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길을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는 딩크족이기도 하지만, 여러 여건들을 생각해봐도 아직 자녀를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주우
우리는 딩크족이기도 하지만, 여러 여건들을 생각해봐도 아직 자녀를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주우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이번 설날에 가족들을 만나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5년 만에 처음으로 부모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너희 자녀계획은 어떻게 되니?”

“딱히 아직 생각 없어요.”

“왜?”

“둘이 지내는 게 편해서요.” 

그 후 대화는 팽팽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억장이 무너지는 부모님은 자식을 낳아야 한다고,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인정해달라며 왜 낳아야 하냐고 서로 대립했다.

물론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는 한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손주를 보고 싶어 하신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선 그리 간단치 않고 또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는 2인 이상이 꼭 필요한 사업체(농장)를 운영하고 있다. 혼자서 하는 건 불가능하다. 5년 전만 해도 사람을 쓰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인건비가 두 배 가까이 올라 사람을 쓰면 무조건 마이너스다. 자녀를 갖게 되면 한 명은 한동안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러면 우리의 수익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농업이 너무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다. 우리는 농업 외에 다른 것들을 통해서도 수익을 내는 ‘반(半) 농부’다. 이 역시 한 명이 한동안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 그만큼 수익이 줄 수밖에 없다.

요즘 자녀 관련 TV프로그램을 보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녀를 가지면 행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행복하려고 귀농을 하고 농업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 자녀를 낳으면 불행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생각도 해봤다. 아이가 생기면 우리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일단 2~3년 정도는 남편만 제대로 농사일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런 남편을 보는 아내의 마음은 무거울 거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시골집에서 홀로 아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면 우울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힘들어도 어떻게든 2~3년만 버티면?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돌봄에 맡긴다 해도 2년 뒤면 우리는 귀농창업대줄 원금을 갚는 시기가 된다. 귀농창업대출을 받으면 농업 외에 다른 일을 못하는데 혹시라도 농업 일이 어려워지면 어떡할까? 또 우리는 부모님들이 다 수도권에 계시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이런 식으로 아직 경험을 안 해 본 일이고 둘 다 아직 자녀계획에 긍정적이지 않다 보니 행복한 기대보단 불안한 걱정이 훨씬 앞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가 자녀계획을 갖기엔 복합적인 문제들이 너무 많다. 자녀를 안 낳으면 지금처럼 알콩달콩 둘이서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는데, 아이가 생긴다고 생각만 해도 걱정거리가 산더미다. 어느 정도 현실적인 계산이 나와야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해볼 텐데, 우리 상황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계산을 해도 아이를 가지면 안 된다는 답이 내려진다. 

물론 국가에서도, 지자체에서도 지원을 많이 하고 있지만 지금 정도만으로는 자녀계획에 대한 마음을 바꾸기 어렵다. 우리 청양군의 결혼·출산 지원 정책을 보면,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는 좋다. 결혼장려금은 청양군에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결혼을 하면 500만원을 3년 동안 나눠서 지급한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면 첫째는 100만원씩 5년 동안 총 500만원을 지급한다. 둘째는 200만원씩 총 1,000만원, 셋째는 300만원씩 총 1,500만원, 넷째는 400만원씩 총 2,000만원이다. 

분명 좋은 정책은 맞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둘째, 셋째, 넷째를 낳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현실적으로 크게 와 닿지 않고, 그냥 홍보성 정책이란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이런 좋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청양군의 출산률은 18% 더 떨어졌다.

청양군과 인구가 비슷한 강진군은 2022년부터 자녀 1명당 월 60만원씩 7년간 총 5,040만원을 지급하는 출산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말 파격적인 정책이다. 하나만 낳든 둘 이상을 낳든 차이 없이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이곳의 출산률은 60% 상승했다고 한다.

자녀계획을 포기하는 부부들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정책을 접하면 일단 고민이라도 해보게 될 것 같다. 좋은 출산 지원 정책은 구호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실제로 고민을 하게 하는, 그리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지방은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안 오고 인구가 줄어드는데, 확실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모두 그런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느낀 바지만, 시골에서 자녀를 갖는 청년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귀농을 하거나, 부모님 또는 자신이 그 지역 토박이인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그들에겐 어려운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자녀를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자녀를 갖지 않는 게 꼭 시골이어서는 아니다. 세태가 달라진 측면도 분명 있다. 도시 역시 저출생문제가 심각한건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갚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걸 예전엔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이를 낳는 대신 다른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많은 이유를 대긴 했지만, 사실 우리도 결혼할 때부터 딩크족이었다. 둘이 여행가고, 둘이 취미를 즐기고, 둘이 노는 걸 좋아해서 자녀 생각이 없었다. 설날에 부모님이 여쭤봐서 생각이라도 해봤는데, 역시나 아직은 우리 둘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다만, 가치관은 변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을 마음이 0%였는데 지금은 조금 올라갔다. 지금은 딩크지만 나중엔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현재를 행복하게 살고 싶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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