트폰을 반납 후 갤럭시 S24를 구매하면 지급되는 국내 최대 보상액은 42만원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600달러, 한화로 약 80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보상액이 차이 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갤럭시 S24 부품도 내수용과 수출용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갤럭시 S24의 내수용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2400’을 사용하는데 미국과 중국 수출용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세대를 쓴다는 것이다. 2022년 출시된 ‘갤럭시 S22’의 경우 엑시노스2200을 탑재, 성능과 발열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태문 사장은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판매할 때 각 지역별 국가의 환율 상황과 부품 자원 상황, 시장 가격, 파트너사들과의 거래 및 계약 관계 등 굉장히 많은 복합적 부분들을 고려해 가격을 측정한다”며 “이 과정에서 갤럭시 S24의 장착 부품 및 판매 가격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항상 한국 소비자분들과 국내 시장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가장 좋은 밸류의 제품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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