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CJ제일제당은 내달 1일부터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3종에 대해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19일 CJ제일제당은 내달 1일부터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3종에 대해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CJ제일제당이 내달부터 B2C 밀가루 가격을 인하한다. 지난 2022년 폭등했던 국제 밀 가격이 최근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밀가루에 이어 설탕 가격도 인하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 소비자 판매 밀가루 제품, 평균 6.6% 인하

19일 CJ제일제당은 오는 4월 1일부터 중력밀가루 1kg‧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총 3종의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밀가루는 전체 B2C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번 인하율은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으로 제품별로 최초 3.2%에서 최대 10% 수준이며, 평균 인하율은 6.6%다.

CJ제일제당 측은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라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기엔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CJ제일제당‧대한제분‧삼양사 등 국내 제분업체를 포함한 19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훈 차관은 식품업체에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안정에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한 차관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인상된 식품 가격이 주요 곡물‧유지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속 유지되는 것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현재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개사 중 23개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된 상황을 감안 시, 원재료 가격 하락 시기에도 식품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지난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서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다”면서 “그러나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정부, 제당업체 겨냥 압박 수위 높여… 국제 설탕 가격은 아직 ‘불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실제로 세계 곡물 가격지수는 하락 추세다. 올해 1월에는 전월대비 2.2% 하락했고, 2월에는 전월대비 5.0% 하락해 113.9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3월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면서 170.1포인트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안정된 모양새다.

식량농업기구는 이와 관련해 “수출국 간 가격 경쟁이 지속되고 남반구에서 최근 수확된 밀이 공급되기 시작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또한 러시아산 밀 수출이 확대되면서 떨어진 밀 가격이 다른 지역의 밀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밀 수입 가격도 하락하는 모양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톤당 496달러까지 올랐던 밀 수입 가격은 지난 2월 기준 335달러까지 내렸다. 통상적으로 밀 수입 가격은 현재 국제 밀 가격보다 3~6개월 정도 후행한다고 알려진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오는 6월엔 325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의 밀가루 제품 가격 인하는 대한제분‧사조대림‧삼양사 등 타 제분업체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이 밀가루를 활용한 식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라면‧제과 등 일부 식품업계서는 지난해 6월 제품 가격을 한 차례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밀가루를 넘어 설탕 가격 인하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설탕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대해 담합 혐의 현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설탕 3사 본사 외에도 대한제당협회까지 조사원을 파견했다고 알려진다.

다만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월 국제 설탕 가격지수는 140.8포인트로 전월대비 3.2% 상승했다. 지난해 1월 기준 설탕 가격지수는 116.8포인트였다. 이는 다음 달부터 빠른 속도로 치솟아 같은 해 9월 162.7포인트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는 다소 가격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이다.

이러자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보여주기식으로 기업에 가격 인하 압박을 지속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오른 데는 농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 작용했다. 과일 및 채소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이 전년동월대비 20.9%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해 밀가루‧설탕 등을 사용하는 가공식품은 같은 기간 1.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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