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반도체 ‘블랙웰’ 등장에 반도체 업계 ‘술렁’
HBM 사업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쟁 관심↑
2나노공정 기반 파운드리 사업 변동도 주목

 ‘엔비디아’가 신형 AI반도체 ‘블랙웰’을 공개하면서 내부에 들어갈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을 어떤 업체에서 납품하게 될지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엔비디아’가 신형 AI반도체 ‘블랙웰’을 공개하면서 내부에 들어갈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을 어떤 업체에서 납품하게 될지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신형 AI반도체 ‘블랙웰’을 공개하면서다. 이전 모델보다 월등한 성능을 가진 블랙웰은 생성형 AI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AI반도체가 될 것으로 예상다. 이에 따라 블랙웰에 탑재될 메모리 반도체 및 파운드리 공정 주도권을 어떤 기업이 가져가게 될지 업계의 눈길이 엔비디아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 SK하이닉스, HBM 견고한 지위 유지 예상

엔비디아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4’에서 공개한 블랙웰은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다. ‘B100’과 ‘B200’ 두 가지 타입으로 제작됐으며 올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AI반도체 업계에서 블랙웰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모델 대비 AI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어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블렉웰 기반 AI모델은 기존 H100 모델 대비 추론 성능이 최대 30배 향상된다. 또한 전력 사용량도 기존 모델 대비 4%에 불과하다. 생성형 AI, 초거대 AI산업 발전의 핵심인 ‘AI추론능력’과 ‘에너지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때문에 블랙웰 공개 이후, 투자자들의 이 모델에 들어갈 부품 관련 업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공급을 어떤 기업이 맡게 될지가 관건이다. HBM이란 HBM은 여러 개의 D램(RAM)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반도체다. GPU의 핵심 부품 중 하나로 AI연산 성능 및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HBM3 시장의 90%는 SK하이닉스가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9일  HBM3E의 양산에 성공,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HBM3 시장의 90%는 SK하이닉스가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9일  HBM3E의 양산에 성공,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현재 ‘엔비디아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보고 있는 HBM 생산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과 HBM3을 독점 공급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HBM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를 차지한다. 2위 삼성전자(40%)와 10%p 가량 차이가 난다.

SK하이닉스가 엔디비아 HBM의 ‘큰 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덕분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2세대 모델 ‘HBM2’ 양산을 선점, 시장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4세대 ‘HBM3’의 양산을 SK하이닉스가 먼저 성공하면서 4~5세대 HBM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18일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HBM3 시장의 90%는 SK하이닉스가 점유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최근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HBM3E’다. 이 모델은 5세대인 HBM3의 확장형 모델로 기존 HBM보다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SK하이닉스는 19일 HBM3E의 양산에 성공, 이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HBM3E 양산·공급에 성공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다.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지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의 견고한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HBM3E 출하가 3월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경쟁사 진입에 따른 점유율 하락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연간 HBM 매출은 9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HBM3E 믹스도 하반기 공급 확대에 따라 3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 중이다. 난 2월 27일에는 업계 최초로 36GB 용량의 HBM3E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24Gb(기가비트) D램 반도체를 12단까지 쌓아 만든 이 반도체는 4세대 HBM 대비 50% 이상 성능과 용량이 향상됐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삼성전자는 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 중이다. 난 2월 27일에는 업계 최초로 36GB 용량의 HBM3E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24Gb(기가비트) D램 반도체를 12단까지 쌓아 만든 이 반도체는 4세대 HBM 대비 50% 이상 성능과 용량이 향상됐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삼성전자, HBM 신모델로 ‘엔비디아 마음잡기’ 총력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HBM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 중이다. 지난 2월 27일에는 업계 최초로 36GB 용량의 HBM3E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24Gb(기가비트) D램 반도체를 12단까지 쌓아 만든 이 반도체는 4세대 HBM 대비 50% 이상 성능과 용량이 향상됐다.

삼성전자 HBM3E 신모델에 대해 엔비디아도 긍정적이다. 19일 블랙웰 발표 자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아직 삼성전자의 HBM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HBM3E모델을 테스트 중에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현재 엔디비아는 삼성전자 HBM3E 샘플의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젠슨 황 CEO의 발언과 블랙웰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순식간에 폭등했다. 엔비디아 HBM3E 공급을 SK하이닉스와 양분할지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에서다. 블랙웰 발표 직후인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6,900원으로 전일 대비 5.63% 가량 올랐다. 올해 1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만 보이던 주가가 엔비디아 HBM 공급 기대감으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전자 HBM3E 테스트 상황도 기대해볼 만하다. 21일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계정에 “삼성의 HBM3E에 젠슨 황 CEO가 승인 도장을 찍어줘 기쁘다”는 게시글과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GTC 2024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처음 공개한 36GB HBM3E 12단 모델에 젠슨 황 CEO가 ‘젠슨이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혀있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엔비디아 HBM 공급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확실히 잡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최근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등 바짝 뒤쫓고 있는 모양새”라며 “엔비디아의 경우 두 업체와 미국 마이크론을 포함해 가장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모델을 공급받고자 계속 저울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7일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5세대 HBM모델인 ‘HBM3E 12H’ D램 구현에 성공했다. 사진은 삼성의 HBM3E에 젠슨 황 CEO가 승인 성명을 적은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월 27일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5세대 HBM모델인 ‘HBM3E 12H’ D램 구현에 성공했다. 사진은 삼성의 HBM3E에 젠슨 황 CEO가 승인 성명을 적은 모습./ 삼성전자

◇ 파운드리 시장 변동도 예상… TSMC·삼성전자 ‘2나노공정’ 경쟁 주목

엔비디아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전선도 바꿀 전망이다. 내년부터 2026년 양산될 차세대 ‘AI가속기’에 자체 설계한 CPU와 GPU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파운드리 공정엔 ‘2나노(㎚, 5억분의 1미터)공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AI가속기란 AI학습 및 추론에 특화된 AI반도체 패키지다.

KB리서치는 22일 리포트를 통해 “지금까지 엔비디아는 GPU만 자체 설계하고 CPU는 외부로부터 조달해왔으나 “하지만 올해부터 글로벌 AI시장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엔비디아도 범용 인공지능(AGI)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 부품 자체 설계 결정과 최선단인 2나노공정 적용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엔비디아 파운드리 기술 공급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은 대만의 ‘TSMC’다. 때문에 2나노공정 파운드리 역시 TSMC가 공급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파운드리 공급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생성형 AI시장과 이에 따른 AI반도체 공급 상황을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파운드리 공급망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B리서치는 “현재 엔비디아는 파운드리를 TSMC에 모두 의존하고 있지만 향후 최선단인 2나노공정 적용, AI 추론 시장 확대에 따른 다양한 AI칩 양산 등을 고려하면 2나노 파운드리 벤더 다변화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2나노공정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보폭을 넓이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일본 AI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에서 AI가속기 모델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수주에 성공한 모델은 ‘2나노미터(nm) 공정’ 기반 제품이다. 여기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과 첨단 패키징 공정 기술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나노공정 AI가속기는 3나노공정 프로세서 대비 전력 효율이 25% 높다. 동일 전력 공급 시 성능은 12% 정도 우수하다. 반면 칩 면적은 5% 작아 집적회로 제작에 용이하다.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나노공정 기반 SF2프로세서를 내년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DS부문을 담당하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역시 20일 진행된 ‘제55회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 기반의 모바일 AP의 안정적인 양산과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2나노공정을 포함한 파운드리 사업 강화 목표를 밝혔다.

KB리서치는 “최근 삼성전자는 일본 AI 1위 업체인 프리퍼드 네트웍스로부터 2나노 AI 가속기 생산을 수주했다”며 “PFN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는 PFN이 2나노 AI칩 생산부터 파운드리 공급선을 TSMC에서 삼성전자로 변경한 레퍼런스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2025년부터 양산 시작될 2나노공정은 삼성 파운드리 사업 개선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며 “엔비디아 2나노공정 적용 시작과 추론용 AI칩 시장 확대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반전 계기를 마련할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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